[관점]메르스추경 비판했던 文, 코로나추경 꺼내면 '무능정부' 부메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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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3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에 따른 경제 영향과 관련해 "추경예산을 검토한 바 없다"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예산안 잉크가 다 마르기도 전에 추경을 물어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서 추경을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정부의 메르스 추경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2002년 추경이 물타기식 부양책으로 변질되지 않았던 것은 그해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회복 국면이었던 측면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건전·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뚜렷했던 영향도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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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예산잉크 마르기 전인데도 군불..6년연속 추경 가능성
정부수립후 91차례 남발해도 국회부결 전무..여당엔 꽃놀이패
맞춤형 긴급수혈 취지 훼손되고 종합선물세트형 선심성 변질
정치권 '내로남불' 속 재정중독 심화..고무줄 추경요건 손질해야



추경 편성 여부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감염 확산과 그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변수인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첫 확진 판정이 난 시기는 지난달 20일. 최소한 2월 실물경제지표가 확인되는 3월은 돼야 정부 대응 방향을 어느 정도 예측해볼 수 있다. 3월1일 수출입 통계와 중순의 고용동향, 하순의 산업활동동향 등은 이번 사태의 경제적 충격을 가늠하는 1차 지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1·4분기 성장률(4월23일 발표)이 최대 0.7%포인트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물론 추경 카드를 쉽사리 빼들기 어려운 상황 논리가 있다. 우선 4·15총선이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추경을 편성하다가는 선심성 ‘정치 추경’ 논란이 거세질 수 있다. 2000년 이후 4월 총선 전 ‘벚꽃 추경’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홍 부총리의 지적처럼 예산안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추경 카드를 꺼내 드는 것도 꺼림칙한 대목이다. 가용 실탄인 세계잉여금이 2조원 남짓 불과한 것도 제약 요인이고 문재인 대통령의 과거 발언도 부담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 정부의 메르스 추경에 대해 “정부가 제대로 대처했으면 천문학적인 국민 세금이 추가될 일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추경은 전적으로 정부의 무능을 드러낸 것”이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추경의 유혹은 매혹적이다. 정부 여당 입장에서는 경기가 주저앉는 상황에서 자연재해와 고유가 같은 돌발 악재는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다. 추경 명분에 그만한 게 없다. 정부는 최근 20년 동안 17차례의 추경을 편성했다. 2007년과 2010~2012년, 2014년을 제외하고 매년 추가로 재정이 투입된 연유다. 2001년과 2003년에는 두 차례 추경이 편성됐다. 추경을 남발하는 사이 재정 규율이 무뎌지고 나라 곳간은 허물어졌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 재정 적자를 기록했다. 재정 적자는 국가 부채로 남아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남게 된다.
추경은 돌발 리스크를 관리하고 가라앉은 경기를 자극할 마중물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순기능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치러야 할 대가 또한 크다. 단기부양 효과를 거둘지언정 중장기적으로 독이 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여유자금이 없어 국채를 찍어내야 할 상황이면 시중금리 상승을 유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

습관성 추경은 허술한 추경 요건도 한몫을 한다. 국가재정법은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 변화 등 대내외 여건의 중대 변화 또는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등에만 추경을 편성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 중 경기침체와 대량실업 발생과 그럴 우려는 ‘코에 걸면 코걸이요, 귀에 걸면 귀걸이’나 다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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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태풍루사 추경은 모범 사례···4조원 전액 수해복구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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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없이 가용재원 총동원

2002년 추경은 편성 목적이 분명했다. 사용 내역 대부분이 도로와 철도 등 사회간접자본(SOC) 시설의 긴급복구 비용과 김해· 합천· 함안 등 3개 특별재해지역에 대한 피해복구 지원이었다. 지금처럼 선심성 경기부양책은 일절 끼워 넣지 않았다. 정부가 9월 국회에 제출한 추경 규모는 4조1,000억원. 재해대책 예비비를 1조3,000억원에서 4조 9,000억원으로 증액하고 지방교부금 정산분 5,000억원을 앞당겨 편성했다.
통상 전국 단위의 선거를 앞두고 있으면 추경 편성은 금기시해왔다. 2002년 가을은 16대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이었다. 하지만 국회에 제출된 추경안이 재해복구 용도에 한정되다 보니 추경을 둘러싼 정치적 논란을 낳지 않았다. 이 덕분에 정부가 국회에 상정한 지 단 사흘 만에 추경안이 통과됐다. 역대 최단기간으로 기록된다.
재원 조달도 모범적이다. 국채 발행이 없이 기존 가용재원을 총동원했다. 한은잉여금 초과납입분 1조9,000억원을 비롯해 한국통신(현 KT) 주식 매각 초과수입분 1조3,000억원, 세계잉여금 5,000억원, 이자예산 불용액 4,000억원을 끌어다 썼다.
2002년 추경이 물타기식 부양책으로 변질되지 않았던 것은 그해가 외환위기 충격에서 벗어나 경기회복 국면이었던 측면도 있지만 당시만 해도 건전·균형재정을 달성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지가 뚜렷했던 영향도 컸다. /권구찬선임기자 chan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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