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추미애, 공소장 비공개로 고립 자초.. 이길 수 없는 싸움"

류호 2020. 2. 10.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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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보수당 입당 ‘검사내전’ 김웅 前부장검사 ]

“민주당은 금태섭 의견도 안 듣고, 한국당 반성과 거리 멀어

윤석열 대권주자 거론 부적절, 권력 수사에 국민이 감동한 것”

[저작권 한국일보] 새로운보수당 1호 영입인재이자 검경수사권 조정안에 반대하며 지난 14일 사의를 표한 김웅 전 부장검사가 7일 서울 여의도 새보수당 당사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금태섭 의원의 의견을 수용하는 정당이었다면, 민주당 입당도 고민했을 것이다.”

4ㆍ15 총선을 앞두고 새보수당에 깜짝 입당한 김웅(50) 전 부장검사가 7일 본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베스트셀러 ‘검사내전’을 쓴 ‘스타 검사’다. 검찰 내 검경 수사권 조정 실무자로서 올해 1월 검경 수사권 조정안 입법에 반발해 사표를 냈다. 당시 검찰 내부 게시판에 ‘거대한 사기극’이란 글을 올려 동료 검사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김 전 검사가 정계에 입문한 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일이었다 해도, 자유한국당의 제안을 물리치고 새보수당을 택한 건 의외로 받아들여졌다. ‘금배지’를 보다 쉽게 획득할 수 있는 길을 왜 스스로 포기한 걸까. 김 전 검사는 “새보수당에 들어가야 계파 정치와 정치인 팬덤 문화에 휘둘리지 않고 자유롭고 진솔한 토론을 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민주당과 접촉하면서 “거대한 벽”을 느꼈고, 자유한국당에 대해서도 “반성하는 보수와는 거리가 먼 정당”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했다.

검사로서의 독특한 이력처럼, 김 전 검사의 답변엔 거침이 없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왜 민주당이 한국당이 아닌, 소속 의원이 8명뿐인 새보수당을 골랐나.

“검사 생활을 하면서 한 번도 계파를 따져 본 적이 없다. 소속 의원이 130명나 되는 민주당은 검찰 개혁 법안에 반대하는 금태섭 의원 한 명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고 질식시켜버리지 않았나. 내 이야기를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분위기의 정당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새보수당 의원들을 만나 보니 ‘참 진솔한 분들이구나’ 싶었다. 호박씨는 커 봐야 줄기를 얼마 뻗지 못한다. 국민이 신뢰할 가치관을 실현하는 정당이라면, 언젠가는 삼나무처럼 쭉쭉 뻗을 수 있을 것이다.”

-금 의원 등의 검찰 개혁 법안 반대 의견이 수용됐다면 민주당 입당도 고려했겠나.

“그렇다. 제 고향(전남 순천)도 민주당 지역 기반이고, 심정적으로도 민주당과 가까웠다. 하지만 지금의 정부ㆍ여당이 가는 방향은 옳지 않다고 생각하기에 가지 않았다. 지난 연말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 논의 과정에서 여권을 아예 설득할 수가 없었다. 여당을 찾아가면 ‘검찰이 위협한다’고 하고, 대신 야당을 찾아가면 ‘여당을 패싱하느냐’고 했다. ‘검찰은 그냥 죽으라는 건가’ 하는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

[저작권 한국일보] 새로운보수당 1호 영입인재인 김웅 전 부장검사가 7일 서울 여의도 새보수당 당사에서 본보 기자와 인터뷰를 했다. 김 전 부장검사와 본인의 저서 '검사내전'의 표지를 다중노출로 촬영한 사진. 이한호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에 이어 청와대의 선거 개입 의혹 수사 등을 놓고 청와대와 검찰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범죄 혐의가 있으면 수사를 하는 건 검찰의 직무다. 검찰이 갈등을 피하려고 수사를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직무유기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공개하지 않아 언론이 대신 공개했다.

“공소장을 훑어 보니 해당 사건은 ‘치밀하게 짜인 퍼즐’ 같았다. 모든 게 선거개입이라는 커다란 맥락(의도) 안에서 이뤄졌다. 여권은 그게 알려지는 데 불안감을 느끼는 것 같다. 공소장을 비공개로 하려면 국회에서 관련 법부터 바꾸는 게 맞다. 법을 주무로 하시는 장관이 ‘법보다 소신이 우선’이라고 한다면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나. 이번 건은 추 장관이 어떻게 해도 이길 수 없는 싸움인데 왜 고립을 자초하는지 모르겠다. “

-최근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야당 성향 유권자들 사이에서 선전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윤 총장이 대권주자로 거론되는 것은 부적절하다. 다만 느닷없이 높은 지지율이 나오는 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는 모습에 국민이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가까이서 본 윤 총장은 어떤 사람인가.

“윤 총장과 개인적인 인연은 전혀 없다. 회식 자리에서 몇 번 본 정도인데, 의외로 명랑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검찰총장에서 물러나면 대통령보다는 ‘먹방 유튜버’를 하면 잘 할 것 같다(웃음). 옆에서 보면 참 복스럽게 드시는데, 인상 깊었다.”

-새보수당 입당식에서 청와대의 갖가지 의혹을 겨냥해 ‘사기 카르텔’을 때려잡겠다’고 했는데.

“청와대 관련 수사에 대한 여권의 행태가 왜 문제인지, 사금을 캐듯이 국민에게 계속 알려야 한다. 그럼 결국 국민이 때려 잡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문재인 대통령도 사기 카르텔의 피해자 같다. 문 대통령의 최대 치적 중 하나가 검찰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게 한 것인데 이런 치적이 가려지고 있지 않나.”

새로운보수당 1호 영입인재인 김웅 전 부장검사가 7일 서울 여의도 새보수당 당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전 검사는 인터뷰 중 자주 눈을 감고 웃는 표정을 지었다. 이한호 기자

-입당식에서 ‘반성하는 보수’에 감동했다고 했다. 보수가 반성한 게 맞는다면, 민심은 왜 돌아오지 않나.

“박근혜 정부의 국정 농단 사태로 3년 전 그 난리를 쳤는데 3년 만에 민심이 돌아온다고 기대하면 오만하지 않나. 보수는 실패를 인정하고 국정 농단에 대한 재발방지 약속과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보수의 역할이 아직 있다고 생각한다.”

-총선을 앞두고 검사, 판사 출신들이 너무 많이 정치권에 발을 들이는 것 아닌가.

“입법부는 법을 만드는 곳이다. 법은 전문적이고 기술적인 분야라,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 정계에 들어오는 게 의미가 있다. 법 관련해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국회에 들어가면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총선에서 당선되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은.

“정보경찰분리법을 만들고 싶다. 인권 보호를 위해 정보경찰을 개혁해야 하는데,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 때 이 부분은 거의 다뤄지지 않았다. ‘진정한’ 수사권 조정도 하고 싶다. 수사는 ‘수사청’ 등 수사 전문 독립기관이 하고, 검찰은 이를 사법적으로 통제하고 기소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20대 국회에서 관심 있게 본 의원들이 있다면.

“당선된다면 유의동 새보수당 의원의 인간미, 이혜훈 새보수당 의원의 전문성, 조응천 민주당 의원의 결기, 김도읍 한국당 의원의 날카로움을 배우고 싶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mailto:ho@hankookilbo.com)

한채영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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