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시민 인식조사 "메르스 때보다 사회·정부 대응 나아졌다"

[경향신문] 시민들은 자신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관련 뉴스를 접할 때마다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신이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게 될 비난을 가장 두려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연구팀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설문 결과를 보면 신종 코로나의 확산은 시민들의 일상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신종 코로나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은 12.7%에 그쳤지만, ‘감염될 경우 건강영향 등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는 응답은 73.8%에 달했다. ‘신종 코로나로 인해 일상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10.2%에 그쳤다.

응답자들이 가장 두려워한 상황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것’이었다. 상황별로 두려움을 느끼는 정도를 물었을 때 이 응답은 5점 척도에서 평균 3.52점을 기록해 가장 높았다. ‘주변인의 증상 은폐(3.17)’ ‘무증상 감염(3.10)’ 등이 뒤를 이었다.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볼때 느끼는 감정은 불안이 60.4%로 압도적이었고, 공포(16.7%), 충격(10.9%), 분노(6.7%)가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91.6%는 신종 코로나 소식을 접할 때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를 떠올린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와 메르스를 비교했을 때 ‘신종 코로나의 치명력이 더 클 것이다’라는 응답(49.3%)은 ‘그렇지 않다’는 응답(20.5%)보다 두 배이상 많았다. 연구팀은 “신종 코로나의 치명률이 메르스에 비해 높지 않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당면한 감염병 확산에 대한 사회의 위험인식이 과도해진 측면이 엿보인다”고 했다.

메르스 때와 비교하여 ‘나 자신’과 ‘사회(일반국민)’, ‘정부’의 대응 수준을 물었을 때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가장 높았던 영역은 ‘사회(56.6%)’였다. 이번 정부 대응이 메르스 때보다 나아졌다는 긍정평가는 441.%로, 부정평가(27%)보다 많았다. 감염 환자의 치료, 방역, 검역 등의 영역에서는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부정평가보다 높았지만, 언론대응, 국제외교적 조정, 정부부처간 조정 등의 영역에서는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질렀다.

응답자의 60.4%는 최근 1주일간 신종 코로나와 관련된 혐오 표현을 한 번 이상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혐오표현의 대상을 복수응답으로 물었을 때 ‘중국인’이 82.1%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바이러스 감염 확진자(8.9%)’라는 응답도 일부 있었다. ‘우한 폐렴’ 대신 ‘신종 코로나’로 명칭을 변경한 것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6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 우한 체류 교민의 국내 이송에 대해서도 ‘찬성(72.7%)’ 응답이 높게 나타났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