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출원 中의 속도전.."리튬이온전지 등 시장 다 뺏길판"

송경은 입력 2020. 2. 3. 18:02 수정 2020. 2. 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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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특허출원 분석해보니
특허 출원이 시장점유율 좌우
한국이 장악했던 LCD TV
특허추월 7년뒤 中에 1위 내줘
퀀텀닷·OLED 3~4년전 역전
文정부서 육성 수소산업 특허
주요국에 모두 뒤처진 상황
선제적 대응책 시급 한목소리

◆ 5대산업 특허 빅데이터 분석 ◆

최근 중국에서 전기자동차, 스마트폰,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에 널리 활용되는 리튬이온전지 분야 특허 출원이 급증하고 있지만 한국은 최근 5년간 감소 추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허청은 이 같은 특허 출원 추세가 지속되면 올해 중반께 중국의 리튬이온전지 특허 출원량이 한국을 추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특허 출원량을 추월당하면 수년 뒤에 해당 산업시장 점유율도 역전됐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내다봐야 한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또 문재인정부가 미래 성장 먹거리로 지목한 수소산업 분야의 한국 특허는 출원량과 질적 수준 모두 주요국에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매일경제가 단독 입수한 특허청 '특허 빅데이터 기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한국의 연간 리튬이온전지 특허 출원량은 일본에 이어 세계 2위였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발 빠르게 추격해 올해 중반이나 늦어도 내년 초에는 중국이 한국을 앞지를 전망이다.

리튬이온전지를 넘어서는 차세대 전지 분야 특허 확보도 미흡한 것으로 평가됐다. 한국의 차세대 전지 주요국 특허 점유율은 16.4%로 일본(35.4%)은 물론 중국(23.9%)보다도 떨어진다. 특허의 질적 수준을 보여주는 피인용도는 일본이 한국의 3.8배에 달해 격차가 더 컸다.

박원주 특허청장은 "이번 분석에서 한국이 앞서가던 리튬이온전지 분야 출원 수가 올해 중반께 중국에 추월당한다는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실제 시장에서도 중국이 이른 시일 내에 기술력 면에서 한국을 압도할 수 있다는 신호인 만큼 선제적 대응이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박 청장은 "전고체전지, 리튬금속전지 등이 차세대 전지 분야에서 유망 기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며 "이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간 특허 출원량과 질은 미래 시장점유율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한국은 과거 세계 최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생산국이었지만 2011년 중국이 LCD 분야 특허 출원량에서 한국을 추월한 지 6년 만인 2017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빼앗겼다. 2018년에는 중국이 세계 LCD TV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31.9%로 끌어올려 한국(30.6%)을 넘어섰다.

역시 한국이 앞서 있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퀀텀닷 디스플레이 분야 연간 특허 출원량도 이미 각각 2017년과 2016년에 중국에 밀렸다. 특허 출원량에서 추월당하고 6~7년 뒤에 시장까지 넘겨준 기존 추세로 보면 머지않아 OLED와 퀀텀닷 디스플레이 시장 판도도 중국 중심으로 바뀔 개연성이 크다는 예상이다. OLED를 넘어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Micro LED)도 미국과 중국이 전체 특허 출원의 51.9%를 점유하고 있고 한국은 14.4%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소산업 분야는 특허 출원량과 특허의 질적 수준이 모두 저조했다. 최근 4년간 누적 특허 출원량은 중국이 37%로 가장 높았고 일본(19%), 미국(14%), 한국(9%), 독일(4%) 순이다. 특히 한국의 특허 영향력(전체 등록 특허 피인용 비율 대비 특정 국가 특허의 피인용 비율)은 1을 기준으로 0.31에 그쳐 캐나다(1.68), 미국(1.34), 호주(1.03), 프랑스(0.68), 일본(0.65) 등에 비해 훨씬 낮았다.

특히 한국은 연료전지 부문에만 특허의 54.3%가 집중되고 나머지 수소 생산(32%)과 저장(7.7%), 인프라스트럭처·안전(5.7%) 등 공급 부문과 수소 발전(0.4%) 부문에서는 특허 출원이 저조했다. 특허청은 기술의 파급력과 시장성, 글로벌 환경 등을 종합해볼 때 물 전기분해 기반의 수소 생산과 액상 수소화합물 방식의 수소 저장, 수소 가스터빈, 수소 충전시스템 등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했다.

분석 대상에 포함된 5대 산업 분야 중 한국의 특허 경쟁력이 가장 높은 분야는 시스템반도체로 나타났다. 특히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반도체는 해외 출원 비율이 각각 34.3%, 49.9%로 주요국 평균(AI 18.6%, IoT 41.2%)보다 높았다. 다만 최근 세계적으로 급증하고 있는 자동차 반도체 분야는 특허의 질적 수준이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덕원 특허청 산업재산창출전략팀 과장은 "특허의 인용관계를 분석하는 네트워크 분석 기법과 유사 특허를 군집하는 클러스터링 기법을 함께 활용하고 분석해 한국의 취약점과 유망 분야를 발굴해낼 수 있었다"며 "특허 빅데이터 분석 결과를 민간과 공공 부문에 제공해 연구개발(R&D) 기획에 반영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허 빅데이터 기반 산업혁신 전략 보고서'는 차세대전지·수소산업·디스플레이·시스템반도체·바이오헬스 등 5대 국가 유망 산업 분야별로 1999~2019년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에 출원된 주요국 공개 특허 총 82만1865건을 분석한 것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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