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대상' 김남길 "전 시상식과 인연 없는 줄 알았어요" [인터뷰]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2020. 2. 3.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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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남길,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지난해는 오롯이 배우 김남길의 것이었다. SBS ‘열혈사제’를 이끌며 시청률 22.0%란 놀라운 성적을 일궜고, 같은해 ‘SBS 연기대상’서 대상의 영예를 안으며 반짝반짝한 한 해를 마무리했다. 데뷔 16년 만에 만져본 값진 대상 트로피였다.

“예전엔 시상식에 후보로도 이름이 올라가지 않은 경우가 많았어요. 제가 ‘왜 박수 칠 기회도 안 주세요?’라고 물으면 ‘출연 작품의 관객수가 너무 적어서’라고 하기도 했고, 또 어쩔 땐 ‘너무 상업성이 짙어서’라고도 하더라고요. 화가 나서 ‘어쩌라는 거야? 앞으론 줘도 안 받을 거야’라고 생각했죠. 시상식과 인연이 없는 줄 알았고요. 그래서 막상 대상을 탔을 땐 큰 감흥이 없었어요.”

그는 굉장히 솔직했다. ‘당연히 기뻤다’는 뻔한 대답 대신 진심을 꺼내보이자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귀를 기울였다.

“한때는 카메라 앞에 서는 것마저 용기를 내야했어요. 배우가 직업이라면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당연한 건데도, 두렵고 숨고 싶더라고요. 용기가 필요한 상황에서 ‘열혈사제’를 만났어요. 대상 받아 기분이 좋았던 건, 그 용기를 가르쳐준 사람들 덕분에 상을 받았고 그 공을 돌릴 수 있었기 때문이죠.”

김남길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인터뷰에서 신작 ‘클로젯’(감독 김광빈)을 선택한 이유, 하정우와 호흡 등을 공개했다. 더불어 몇년 전 각성하기까지 ‘암흑’의 시절을 회상하기도 했다.

■“일상과 촬영현장 똑같은 하정우, 밸런스가 좋더라”

평소 절친한 사이인 하정우와 협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연 이유를 물으니 넉살 섞인 이야기가 시작됐다.

“제가 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어요. 그런 지점에서 ‘클로젯’의 장르가 신선하게 다가왔죠. 다만 제가 오컬트 영화를 못보는 편이라, 캐릭터나 연기를 어떻게 표현해야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죠. 그러던 찰나에 하정우와 윤종빈 감독이 전화가 왔어요. 소재가 좋아한다는 둥 다양성이 있어야 한다는 둥 술자리에서 말만 하지 말고 직접 같이 만들어보자고요. 그렇게까지 말하는데 싫다고 할 수가 있나요? 하하.”

하정우와 촬영하면서 ‘짜낼 수 있을 만큼 다 짜내고 결과는 하늘에 맡기자’라는 대화도 종종 나눴단다.

“흥행에 대한 부담은 없어요. 영화나 드라마는 제가 마음 먹은대로 되는 게 아니니까요. 그저 부끄럽지만 않게 만들자는게 제 소신이죠. 스태프과도 자주 하는 말인데, 서로 필모그래피 얘기할 때 ‘그런 작품 했었어’라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자고 하죠. 그게 정권적 문제나 사회적 이슈가 맞물려 운이 좋으면 화제가 되어서 흥행하는 거고, 그렇지 못하면 외면 받는 거니 요즘은 어떤 게 정답인지 모르겠어요. 예전엔 흥행 성적에 정말 집착했지만, 그게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면서 ‘최선을 다하는 게 정답이다’ 생각하고 있어요. 목표요?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봤다’고 얘기 듣는 거죠.”

함께한 하정우에 대해선 농담 반, 진담 반이다.

“현장이나 평소나 똑같아요. 연기를 저렇게 대충해도 되나 싶을 때도 있고요. 하하. 사실 모든 장면 힘을 주지 않고 연기 전체의 밸런스를 맞추는 힘이 좋더라고요. 대부분 자기 것만 욕심 내면 영화 전체적으로 튈 수밖에 없거든요. 그걸 조절하는 능력을 갖춘 배우죠.”

■“내리막길 걷던 지난날, 날 내려놓는 게 최선이더라고요”

2003년 데뷔다. ‘탑골명작’으로 꼽히는 ‘제5공화국’에 그가 출연했다는 걸 기억하는 이가 많지 않을 만큼 오랜 시간 한 길로만 달려온 셈이다.

“그때와 지금 주름이 늘어가고 나이가 먹은 것 외엔 달라진 게 많진 않아요. 나를 내려놓는 법을 알게 된 것 빼고는요. 어릴 적엔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강박증에 시달렸어요. 성공이 목표였고요. 그래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을 거로 생각했죠. 물론 지금도 성공이 중요하지만, 그건 작품에 대한 책임감으로 연결돼요.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 모양이에요.”

제대 이후 잠시 내리막길을 걸었다고도 자평했다.

“그때 제 정신건강을 지키려면 스스로 내려놓는 수밖에 없더라고요. 그게 가장 편한 방법이었고요. ‘난 왜 남들처럼 120점짜리 시나리오와 스태프들로 세팅된 작품에 들어갈 수 없을까’ 자책도 많이 했어요. 제가 가진 역량이 여기까지인데 너무 많은 걸 바란 건 아닌가 싶기도 했고요. 이런 저런 일을 겪다보니 어쩔 수 없이 내려놓게 되고, 그 안에서 잘할 수 있는 걸 찾고 최선을 다하게 됐죠.”

그 노력과 인내는 결국 빛을 발했다. 이젠 앞으로의 한발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전도연 선배도 그러더라고요. ‘나도 300만, 500만짜리 영화 하고 싶어. 하지만 나 같은 배우도 있어야 작은 영화도 계속 나오지 않겠어?’라고요. 그러면서 ‘너도 네가 생각하는 배우의 길을 찾아가’라고 덧붙이는데 참 존경할 만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죠. 저도 분량, 캐릭터 가리지 않고 정말 여러 작품을 하고 싶어요. 꼭 ‘천만 영화’만 고집할 필욘 없잖아요. 제게 나름의 명분이 있고 즐거우면 의미가 있는 거니까요.”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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