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방 헐고, 홍등 끄고 '제2의 도약' 꿈꾸는 영등포

유엄식 기자 2020. 2. 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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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부동산]재개발로 노후 구도심 이미지 벗는 영등포역 일대
영등포역 앞에 쪽방촌 재개발을 축하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지하철 1호선과 KTX가 지나는 영등포역 일대는 편리한 교통 여건에도 그동안 주거지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공장이 많고 1970년대 형성된 쪽방촌과 집창촌이 아직 남아 있어서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연 면적 37만㎡ 규모 복합 쇼핑몰 타임스퀘어(2009년 준공)도 이 지역의 이미지를 완전히 바꾸지 못했다.

하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지난 20일 쪽방촌 재개발 계획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개발안에 따르면 2023년까지 영등포역 인근 1만㎡ 규모 쪽방촌 부지에 최고 40층, 1190여 가구의 주상복합단지가 조성된다.
영등포역 일대 쪽방촌 재개발 홍보…집창촌은 언제 개발?
지난 29일 찾은 영등포역 곳곳에 쪽방촌 재개발을 홍보하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쪽방촌 재개발에 대한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70대 최모 씨는 “재개발은 내가 젊었을 때부터 나온 얘기인데 아직도 못했다. 차라리 그냥 두는 게 낫다”고 했고, 60대 김모 씨는 “깔끔하게 새로 지은 집에서 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업계는 기대감이 크다. 영등포동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이 지역은 교통과 상권이 좋은데 슬럼 이미지 때문에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낙후된 쪽방촌이 신축 단지로 깔끔하게 바뀌면 가격이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고 했다.

쪽방촌 북측 길 건너편에 있는 집창촌 구역은 쪽방촌보다 2배 큰 2만㎡ 부지에 형성돼 있다. 앞서 쪽방촌과 통합 재개발 논의 당시 이곳엔 39층 호텔과 22~29층 업무시설을 지을 예정이었으나 토지보상, 사업성 저하 등의 문제로 중단됐다.

영등포역 인근 집창촌 구역 전경. 일부 업소는 아직 운영되고 있다. /사진=유엄식 기자
영등포구청은 이 지역은 민간주도 개발을 유도하되 필요한 행정지원을 할 계획이다. 조합이 설립되면 재개발 사업 인허가 절차가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일부 토지주들도 재개발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상업지역으로 토지 가격이 일반 주거지역보다 비싸 보상비 협상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선제분 리모델링 이달 착공, 신안산선 2024년 개통 예정
타임스퀘어 앞에 있는 ‘대선제분’ 밀가루 공장은 1936년 준공된 건물인데 기존 원형을 최대한 보존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을 추진 중이다. 당초 2019년 하반기 공사를 완료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다소 지연됐다. 현장 관계자는 “28일부터 공사를 시작해 9월부터 개장할 예정"이라고 했다.
오는 28일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진행하는 대선제분 공장 전경. /사진=유엄식 기자

이와 함께 내년 영등포로터리 고가가 철거되고, 2024년 안산~여의도를 잇는 신안산선이 영등포역과 연계되면 지역 교통 여건은 더욱 개선될 전망이다.
쪽방촌 등 노후시설 개발 기대감이 커지자 인근 구축 단지 가격도 오름세다. 도림동 중개업소에 따르면 영등포푸르지오 전용 84㎡ 시세는 쪽방촌 개발 발표 전 9억3000만원 내외였는데 최근 10억3000만~10억5000만원으로 올랐다. 지난해 11월 같은 평형(23층) 실거래가 8억7000만원보다 1억5000만원 이상 뛴 셈이다.
영등포뉴타운 재개발도 시동
신길뉴타운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하던 영등포뉴타운 개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영등포동 2, 5, 7가 일대 14만4578㎡ 부지에 총 3569가구의 신축 아파트와 상업, 업무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한때 26구역으로 쪼개 재개발이 진행되다가 2016년 서울시가 주민 동의를 거쳐 일부 지역을 해제해서 현재는 7개 구역(1-2·3·4·11·12·13·14)만 남았다.

1-4구역을 재개발한 ‘아크로타워스퀘어’는 2017년 8월 완공돼 입주를 마쳤다. 1-3구역 재개발 단지(포레나 영등포)는 올해 10월 입주 예정으로 공사가 한창이다. 1-2구역은 조합 설립 후 사업시행인가 심의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영등포뉴타운 1-13 구역 노상 앞에 플래카드가 붙어 있다. 뒤편엔 1971년 준공된 주상복합 동남아파트. /사진=유엄식 기자


영등포시장과 인접한 다른 구역들은 이보다 사업속도가 느리다. 1-11구역은 재개발 추진위가 설립된 상태이며 1-12구역은 지난해 조합이 설립해 사업시행인가를 준비 중이다. 1-13구역은 지난해 말 사업시행인가를 받았다. 1-14구역은 아직 재개발 추진위도 설립되지 못한 상황이다. 지역 중개업소엔 장기투자 목적의 소규모 지분 매물이 나와 있다.

영등포뉴타운에서 재개발이 완료된 지역은 집값이 가파른 상승세다. 아크로타워스퀘어는 2014년 일반분양 당시 전용 59㎡가 4억5500만~4억9700만원, 전용 84㎡는 6억4000만~6억9000만원에 공급됐다. 국토부 실거래가 통계를 보면 지난해 12월 이 단지의 전용 84㎡(9층)이 13억8000만원, 전용 59㎡(32층)이 11억3500만원에 각각 거래됐다. 최초 분양가보다 6~7억원 웃돈이 붙은 셈이다. 전셋값도 지난해 초보다 5000만~1억원 가량 상승했다.

2017년 분양한 1-3구역 포레나 영등포는 최초 분양가(전용 59㎡ 6억1400만원, 전용 84㎡ 7억6700만원)보다 3~4억원 웃돈이 붙었다.

여의도가 가까운 입지에 신축 단지 이점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는 게 주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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