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 주민 "우한 형제님들, 환영합니다"..우한 교민 버스 인재개발원 도착

이삭·권순재 기자 2020. 1. 31. 15: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람 살기 좋은 ‘생거진천’에서 편안하게 지내다 가셔유~.” 31일 오후 1시쯤 충북 진천군 덕산읍 공무원인재개발원. 김포공항에서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들이 이곳 정문을 통과하자 긴장감이 돌았다. 이때 인재개발원 근처에 3명의 노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의 손에는 펼침막이 들려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노인들을 제지하던 경찰은 이들의 펼침막을 보고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상부와 연락을 취한 경찰은 이들에게 펼침막을 게시해도 좋다고 말한 뒤 자리를 떠났다. 이들이 들고온 펼침막에는 ‘우한형제님들, 생거진천에서 편히 쉬어가십시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우한 교민을 환영하는 펼침막은 인재개발원 정문 앞 다리에 걸렸다.

31일 오후 우한 교민들이 임시생활하게되는 충북 진천군 덕산읍 공무원인재개발원 앞 다리에 진천읍 마을 주민들이 교민들을 환영하는 펼침막을 걸고 있다. 이삭기자.

펼침막을 게시한 것은 진천읍 주민들이다. 정모씨(78)는 “재난을 피해 타국에서 찾아온 우리나라 국민인데 이들을 반대하는 것은 너무하다는 생각에 마을 주민들 60명이 마음을 모아 펼침막을 걸게 됐다”며 “생거진천이라고 불릴 만큼 살기 좋은 우리 지역에서 교민들이 2주 동안 편히 지내다 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1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충북 진천군 덕산읍 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향하고 있다. 이삭 기자

.

지난 29일부터 시작된 우한 교민 수용을 둘러싼 진천·아산 주민 갈등은 일단락된 모습이다. 주민들은 교민 도착 전 수용 반대 현수막을 자진 철거하고 집회 장소 등을 정리했다. 진천에 사는 윤모씨(55)는 “지자체장, 지역주민들과 아무런 상의 없이 우한 교민 수용을 일방적으로 결정한 정부에 항의한 것이지 교민이 오는 것을 반대한 것은 아니다”라며 “본의 아니게 교민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미안하다. 지역주민들은 교민들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한상훈 진천 서전고 교장도 “수용을 반대하던 주민들이 이를 철회한 배경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교민들을 포용하려는 (주민들의) 배려심이 있었다”고 밝혔다.

31일 오후 김포공항에서 우한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충북 진천군 덕산읍 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이삭 기자

중국 우한에 고립됐다가 귀환한 국민 350명(의심증상자 18명 제외)은 이날 임시보호시설인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과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전세기(대한항공 KE9884편 보잉 747)를 타고 이날 오전 8시쯤 김포공항으로 귀국한 교민 368명 중 200명은 낮 12시50분쯤 아산에, 150명은 오후 1시20분쯤 진천에 각각 도착해 2주간 격리에 들어갔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다행이다. 정부가 교감 없이 진천과 아산을 수용지역으로 정한 것에 주민들은 분노했지만 결국 마음을 열어줬다”며 “교민들과 주민들이 하나 돼 위기를 극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삭·권순재 기자 isak84@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