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모든 과정 공개"..버티던 靑 인사들, 검찰 출석 이유는(종합)
청와대 하명수사 및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미뤄왔던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잇따라 검찰에 출석하는 동시에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검찰이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기소 방침을 세운 가운데 검찰 출석 불응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 하에 검찰 수사에 대한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29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오는 30일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은 임 전 실장이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매수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지난해 연말부터 수 차례에 걸쳐 임 전 실장에게 소환 통보를 했지만 임 전 실장에 대한 조사가 두달만에 이뤄지게 됐다.
임 전 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출석 사실을 알리고 "검찰을 통해 전달됐을 것으로 짐작되는 저의 소환불응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며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일부 검사들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를 쫓은 것이 아니라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기획을 해서 짜 맞추기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사건에 매달리는 검찰총장의 태도에서는 최소한의 객관성도 공정성도 찾아볼 수 없다"며 "무리한 수사를 넘어 정치개입, 선거개입의 잘못된 길을 가고 있지 않은지 깊은 성찰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아울러 "비공개로 다녀오라는 만류가 있었지만 저는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검찰 수사에 정면으로 맞서 결백함을 증명하겠다는 뜻도 나타냈다.
임 전 실장의 검찰 출석보다 하루 앞서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도 검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았다. 이 비서관은 지방선거 당시 김 전 울산시장 측근비위 의혹수사 시발점이 된 청와대 첩보생산 및 경찰 이첩 과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역시 이달 초부터 세 차례에 걸친 검찰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아 검찰이 체포영장 청구 등을 통해 이 비서관을 강제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비서관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 차례 검찰에 등기 우편을 발송해 검찰 출석 요청에 대한 제 입장을 명시적으로 밝혔고 이 출석도 그 연장에 있는 것"이라며 검찰 소환 불응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누가 어떤 연유로 반쪽 사실만 흘리고 있는지 궁금하다"며 검찰의 수사 행태를 비판했다.
검찰은 소환에 불응한 적이 없다는 이들의 주장에 대해 "본인이 나오겠다고 했으니 특별히 언급할 말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도 검찰 내부에서는 "일반인이라면 몇 차례씩 검찰 출석 요구를 마음대로 미룰 수 있었겠느냐"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청와대 관련 검찰 수사를 두고 청와대와 검찰이 대립 국면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청와대를 방패삼아 법망을 피해가는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것.
법조계에서는 전현직 청와대 인사들이 검찰 인사로 수사팀이 교체되는 것을 기다려 출석을 미룬다는 관측이 나왔다. 이달 초 검찰 고위직 인사에서 박찬호 전 대검 공공수사부장이 제주지검장으로 이동했고 지난주 중간간부 인사에서는 수사 실무를 책임지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평택지청장으로 임명됐다.
대검에서 수사를 지원하던 임현 공공수사정책관과 김성훈 공안수사지원과장, 이희동 선거수사지원과장 등도 교체됐다. 직접적으로 수사를 이끄는 김태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검사는 유임됐지만 수사 라인이 대거 교체됨에 따라 잠정적으로 수사가 중단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또다른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는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은 "2월 4일 이후 검찰에 출석하겠다"며 교체된 새 수사팀에게 조사를 받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불구속 기소 과정에서 '법 위의 청와대 인사들'이란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아 임 전 실장과 이 비서관이 더이상 검찰 조사를 미루는 것이 실익이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최 비서관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 입학비리와 관련돼 공범으로 지목됐지만 검찰의 세 차례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이에 검찰 수사팀이 소환 조사 없이 불구속 기소 방침을 세웠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결재 거부에도 윤 총장의 지휘 아래 기소가 이뤄졌다. 이를 두고 법무부가 '날치기 기소'라며 감찰 방침을 밝히기도 했지만 법과 규정 상 감찰 근거가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자 섣불리 감찰에 착수하고 있지 못한 상태다.
법조계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나 이 비서관 역시 검찰 조사에 응하지 않더라도 윤 총장이 기소를 밀어붙일 것을 안 이상 검찰 조사에 버틸 수 있는 '특권층'이란 여론 비판 대신 법 절차를 지키고 대신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강하게 주장해 여론전을 펼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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