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검찰 압박' 고삐 당길수록..'수사 외압' 명분 쌓이는 검찰

김원진 기자 입력 2020. 1. 27. 21:41 수정 2020. 1. 2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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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이성윤 중앙지검장 ‘윤석열 패싱’ 논란 일자 “사실 달라” 해명
ㆍ법무부·검찰 간부 통한 견제…“되레 검 수사 결과 책임 면해”

청와대와 법무부의 검찰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이 ‘수사 외압’을 받는 구도가 지속될수록 수사 성패와 상관없이 검찰이 명분을 얻을 수도 있다.

검찰 수사를 둘러싼 공방은 설날 연휴에도 이어졌다. 서울중앙지검은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오전 9시10분쯤 기지단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패싱하거나 사무보고를 철회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전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 기소와 관련해 윤 총장을 건너뛰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게 보고했다”는 보도에 따른 해명이었다.

청와대는 법무부와 새로 임명한 검찰 간부를 통해 검찰을 견제하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심재철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임 직후인 이달 중순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무마 의혹의 책임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기소하자는 의견을 냈다. 법무부도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차례 인사, 직접수사 부서 축소, 감찰권 행사 가능성 언급 등 할 수 있는 행정조치를 모두 동원했다.

청와대가 직접 해명에 나서거나 브리핑으로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검찰 수사와 관련해 서면 브리핑 등 여러 방법으로 지난해 12월부터 지난 24일 사이 13번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가 “검찰은 12월1일부터 피의사실과 수사 상황 공개 금지가 시행되고 있음을 명심해달라”(지난해 12월3일), “ ‘보여주기식 수사’를 벌인 것으로 강한 유감”(지난 10일)이라고 밝힌 것이 대표적이다. 검찰은 청와대가 압수수색에 반발하자 지난 10, 12일 잇달아 입장문을 내는 등 반발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충돌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검찰이 ‘무리한 수사’를 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이례적으로 긴 수사 기간, 동원된 수사 인력에 비해 미흡한 수사 결과 등을 근거로 든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 수사를 한창 진행하고 있다. 개인 비리에 가까운 조 전 장관 일가 수사와 유 전 부시장 수사와 달리 선거개입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청와대는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청와대가 검찰 압박 수위를 높일수록 오히려 검찰에 명분을 준다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에 ‘수사 외압’을 받는 구도가 되면 검찰은 수사 정당성을 얻기 때문이다. 검찰이 성공적인 수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더라도 청와대의 압박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명분도 생긴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회장(변호사)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은 수사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없다”며 “청와대가 지속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면 오히려 검찰은 향후 수사 결과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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