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간 한 푼 못 써도 매년 배정..'끼워넣기' 예산 여전

심영구, 안혜민 기자 2020. 1. 25.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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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5년 동안 한 푼도 쓰이지 않았는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매년 국회에 배정되는 10억 원의 예산이 있습니다. 

개선되지 않는 국회 예산심사의 문제점을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의 심영구 기자와 안혜민 기자가 분석했습니다.

<기자>

지난해 10월 30일 국회 국토교통위 예산소위 회의록.

[김석기 의원 : 영일만 횡단대로. 국토부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것이죠?]

[국토부 차관 : 적정성 재검토 결과가 통과 못 하게 나왔기 때문에 예산 반영하기가 쉽지가 않은 사항인데.]

[김석기 의원 : 포항 지역은 지진 피해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상황이잖아요. 다시 한 번 검토해 주시지요.]

[김경욱 차관 : 국가재정법 사항이라서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는 말씀 드립니다.]

여기가 그 포항 영일만입니다. 이 만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영일만 횡단대로 사업입니다.

2009년, 2011년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경제성이 낮다고 나왔고 2017년 KDI의 사업성 재검토 결과도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지난해 초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대상에서도 탈락했습니다. 이쯤 되면 예산을 안 줄 것 같은데 올해 설계비 명목으로 10억 원을 책정했습니다.

이번이 처음도 아니었습니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5년 연속 예산이 책정됐습니다.

기획재정부가 사업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어 한 푼도 쓰지 못했는데, 국회에서 올해도 예산을 배정한 것입니다.

박명재 의원은 영일만 횡단대로 건설이 지역 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 예산에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사업성이 낮거나 사용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 정부안에서는 빠졌지만, 국회 예산 심사 과정에서 반영된 예산은 올해 15개, 500억 원 규모입니다.

마부작침이 분석한 지난 3년 간 국회 예산회의록을 보면 국회의원들이 심사 과정에서 새롭게 끼워 넣는 사업은 2018년 447개에서 올해 487개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이런 사업을 불법, 불용, 뭉텅이, 깜깜이 총 4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관련 법과 예산 편성 지침을 어기면서 편성한 사업.

3년 연속 증가했습니다.

사업성이 낮거나 쓰이지 않을 가능성이 큰데도 반영된 사업, 역시 증가했습니다.

세부 사업을 심사하지 않고 뭉텅이로 처리한 사업은 작년에 비하면 줄었지만, 예산회의록에 아예 논의한 흔적이 없는 깜깜이 사업은 올해도 역시 100건 넘게 분석됐습니다.

[이상민/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 (심사)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되는데요. 9월 (국회) 처음부터 예산심의에 들어가야 되고요.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모든 것을 기록해야 됩니다.]

20대 국회의 마지막 예산 심사의 문제점이 오는 4월 새롭게 구성될 21대 국회에서는 조금 더 나아지길 기대해봅니다.

(영상취재 : 이병주, 영상편집 : 장현기, CG : 홍성용·박소연·송경혜, VJ : 정한욱·김초아)

▶ 안 된다는데 슬그머니…국회 편법 예산, 올해도 2조↑
[ https://news.sbs.co.kr/d/?id=N1005618950 ]

**2020년의 '불법' 사업을 추가 발견하면서 해당 그래픽을 71건에서 79건으로 수정했습니다.
(수정일시: 2020년 1월 31일 오전 11시 30분)
 

심영구, 안혜민 기자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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