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명 구창선' 크리스텐슨 하버드大 교수 별세.. 베이조스·잡스의 구루

유진우 기자 2020. 1. 25.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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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 이론으로 유명한 세계적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가 23일(현지 시각) 미국 보스턴에서 숙환인 소포림프종으로 별세했다. 향년 67세.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한 ‘파괴적 혁신이론’으로 경영학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경영학 ‘구루’다. 그가 처음 내세웠던 파괴적 혁신 이론은 '잘 나가는 기업도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업계 1위 기업들은 대규모 투자로 첨단 신제품을 개발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것에 몰두하지만, 이 달콤한 관성에 맛을 들이면 현실 세계에선 싸고 단순한 제품을 만드는 기업들에 야금야금 시장을 빼앗기고, 결국 몰락한다는 것.

오로지 강의실과 연구실에 매몰된 일부 교수들과 달리, 크리스텐슨 교수는 복수의 기업을 직접 세우고 경영해 본 현장형 경영가 겸 경영학자였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1992년부터 같은 학교 교수로 쭉 강의 일선에 나섰던 그는 1984년 MIT 교수들과 전자·통신 부품업체를 설립해 회장을 지냈다. 교수가 된 이후인 2000년대엔 컨설팅회사두 개를 차례로 설립해 경영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hristensen) 하버드 경영대학원 석좌교수. /AP연합뉴스

현장에서 얻은 그의 산 지식은 기술 급변의 시대에 신기술을 가진 혁신 도전자들을 맞아 무너진 수없이 많은 기업들에 경종을 울렸다. 영국 더타임스는 그를 '세계 비즈니스 사상가 50인'로 꼽기도 했다.

크리스텐슨 교수는 내로라하는 세계적인 경영학자 가운데는 유난히 한국을 사랑한 경영학자였다. 한국 언론과 수시로 인터뷰를 가졌을 뿐 아니라, 각종 포럼에 수차례 참석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표했다.

심지어 크리스텐슨이란 발음을 본딴 '구창선'이란 한국 이름까지 가지고 있었다. 그는 미국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 출신의 예수그리스도 후기성도교회(몰몬교) 회원이다. 1971년부터 1973년 사이 춘천과 부산에서 선교사 생활을 할 때 크리스텐슨이란 이름을 한국인들이 어려워하자 한국 이름을 따로 지었다. 그는 조선일보 위클리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스스로를 "한국을 사랑하고, 한국인을 사랑하고,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2010년 암(소포림프종) 진단을 받은 이후 10여년간 투병 생활을 이어오면서 건강이 눈에 띄게 쇠약해졌다.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머리를 짧게 잘랐고, 장거리 출장도 줄이며 대중들 앞에 서는 시간이 이전보다 줄었다.

CNN은 이날 "크리스텐슨 교수는 실리콘밸리의 경전을 집필한 인물"이라며 "그가 쓴 파괴적 혁신이론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가 꼽은 최고의 서적이며,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도 살아 생전 스스로 ‘깊은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을 정도"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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