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록적인 눈 부족에 곳곳서 '비명'

도쿄|김진우 특파원 입력 2020. 1. 24.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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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사상 최저 적설량에 개장 못하는 스키장 속출 도쿄올림픽 더위대책용 눈 활용은 무산 위기 세계문화유산 ‘시라카와고’ 야경 투어 취소도

지난 10일 후쿠시마현 이나와시로 리조트 스키장이 눈 부족으로 폐쇄돼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따뜻한 겨울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기록적인 눈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곳곳에서 비명이 터져나오고 있다. 스키장이 개장을 못하면서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눈 관련 상품이나 행사도 타격을 입고 있다.

22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동북부 후쿠시마(福島)현 이나와시로(猪苗代) 리조트 스키장은 지난해 12월21일 개장 예정이었지만 아직까지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산 정상 부근에도 60㎝밖에 눈이 쌓이지 않는 등 눈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나와시로 리조트 호텔은 예년 같으면 주말에 객실 49개가 스키 손님으로 가득찼지만 지난 18일 현재 숙박은 4건뿐이다. 숙박 예약 취소는 200건 이상, 500명에 이른다. 호텔 측은 “손님이 80% 정도 줄었다. 까딱하면 도산한다”라고 말했다. 오는 25일 개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지만 갑자기 온도가 올라가거나 비가 내릴 경우가 걱정이다.

기상정보회사 웨더뉴스에 따르면 일본 전국의 스키장 385곳 가운데 개장한 곳은 20일 현재 73.5%다.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90% 이상의 스키장이 문을 열었다.

일본에선 이번 겨울 편서풍의 영향으로 시베리아의 찬공기가 내려오지 못하면서 예년보다 눈이 적게 내리고 있다. 따뜻한 기온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적설량은 예년과 비교해 북일본에서 38%, 동일본은 26%에 머물렀고, 서일본에선 눈이 한 차례도 관측되지 않았다. 북일본과 서일본은 1961년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후로 적설량이 가장 적었다. 작년 11월1일부터 1월20일까지 누계 적설량도 홋카이도(北海道) 삿포로(札幌)시가 예년의 56%, 폭설지대로 유명한 니가타(新潟)현 묘코(妙高)시가 예년의 18%였다. 다음달 16일 국민체육대회를 앞두고 있는 도야마(富山)현은 통상 100~300㎝의 눈을 기록하지만 가장 많은 지점에서도 적설량이 1㎝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시 당국은 국민체육대회의 스키점프와 크로스컨트리가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심각한 눈 부족 현상은 다양한 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폭설지대로 알려진 니가타현 미나미우오누마(南魚沼市)시에선 도쿄올림픽의 무더위 대책으로 눈을 활용하려던 계획이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시는 당초 이번 겨울 눈을 보존해 도쿄올림픽 때 축구와 농구 경기장에서 송풍기로 눈을 날려 냉기를 일으키고, 비닐주머니에 눈을 담은 ‘스노우팩’을 배포할 계획이었다. 이를 위해 야외에 높이 약 5m의 설산을 쌓아 눈을 저장하다가 보냉 컨테이너를 이용해 경기장에 운송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1월 이후 눈이 내리지 않는 날이 총 10일을 넘으면서 현재 눈의 적설량은 15㎝에 그치고 있다. 2019년 같은 시기 적설량은 150㎝였다. 시 직원은 “하늘에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마이니치신문에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인 기후(岐阜)현 시라카와고(白川鄕)도 관광업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갓쇼즈쿠리’로 불리는 삼각형 모양의 전통목조가옥으로 유명한 시라카와고는 눈 덮인 풍경을 감상하기 위해 매년 겨울 외국인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하지만 눈이 좀체 내리지 않으면서 22일 현재 가옥들은 목조 지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고, 야경 투어 취소도 잇따르고 있다고 TBS 방송은 전했다.

천연 얼음을 사용한 빙수로 유명한 사이타마(埼玉)현 나가토로(長瀞)정 아사미(阿左美)냉장에선 1월 전반에는 15㎝ 정도의 얼음을 잘라내는 작업을 할 예정이었지만, 얼음 두께가 15㎜밖에 되지 않는 바람에 작업을 못하고 있다. 냉장 측은 “당분간 작년 재고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예년 같으면 눈으로 덮여 있어야 할 골프장은 희희낙락이다. 북부 아키타(秋田)현 노시로(能代) 컨트리 클럽은 통상 3월 중순 이후에 개장하곤 했지만, 현재에도 주말 개장을 계속하고 있다. 골프장 측은 “1월에 계속해서 문을 열 수 있는 것은 지난 50년 간 1번도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도쿄|김진우 특파원 jw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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