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이 뭐길래①]'사모펀드 1위'가 어쩌다 '불신'의 아이콘 됐나

김윤지 2020. 1. 24.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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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의혹에 유동성 막히며 문제점 드러나
TRS 제공 증권사부터 "안전하다" 판 판매사까지
'폰지 사기에 당한 폰지 사기'란 의혹도

“손에 꼽을 ‘희대의 사건’이다. 설마 했던 일들이 하나 둘씩 드러나고 있다.” 운용업계에선 ‘라임자산운용의 사태’를 두고 이런 말들이 나옵니다. 문제는 사건 자체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입니다. 서스펜스, 스릴러, 반전 등이 뒤섞여 있어 한 순간 놓쳐버리면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대서사극 같습니다. 그래서 이데일리가 ‘라임자산운용 사태’를 4편으로 나눠 쉽게 풀어봤습니다. 지금까지 상황을 살펴보고 라임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지 ‘매의 눈’으로 지켜보시죠. [편집자 주]

그래픽=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윤지 기자]계획된 사기극일까, 악재가 겹친 사고일까.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대규모 환매 중단 사태는 해를 넘기며 심각성만 더해가고 있다. 상황을 시간 순으로 정리해 봤다.

◇ 2019년 7월=잘 나가던 업계 1위, ‘돌려막기’ 의혹

라임은 2012년 투자자문사로 시작했다. 2015년 사모펀드 운용사로 전환해 본격적으로 운용업에 뛰어들었다. 높은 수익률을 바탕으로 빠르게 수탁고를 늘렸다. 지난해 7월 라임은 사모펀드 설정액 6조원을 넘볼 정도였다.

그런 라임이 ‘펀드 돌려막기’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부실 기업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사들였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른바 라임이 투자했다는 회사 명단을 모은 ‘라임 리스트’가 SNS 등을 통해 유포되면서 ‘좀비 기업’이란 낙인도 찍혔다. 금융 당국은 라임에 대한 조사에 들어갔고 일부 판매사는 판매를 중단했다.

◇ 2019년 10월=결국 판매 중단…“원금 지키겠다”

지난해 10월 라임은 모펀드 3개와 자펀드 149개에 대해 환매 중단을 결정했다. 그 규모가 최대 1조3000억원일 것이라 발표했다. 10월16일에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향후 환매 계획을 밝히며 유동성 문제로 환매를 중단했고, 최대 4년8개월까지 걸릴 것이라 약속했다. 자산을 저렴한 가격에 처분하며 손실이 날 수밖에 없으니 원금과 수익을 지급할 수 있게 기다려달라고 호소했다.

일단은 지켜보자는 반응이었다. 자산 자체의 문제점 보다는 유동성 경색을 원인으로 꼽았고, 그만큼 원금 손실 가능성도 부각되지 않았던 탓이다. 다만 환매중단된 펀드 이외의 상품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불안해하며 환매에 나서며 수탁고는 점점 줄었다. 일부 투자자들은 온라인 카페 개설 등을 통해 공동 대응을 도모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이사 [사진=연합뉴스]
◇ 2019년 11월=메자닌 투자부터 TRS 거래까지

성장이란 빛에 가려져 있던 그림자가 조금씩 드러났다. 라임은 소수의 특정 펀드를 모(母)펀드로 설정한 후 재간접 투자 방식을 다양하게 조합한 다수의 자(子)펀드를 운용했다. 투자 금액을 키우기는 쉽지만 반대로 부실이 발생하면 연쇄적으로 무너질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사모채권(플루토-FI D-1호), 메자닌(테티스 2호), 무역금융(플루토-TF 1호) 등 모펀드 3개에 각기 다른 이유로 유동성 문제가 불거졌고, 이것이 자펀드로 확대되면서 환매 중단이라는 결정까지 이르렀다.

라임의 주된 전략인 메자닌의 허점도 부각됐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CB, BW, 교환사채(EB) 등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주가가 상승했을 때는 주식으로 전환한 후 후 매도하거나 주가가 하락했을 때는 채권으로 가지고 있거나 상환 청구를 통해 원리금을 받을 수 있다. 코스닥벤처펀드와 함께 메자닌 투자 열풍이 불면서 벤처기업들도 메자닌 채권 발행을 크게 늘렸고, 수요가 몰리면서 ‘제로 금리 CB’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코스닥 시장의 장기간 부진은 유동성의 위기로 이어졌다.

증권사와 맺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도 수면 위로 드러났다. TRS는 운용사가 투자자들의 자금을 담보로 증권사에 돈을 빌린 뒤 이를 다시 펀드에 투자해 수익률을 배가 시키는 방식이다. 일종의 대출로, 청산할 때는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부터 우선 상환한다.

그러던 중 라임이 CB를 사들인 회사 중 하나인 리드(197210)에서 800억원대 횡령 사건이 벌어졌다. 사건에 연루된 이종필 전 부사장이 검찰 수사를 받던 중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불응한 채 잠적했다. “투자자들에게 원금을 돌려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한 뒤 약 한 달만에 벌어진 일이었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판매사들은 협의체를 만들었다. 라임은 이들의 제안을 받아들여 모펀드 3개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 2019년 12월=폰지 사기에 당한 폰지 사기?

잠잠해지는 듯했지만 새로운 암초가 나타났다. 12월 미국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인터내셔널인베스트먼트그룹(IIG)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 사기 혐의로 등록 취소와 자산 동결 조치를 받으면서다. 라임은 ‘플루토 TF-1호’의 자금을 이 회사의 헤지펀드에 투자했다. 미 SEC 조사에 따르면 IIG 헤지펀드는 2018년 말 투자자산이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가 됐음에도 이를 속이고 가까 대출채권을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신규 고객의 투자금으로 기존 고객의 환매를 막는 ‘돌려막기’ 수법도 드러났다.

문제는 여기에 투자한 모펀드가 하나 더 있었다. ‘크레딧 인슈어드(Credit Insured) 무역금융펀드’다. 당초 신용보험에 가입된 무역거래 대출 채권에 투자하기로 한 펀드지만, 라임은 자금 일부를 ‘플루토-FI D-1호’, ‘플루토-TF 1호’에 투자했다. 결국 라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오늘 4월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해당 펀드와 관련 자펀드가 유동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환매가 중단될 수 있다고 판매사에 안내했다.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은 라임의 수탁고(금융투자협회 설정원본 기준)는 12월 말 4조3516억원에 머물렀다. 의혹 제기가 불거진 5개월 만에 약 1조7000억원이 사라진 셈이다.

◇ 현재=사라진 투자금·모두가 피해자

일부 투자자들은 라임과 판매사 등을 형사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수순이기도 했다. 라임의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회계 실사 초안에서 채권 등 상당수 자산이 낮은 등급으로 분류돼 손실 규모가 40~70%에 이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레버리지(대출)을 제공한 TRS 거래까지 고려하면 투자자는 원금을 잃을 가능성이 높았다.

금융당국과 판매사의 이해관계도 엇갈렸다. 라임은 실사가 끝나면 필요에 따라 회계상 손실로 처리하는 ‘상각’ 처리 계획을 밝혔다. 금감원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손해가 불 보듯 뻔한 일부 판매사는 반발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은 내달 최종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김윤지 (jay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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