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W] 점집에도 한류 열풍? 사주 보러 줄서는 외국인들

"당신 어머니가 장수하지 못할 것이니, 친정집으로 돌아가 남은 시간을 함께 보내시게나!"
지난 17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사주 카페를 찾은 일본인 히라노 리쓰에(64)씨에게 역술인 박만호(55)씨가 이렇게 말했다. 흰 종이 위에 리쓰에씨의 한자 이름과 생년월일을 쓰고 한참을 생각한 뒤였다. 결혼 후 20여년간 시댁에서 시부모님과 함께 사는 리쓰에씨는 '이제 내 어머니와 함께 살고 싶다'며 박씨에게 사주를 봐달라고 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박씨가 고용한 일본인 통역사가 실시간으로 통역했다.
사주·신점(神占) 관광으로 서울을 찾는 외국인이 늘고 있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명동과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주변 등지에 있는 사주 카페나 점집들은 외국인으로 발 디딜 틈 없을 정도다. 21일 기자가 방문한 명동 점집 6곳 중 3곳, 홍대입구 주변 점집 13곳 중 5곳에 'palm ·face reading, oriental fortune telling (손금·관상, 사주)' 'Chinese·Japanese OK(중국어·일본어 가능)' 등 외국인 호객용 간판이 걸려 있었다. 리쓰에씨 점을 봐준 역술인 박씨는 "매장을 찾는 손님의 90% 이상이 외국인인데, 일본인과 중국인이 가장 많다"고 했다.
한자 이름이 없는 외국인들은 관상이나 생년월일을 통해 점을 본다. 사주 카페를 운영하는 역술인 양모(63)씨는 "생년월일로 사주를 볼 땐 시차(時差)를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태어난 도시를 묻고, 아시아 시각으로 계산해 점을 친다"고 했다. 또 다른 역술인은 "한국 사람들이 자녀·애인 등 주변 사람들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면, 외국인들은 '내 사업이 앞으로도 잘될 것 같으냐' 등 본인과 관련된 내용을 궁금해한다"고 했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점 문화를 접하는 통로는 유튜브가 대표적이다. 유튜브에 'Korean fortune teller(한국 점쟁이)' 등 키워드로 검색하면 세계 각국 유튜버들이 한국에서 점을 본 뒤 올린 후기 영상이 수백 개 뜬다. '가봤는데 아주 신통하게 잘 맞힌다' '일본 점집보다 저렴해서 부담 없다' 등의 댓글이 달린다.점을 봐주는 유튜브 채널 'TV용군' 운영자 김모(36)씨는 "유튜브를 보고 연락해 온 외국인이 지난달부터 1000명에 이른다"고 했다.
"한국 점 문화가 흥미롭다"는 게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독일인 베로니카(31)씨는 "유럽인들에겐 불교나 토속신앙에 근거한 한국의 사주 문화가 굉장히 신기하다"며 "점쟁이들이 정말 미래를 내다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재미는 있다"고 했다. 일본인 나오미(62)씨는 "일본에도 점집이 있지만 관상, 사주까지 볼 수 있는 건 한국뿐" 이라고 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커지는 與토론회피 논란…오세훈 “저급한 정치” 한동훈 “서태지처럼 신비주의하나”
- ‘전남 1호 관광도로’ 여수 백리섬섬길… 남해안 대표 해상 관광도로로 뜬다
- 아이유, 서른세 번째 생일 맞아 3억원 기부
- 정원오 “15분 스포츠 생활권 조성” 체육 공약 발표
- 오세훈·이준석, 부동산 정책 연대... 서울서 보수 단일화 논의되나
- ‘담배연기, 살인충동’...서울 대형병원 출구 앞 글귀에 환자들 술렁
- 현관문에 페인트칠·계란 투척… ‘보복 대행’ 범죄였다
- 트럼프 “대만, 미국 믿고 독립한다는 생각 말아야”
- 삼성 “쟁의 참여 설득 위해 폭행·협박 있어선 안 돼”
- 검찰 내부 “국민의힘 청문회 참석으로 박상용 징계하려면 임은정도 징계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