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남은 이들 무서워해" 주재원 "신선식품 품귀 현상" ['폐렴 발병지' 우한 봉쇄령]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2020. 1. 2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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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우한 한국 교민들 어쩌나

‘감염자 옮긴다’ 소문 돌아

외출 삼가고 실내 마스크

총영사 대리 “교통편 논의”

긴급 봉쇄령이 내려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발원지 중국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은 ‘전시상황’이다. 시내·외 대중교통과 항공, 기차편 중단으로 고립된 채 언제 끝날지 모르는 ‘폐렴과의 전투’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1100만명의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서 마스크와 손소독제, 음식물을 챙기고 있다.

우한에는 한국 교민 1000여명이 체류하고 있다. 교통수단이 통제된 데다 감염 위험으로 외출을 꺼리면서 춘제(중국 설) 분위기도 나지 않는다. 불안심리가 가중되면서 일부에서는 사재기 현상도 나타났다고 교민들은 전했다. 유학생 한모씨(24)는 경향신문에 “24일에 한국으로 갈 예정이었는데 갑자기 봉쇄령이 내려졌다”면서 “미리 통지했다면 일찍 떠나거나 준비를 했을 텐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기숙사에 남은 다른 학생들도 무서워하고 있다”고 했다.

홍콩·마카오·대만과 중국 본토에서 발생한 우한 폐렴 확진자의 80%가 후베이성에서 발생했다. 당국이 이에 ‘우한 봉쇄령’이라는 특단의 조치에 나섰지만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우한대에 다니는 강재혁씨(22)는 “재래시장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식품값이 많이 올랐다”면서 “어제까지만 해도 나이 드신 분들은 마스크 없이 다녔는데 오늘부터는 전부 착용하고 있다”고 했다.

‘비행기로 소독제를 뿌린다’ ‘밤새 감염자들을 이송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외출을 더 꺼리고 있다고 했다.

한 50대 한국 주재원은 “사무실에는 최소 근무 인원만 남기고 고향으로 보냈고, 남은 직원들은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쓰게 한 뒤 하루 두 번 체온을 재고 있다”고 말했다. 이 주재원은 “슈퍼마켓 판매대에서 채소 같은 신선식품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면서 “지금은 온라인으로든, 매장에서든 마스크를 구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에는 우한 시내의 식품 진열대들이 싹 비어 있는 사진들과 한 포기에 몇 위안이던 배추가 35위안(약 5000원)으로 값이 오른 사진 등이 올라왔다.

알리바바 계열 슈퍼마켓 등 몇몇 가게들은 “영업을 계속하고 물건값도 올리지 않겠다”고 공지했으나 주민들의 불안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우한 총영사관은 한인회와 협력해 교민 상황을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광호 총영사 직무대리는 “우한 교민과 유학생들의 절반인 500명 정도가 남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교민들에게 교통편과 위생용품을 지원하는 방안을 본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봉쇄된 우한 시민들에게 소셜미디어로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동주공제(同舟共濟·한마음 한뜻으로 같은 배를 타고 강을 건너자), 우한 파이팅’의 글을 올리고 있다. 저우셴왕(周先旺) 우한시 시장은 신화통신과 인터뷰하면서 “우한 전역이 전시 상태에 들어갔다”며 “춘제를 앞두고 공무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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