링 위에 우뚝선 이낙연..한국당 제2의 손수조 나오나

장은지 기자 2020. 1. 23.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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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대표 출마하면 '미니 대선'..패배하면 차기까지 '암울'
쉽게 보고 전국 선거 지원하다 오세훈 전철 밟을 수도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서울 용산역 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공동 상임 선대위원장직과 서울 종로 출마공식 제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 전 총리는 4·15 총선에서 '대한민국 정치 1번지'인 서울 종로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다. 또한 민주당 공동상임선거대책위원장직도 수락했다. 2020.1.23/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1위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23일 종로 출마를 공식 발표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출마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로 선거가 어떤 구도로 치러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 전 총리는 이미 4·15 총선의 민주당 간판 인물로 부상했다. 그의 선거 승패는 민주당의 집권 후반기 정치적 향방을 결정하는 것은 물론, 이 총리 본인의 대권가도에도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리는 이날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대한민국 1번지' 종로에서 정치를 펼칠 수 있게 되는 것은 크나큰 영광"이라며 출사표를 던졌다. 발표 현장은 차분함 속에 긴장감 마저 감돌았다.

이 전 총리의 종로 출마는 일찌감치 예상됐던 바다. 종로 출마가 사실상 대권 행보의 첫 발인 셈이어서 그의 출마의 변은 간단치 않았다.

이 전 총리는 "(종로 출마와 공동 상임선대위원장) 그 두 가지 일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지만, 영광스러운 책임"이라면서 "그 영광과 책임을 기꺼이 떠안겠다"고 했다.

종로 선거는 이 전 총리의 상대로 누가 나오느냐에 따라 그 정치적 의미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황교안 대표와 정면대결이 성사되면 양당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을 벌여야 한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종로의 여론조사 결과와 판세, 두 후보의 유세 현장 분위기와 전달하는 메시지는 곧바로 전국 선거판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 어느 한 쪽이든 돌발 악재가 나온다면 치명적이다.

양당의 유력한 대권후보간 빅매치는 '미니 대선'으로 부르기에 충분하다. 분위기만 보면 이낙연 전 총리 쪽이 더 여유있어 보인다. 상대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출마선언을 함으로써 '강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이왕 종로 출마를 결심한 이상 이낙연 전 총리는 대선 후보 선호도 1위에 걸맞는 상대를 맞이하는 것이 정치적 의미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대진표'다.

황 대표는 아직까지 종로 출마 등 자신의 거취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종로 뿐 아니라 비례대표 출마나 용산, 마포 출마 가능성도 거론될 뿐이다.

한국당 입장에서는 상대가 크게 공격해 오는 상황에서 맞대응을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종로 선거의 의미를 축소해 여당 유력 대선후보의 기세를 누그러뜨리는 것도 묘수가 될수 있다.

이런 전략적 고려에서 '제2의 손수조' 시나리오도 거론된다. 한국당이 2012년 19대 총선에서 부산 사상에 27세의 신인 손수조 후보를 출격시켰다. 야권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민주통합당(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힘을 빼자는 전략이다. 손 후보가 당선까지는 아니더라도 선전한다면 성과는 달성되는 게임이었다. 이번 종로 선거에서도 이낙연 전 총리와 상반된 이미지와 정치적 상징성을 갖는 후보를 매칭시킬 가능성은 충분하다.

윤태곤 더모아정치분석실장은 이날 KBS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한국당 입장에서는 황교안-이낙연을 붙이는 것보다는 젊고 신선한 인물을 '이낙연 대항마'로 붙여 당시 손수조 후보가 문재인 후보의 활동 폭을 줄였던 것처럼 할 수 있다"며 "이낙연을 무조건 이겨보겠다고 판돈을 세게 거는 것보다는 발목을 잡고 곤혹스럽게 하는 것이 사실상 가능한 전략"이라고 내다봤다.

민주당도 황 대표의 출마 여부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이 전 총리가 종로에서 황 대표와 맞붙을 경우 황 대표가 우세하다는 민주연구원발(發)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지라시'가 돌자 "민주연구원에서 여론조사를 돌린 적이 없다"고 일축하기도 했다. 양 원장은 지난 20일 기자들과 만나 "가짜뉴스이지만 가짜뉴스라고 하지 말고 그냥 둬야한다. 황 대표가 (종로 지역구에) 나오게"라며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종로가 호락호락한 지역이 아니라는 점도 변수다. 정세균 총리가 종로에서 재선에 성공하며 밑바닥부터 탄탄히 다져놓긴 했지만, 그렇다고 승리를 확신할 수 있는 지역은 아니다.

게다가 이해찬 민주당 대표로부터 공동 상임선대위원장을 제안받아 이를 수락한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얼굴'이자 '간판'으로 전국 유세를 다녀야 한다. 종로 출마는 처음인 이 전 총리가 종로에 실제 얼굴을 비출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 전 총리가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전국 유세를 다니려면 비례대표로 출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2016년 총선에서의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낙선이 소환되는 이유도 그때문이다. 당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다른 지역구 지원에 공을 들이다, 정작 본인은 자신했던 종로에서 낙선했다. 이 전 총리가 전국 유세에 집중하다 종로에서 고개를 떨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황 대표가 출마해 맞대결을 하게 된다면 전국 유세를 줄이고 종로에 역량을 집중할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종로 빅매치가 전국구 선거 흥행으로 확대되는 이른바 '미니 대선'이 치러질 수 있다.

호남을 기반으로 한 이 전 총리의 정치적 확장성도 이번 총선에서 전국구 심판대에 오른다.

지난 20대 총선에서 광주·호남에서 참패한 민주당이 수도권과 부산·경남(PK)에서 예상을 뛰어넘는 승리를 거둬 제1당으로 도약했듯, 이 전 총리도 호남이 아닌 PK 에서 입지를 넓혀야 한다.

이 전 총리가 대권주자로서 자신의 전국구 확장성이 처음으로 심판받는 자리이기에 지역구에만 몰두할 수도 없다. 반대로 지역구인 종로에서 승리하더라도 텃밭인 호남에서 몰표를 받는 것 이외에 확장성을 증명해내지 못할 경우 대선주자로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점도 고심거리다.

seeit@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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