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살답게 과감하고 21살답지 않게 침착한 젊은 킬러 오세훈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U-23대표팀은 A대표팀으로 가기 위한 마지막 발판이다. 재능이 있는 선수들,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지금보다 업그레이드 시켜서 A대표팀에 보내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지난 2018년 3월, 김학범 감독이 U-23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뒤 처음 마련된 기자회견에서 밝힌 각오다. 당시 그의 우선순위 과제는 당장 여름에 펼쳐지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었다.
김 감독은 "아시안게임 금메달, 분명 어려운 도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어렵다고, 힘들다고, 두렵다고 피해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면서 "난 이 도전을 결단코 승리로 만들어 보답할 것"이라며 배수진의 각오를 피력했다. 그와 동시에 보다 먼 미래의 한국 축구를 위한 장기적 노력에도 신경을 쏟겠다는 뜻을 덧붙였다.
김 감독은 "이재성이나 김진수 등은 몇 년 전 U-23대표팀에서의 좋은 모습이 발판이 돼 현재 A대표팀의 중심이 됐다"면서 "이런 선수들을 거울삼아 노력할 이들이 있다. 얼마든지 A팀의 주축으로 성장할 이들이 있다. 잘 키워볼 생각"이라는 말로 A대표팀으로 향하는 젖줄 역할을 하는 팀의 수장 임무도 소홀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태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은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대회로 기억될 전망이다. 김학범호는 결승행을 확정하면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진출을 매듭지었다. 동시에 많은 보석들도 캐냈다.
팬들의 머릿속에 각인될 선수들이 꽤 나왔다. 득점을 터뜨린 이동준, 이동경, 조규성, 김대원 등은 물론이고 정승원, 원두재, 김동현, 김진규, 이유현, 김진야 등 다양한 포지션에서 "이런 선수가 있었어"라는 칭찬을 들었던 이들이 수두룩하다. 그중 빼놓을 수 없는 이가 막내 스트라이커 오세훈이다.
호주와의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이 펼쳐지던 22일 오후(한국시간) 태국 방콕의 탐마삿 경기장. 전반 25분쯤 눈이 번쩍 떠지는 장면이 나왔다.
호주 위험 지역 안으로 투입된 빠른 패스를 잡아낸 한국의 장신 스트라이커는 수비수를 등지고 공을 용케 간수해 내더니 보고 있는 이도, 마크하던 이도 생각지 못할 타이밍에 왼발 터닝 슈팅을 시도했다. 거리가 꽤 멀어 놀랐고, 골문과 거의 180도 반대 방향을 보고 있었기에 또 놀랐으며 그의 발을 떠난 공이 정확히 골포스트를 때려 크게 놀랐다.
허리가 완전히 돌아가야 하는 부드러움 속에서 거리를 무시하는 빠른 슈팅이 가능할 정도의 힘을 싣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비록 골대의 방해로 '원더골'은 실패했으나 오세훈이라는 젊은 스트라이커의 잠재력을 느낄 수 있던 장면이다.
1999년생. 이제 21세가 된 오세훈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고 있는 형들보다 1~2살이 어린 팀의 막내다. 지난해 여름 폴란드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멤버로 김학범 감독의 눈에 들어 '월반'한 자원인데 생각보다 기여도가 높다.
중국과의 1차전 때는 실망스러움에 그쳤으나 오세훈은 우즈베키스탄과의 3차전 때 멀티골을 터뜨리며 페이스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올림픽 진출권이 걸려 있던 호주와의 경기에서 타깃맨이 해줘야할 것들을 충실히 소화하며 2-0 승리에 일조했다. 골을 직접 기록하진 못했으나 공중에서 싸워야할 때, 박스 안에서 힘으로 겨뤄야할 때, 공을 간수해 동료들에게 연결해야할 때 등 굳은 일을 탈 없이 해냈다. 숨은 공신이 아닐 수 없다.
비록 연령별 대회이기는 하지만 '월드컵' 전 일정을 소화한 덕분인지 확실히 몸놀림에 여유가 배어있었다. 투지가 필요할 때는 스무 살답게 달려들었으나 냉정함이 요구될 때는 서른 살 베테랑과 같은 침착한 플레이가 나왔다.
한 네티즌은 오세훈을 향해 "이제 오세훈은 A대표팀에서 봅시다"는 댓글을 달았다. 김학범 감독과 업그레이드 과정을 꾸준하게 거친다면 멀지 않은 미래에 가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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