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증자 유족도 수혜자도 '감감무소식'..20년 된 법 개정 목소리
【 앵커멘트 】 킴벌리 씨와 고 김유나 씨의 유족이 만나는 모습, 이런 광경은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습니다. 서로 연락하고 싶어도 법으로 누가 장기를 기증했는지, 또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죠.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본인이 동의한다면 일부 허용해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어서 강세현 기자입니다.
【 기자 】 지난 2002년 박상렬 씨는 아들 편준범 씨가 교통사고로 뇌사 판정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장기기증을 결심했고, 준범 씨는 7명의 생명을 살리고 세상을 떠났습니다.
18년이 지난 지금, 박 씨의 소원은 아들의 장기를 받은 수혜자의 소식을 듣는 겁니다.
▶ 인터뷰 : 박상렬 / 장기기증자 유족 - "지금까지 소식을 전혀 모르고 있습니다. 잘 살고 계신지 어떤 분이 기증을 받았는지. 알게 되고 만나면 우리 아들을 만난 것 같고…."
현행법상 기증자와 수혜자 관련 정보 공개를 금지하고 있어 수술이 잘됐는지조차 알 수 없없는 겁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할 수 없는 수혜자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입니다.
▶ 인터뷰 : 송범식 / 장기기증 수혜자 - "장기기증을 해주신 분께 감사를 표시하고 싶고. 항상 감사하면서 건강관리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고…."
이 같은 규제 일변도의 정책은 우리나라 장기기증 활성화를 더디게 하는 원인으로도 꼽힙니다.
▶ 스탠딩 : 강세현 / 기자 - "매일 5명이 넘는 환자가 장기기증을 기다리다 숨지고 있지만, 미국, 스페인 등에 비해 장기기증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미국의 경우 양측이 동의하면 기관의 중재 하에 서신을 교환할 수 있도록 돕고 원하면 만남도 주선해줍니다.
장기기증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 인터뷰 : 김동엽 /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사무처장 - "활성화를 위해서는 기증한 가족의 마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하고 좋은 일을 했다는 자긍심을 가지셔야 하거든요. 첫 단초는 서신 교류가 아닌가."
한해 500명이 채 되지 않는 국내 장기기증자, 교류 허용에 대한 논의를 시작해 봐야 할 시점입니다.
MBN뉴스 강세현입니다.
영상취재: 김회종 기자, 김현석 기자, 이은준 VJ 영상편집: 박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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