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별관광, 제재 피할 '3가지 카드' 꺼냈다

이제훈 입력 2020. 1. 20. 18:56 수정 2020. 1. 21.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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➊남에서 북으로 ➋중국 등 경유 ➌외국인 관광 연계
통일부, 구체적 방안 공개 "미국 제재 적용받지 않아"
비영리에 북쪽 수용 조건..이산가족 금강산 관광 타진
북 초청 뒤 정부 승인 얻어야..신변안전 보장도 필수
북한의 조선국제여행사가 무궤도전차,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한 평양시내 유람 관광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북한 국가관광총국이 운영하는 누리집 ‘조선관광’이 지난 17일 밝혔다. 연합뉴스

정부가 남북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과정 동력 강화 차원에서 추진하는 북한 지역 개별관광의 구체 방안을 20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남에서 북으로 가는 개별관광, 제3국 경유 개별관광, 외국인의 남북한 연계 관광 등 3가지 방식이다.

통일부는 이날 개별관광의 개념과 필요성, 가능한 방식, 방북 승인 요건, 제재 관련성, 신변안전보장 문제 등 쟁점들과 관련한 정부 견해를 밝혔다. 아울러 “개별관광은 유엔 제재 대상에 해당하지 않고, 우리가 독자적으로 추진 가능한 사업”이라며 “대북 제재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세컨더리 보이콧도 적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 제재 대상인 북한의 기관·개인과 거래한 제3국 기관·기업·개인을 겨냥한 미국의 독자 제재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4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이제는 북-미 대화만 쳐다보고 있지 않겠다”며 “개별관광은 제재 대상이 아니라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주무부서인 통일부가 내부 검토해온 구체안을 공론에 부쳐 여론의 지지 기반을 넓히고 북쪽의 호응을 타진하는 모양새다. 남쪽의 개별관광 추진에 대해 북쪽은 아직 공식·공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왜 개별관광인가?

통일부는 ‘북한 지역 개별관광’을 “기존 협력사업체를 통한 단체관광 방식이 아닌, 비영리단체 또는 제3국 여행사 등을 통해, 개별적으로 북쪽의 초청 의사를 확인해 방북 승인을 받아 방북하는 것”이라 밝혔다. ‘제재의 덫’을 피하느라 개념이 복잡하다.

통일부는 ‘개별관광’ 현실화로 △국내의 북한 방문 수요 충족 △접경지역 경제 활성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협력 공간 확보 △새로운 관광 수요 창출 등의 효과가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어떤 개별관광이 가능한가?

통일부 당국자는 제재 대상이 아닌 개별관광의 성립 요건으로 둘을 꼽았다. 첫째 영리 목적의 (협력·합작) 사업자 방식 관광은 안 되고, 둘째 “북한이 수용할 수 있는 방식의 관광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전제로 통일부 당국자는 “3가지 방식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첫째, ‘남→북 개별관광’, 구체적으론 “이산가족 또는 사회단체의 금강산·개성 지역 방문”이다. 돈벌이를 추구하지 않는 인도적 목적 또는 사회문화 교류 차원의 개별 방북이라 현대아산의 개성·금강산관광 사업권을 침해하지 않으며, 제재 대상이 아니고, 관광 기반이 이미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한 구상이다.

둘째, ‘남→제3국→북 개별관광’, 즉 중국 등 제3국 여행사의 상품을 활용해 평양·양덕·원산갈마·삼지연 등 북쪽 지역을 관광 목적으로 방문하는 방식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중국인 40명에 한국인 10명을 끼워 넣는 식보다는 남쪽 시민만을 대상으로 하는 게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해, ‘한국인 특화 상품’ 개발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이미 2018년 20만명, 2019년 30만명 안팎의 외국인 관광객(중국인이 90%)이 북한 관광을 했는데, 한국인이 중국 여행사 등의 관광 상품을 이용해 방북하려면 북쪽 당국이 ‘사증’(비자)을 내줘야 한다. 아직껏 선례가 없어 풀어야 할 과제다.

셋째, 제3국 여행사의 외국인 남북 연계 관광, 곧 ‘남→북→남 개별관광’ 방식이다. 남북한과 제3국 여행사의 상품 개발, 남북한 당국과 유엔군사령부의 군사분계선 통과 행정 협력이 필요하다.

통일부 당국자는 “3가지 방식 가운데 정부가 가장 바라고 우선순위를 두는 건 남북 직접 개별관광”이라고 말했다.

제재 대상 아닌가? 통일부는 “북한 방문 때 지불하는 비용은 숙박비·식비 등 현지 실비 지급 성격으로, (유엔 제재 대상인) ‘대량 현금’(벌크캐시) 이전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일부 당국자도 “중국 등 세계 각국 관광객들이 북한에서 쓰는 관광 경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울러 관광객 모집에 특정 기관·사업체가 관여하더라도 “관광객 모집은 단순 중개 행위로, 북쪽 단체·개인과 별개 기관이며, 북쪽과 수익 배분도 하지 않으므로 (유엔 제재 대상인) 협력업체·합작사업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 법적 절차는?

북한 지역 개별관광을 하려면 정해진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남쪽 시민이 방북하려면 “북쪽의 초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남북교류협력법 시행령 12조 2항)를 확보해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통일부는 “‘초청 의사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는 특정돼 있지 않으므로 다양한 형식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혀, 개별관광엔 ‘유연한 방북 승인’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인이 중국 등 제3국을 거쳐 방북하려면 북한 당국이 비자를 내줘야 한다. 통일부는 “북쪽 비자(개별 관광사증)는 북한 당국의 ‘입국 보증서’로 교류협력법상 ‘초청 의사 확인 서류’로 볼 수 있다”며 “우리 쪽 관광객의 신변안전보장을 확인하는 북쪽과의 합의서·계약서·특약 등이 체결된 경우 방북 승인 검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3국 경유 비자 방북’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남쪽 시설 철거를 지시하기 전에 개별관광을 적극 추진했다면 효과가 컸을 텐데 만시지탄의 느낌이 없지 않다”면서도 “정부가 다른 조건을 붙여 상황이 꼬이게 하지 말고 담대하고 선이 굵게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훈 선임기자 nom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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