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방해하고 레이저·그물탄 발사.. '나쁜 드론' 잡는다 [급성장하는 '안티 드론' 기술]
최근 들어 우리 실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다. 1990년대 드론이 처음 주목을 받은 이래 군과 민간 분야에서 드론의 활용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크기가 수십㎝에 불과한 초소형 드론부터 전투기처럼 미사일을 장착한 채 지상 표적을 타격하는 무인공격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드론이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곳곳의 하늘을 날고 있다. 하지만 드론이 각광받으면서 이를 테러나 범죄 등에 악용하는 경우도 많다. 미확인 드론을 탐지, 추적해 무력화하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사생활 침해, 테러 위협까지…드론의 두 얼굴
민간과 군사 분야에서 드론을 악용하는 문제점도 적지 않다. 2018년 12월 런던 개트윅 공항에 미확인 드론이 침입해 항공기 700여편이 36시간 동안 운항에 차질을 맺었고 승객 12만명의 발이 묶였다. 이라크에서는 ‘이슬람국가(IS)’가 중국제 저가 드론에 폭탄을 매달아 이라크군을 공격했다. 지난 9월 예멘 후티반군이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시설에 드론 공격을 감행해 시설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불법적인 드론 촬영으로 사생활 침해를 당하는 사건도 잇따르면서 안티 드론 기술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세계 각국에서 힘을 얻는 모양새다.
◆나쁜 드론, 어떻게 대처할까
드론을 사용한 불법행위가 늘어나면서 안티 드론 기술 관련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18년 4억9900만달러(약 5700억원)였던 안티 드론 시장이 2024년에는 22억7600만달러(약 2조6300억원)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안티 드론 기술 중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은 전파방해다. 드론은 비행과정에서 지상 조종사의 통제를 받는다. 지상 조종사는 특정 대역의 주파수를 통해 드론의 비행경로와 움직임을 관제한다. 기체 내부에 탑재된 위성항법시스템(GPS)은 드론에 위치와 시간 정보를 제공한다. 비행 중인 드론에 전파 교란을 시도하면 드론은 비행에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한 채 강제 착륙하거나 이륙 장소로 되돌아가게 된다.
◆現 기술로는 한계…근본 대책 필요
일각에서는 현재 운용·개발 중인 안티 드론 기술이 확실한 대응수단이 되기는 어렵다고 우려한다. 기술 발전 속도가 더욱 빨라지면서 안티 드론을 무용지물로 만들 잠재력을 지닌 드론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엔 드론과 지상 조종사간 교신을 이동통신기술에 의해 진행하거나 인공지능(AI)을 탑재해 자율비행을 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이는 전파방해에 의한 안티 드론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든다. 전파방해 장치가 인근 지역의 전자장비 가동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제기된다.
그물망으로 드론을 포획하는 방법도 한계가 있다. 그물망이 효력을 발휘하는 거리가 짧아 드론 격추에 실패할 경우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AI를 이용해 수십대의 드론이 특정 지역으로 동시에 날아가는 군집비행은 그물망에 의한 포획 기술을 무력화한다. 다수의 드론을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는 여전히 실험단계에 머물고 있다. 이 때문에 드론 요격과정에서 패트리엇(PAC-3)이나 스팅어 지대공미사일이 투입되고 있지만 드론 가격 대비 운용비가 비싸다는 평가다. 하지만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폭사사건 당시 미국이 투입한 MQ-9 리퍼와 같은 중대형 무인공격기의 기습을 저지하려면 지대공미사일이나 전투기를 투입해야 한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과도한 소요비용은 드론 탐지 분야에서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드론 탐지에 쓰이는 레이더나 야간 영상 획득용 열상 장비는 민간에서 도입하기에 가격이 비싸다. 장비의 가격을 낮추고, 탐지 성능 요구조건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발이 진행 중이지만 실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우리 軍 '안티 드론' 기술 어디까지
이와 관련해 항공기 수준의 체계적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과 민간 산업 분야에서 드론 사용이 확대되는 현실을 감안, 드론 비행을 지상에서 관제하는 방식의 교통관제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관제 시스템이 구축되면 미인가 드론은 이륙 자체가 불가능하다. 드론이 다른 여객기나 군용기와 충돌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다만 관제에 포함될 드론의 범위, 성능 등을 설정하는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반론도 있어 단기간 내 실용화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에서 안티 드론의 필요성이 본격적으로 제기된 것은 2014년부터다. 그해 4월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을 저고도로 날아간 것이 뒤늦게 밝혀져 소동이 벌어졌다. 당시 드론이 고장을 일으켜 경기도 파주에 추락했고, 정보당국이 회수해 분석한 덕분에 청와대 상공을 지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북한은 이후에도 드론을 내려보내며 경북 성주군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기지 등을 정찰했다. 군은 “드론이 레이더에 잡히지 않을 정도로 소형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수천만원짜리 소형 드론에 국가안보가 뚫렸다”는 비난을 피하지 못했다.
군 당국은 드론을 저지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지난해 개발에 착수한 레이저 대공무기는 레이저를 드론에 발사해 무력화시킨다. 레이저는 눈에 보이지 않고 소음이 없으며 회당 발사 비용이 2000원에 불과할 정도로 싸다. ADD는 2023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방침이다.
드론을 격추할 수 있는 신형 대공포도 개발되고 있다. 신형 대공포는 기존에 운용 중인 20㎜ 벌컨포를 개량하는 방식으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벌컨포는 사거리 3㎞로 분당 1500발 이상을 발사할 수 있는 대공화기이다. 군은 벌컨포 사거리와 분당 발사 능력, 조준체계 등을 향상하는 방식으로 신형 대공포를 만들 것으로 보인다. 육군 기계화부대에서 쓰이는 비호복합체계는 30㎜ 기관포와 신궁 지대공미사일을 운용해 드론 요격이 가능하다는 평가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드론 감시용 레이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는 지난 4월 이스라엘에서 드론 테러 방지용 탐지 레이더 9개를 들여와 전력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군단 및 사단급 부대에서 운용 중인 방공 무기들을 네트워크로 연결해 실시간 대응하는 방공지휘통제경보체계와 드론을 탐지할 수 있는 국지방공레이더도 생산이 진행 중이다. 국지방공레이더는 거리와 방위만을 탐지하는 2차원 방식이 아닌 방위·거리·고도까지 한 번에 탐지하는 3차원 방식으로 정확한 소형 목표물 탐지가 가능하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장경태 “김건희, 계엄 선포 1시간 전 성형외과서 나와”
- 축의금은 10만원이지만…부의금은 “5만원이 적당”
- 9초 동영상이 이재명 운명 바꿨다…“김문기와 골프사진? 조작됐다” vs “오늘 시장님과 골프
- 빠짐없이 교회 나가던 아내, 교회男과 불륜
- 황정음, 이혼 고통에 수면제 복용 "연예계 생활 20년만 처음, 미치겠더라"
- 은지원, 뼈만 남은 고지용 근황에 충격 "병 걸린 거냐…말라서 걱정"
- '명문대 마약동아리' 대학생과 마약 투약한 의사, 징역형 집행유예
- 한국 여학생 평균 성 경험 연령 16세, 중고 여학생 9562명은 피임도 없이 성관계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