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하지만 병원장에 불려갈만해"..의사들이 보는 이국종?

박한나 입력 2020. 1. 17. 10:44 수정 2020. 1. 1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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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박한나 기자] 아주대학교 의료원장이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장인 이국종 교수에게 폭언을 한 것이 알려지면서 병원 경영진과 이 교수 사이의 갈등에 이목이 쏠렸다.

사진=SBS 뉴스영상 캡처
이 가운데 온라인상에서는 양측의 입장 차를 분석하는 글들이 올라오면서 갑론을박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재된 ‘의사들이 생각하는 이국종 교수’라는 글에서 자신이 현직 의사라고 말한 A씨는 “의사라면 온몸을 던져서 환자 치료하는 동료 의사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지만 존경은 하면서도 그분에 대해 마냥 칭찬할 수는 없는 것이 한국 의사들”이라며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 이유로 “중환자 케어는 통상적인 의료비로는 불가능하다. 통상적인 환자보다 인력과 장비와 약품이 몇 배로 더 들어간다. 그런데 현재 한국 의료 시스템은 이국종으로 대표되는 외상 중환자 케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이국종 교수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이런 구조적인 한계를 본인의 헌신으로 뛰어넘었기 때문”이라며 “사실 아주대 외상센터 정도의 환자를 보려면 전문의 수가 20명은 되어야 한다. 그걸 본인과 제자 한두 명으로 커버한다. 그러니 집에는 일주일에 한 번 들어갈까 말까 하고 제자는 나이 오십도 안 되어 한쪽 눈이 실명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아주대 외상센터는 아주 심각한 적자다. 이국종 교수가 열심히 일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구조”라면서 “아주대 입장으로서는 재정 갉아먹는 암덩어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한국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에서 하는 일이 비용 삭감이다. 삭감된 비용은 병원이 지불해 고스란히 적자로 쌓인다. 이국종 교수는 환자 살리려고 하는데 국가는 살리지 말라고 하는 것”이라며 “병원 입장에서 1년 적자가 10억씩이나 나는 이국종 교수가 이쁠까? 이국종 때문에 아주대 홍보가 되어 좋다는데 홍보할수록 적자만 쌓이는 중환자만 몰린다. 이국종이 병원장한테 불려 갈 만하다”고 했다.

A 씨는 “국가는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거지 개인의 사명감으로 돌아 갈 수 없다”면서 “이국종 같은 개인 열정에 의지해선 한국 의료는 발전 못한다”고 비판했다.

16일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권역외상센터 모습. (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커뮤니티에 올라온 ‘이 교수가 아주대 병원에서 환영 못 받는지 설명해보겠다’라는 제목의 글을 쓴 B씨는 “아주대 관계자는 아니지만 병원 생리를 어느 정도 아는 사람으로서 추측해 본다”며 “다들 병원이 돈에 눈이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핵심은 ‘강도 높은 노동 대비 돈’”이라고 강조했다.

B씨는 “아주대 병원은 이국종 교수님을 간판으로 외상센터가 엄청나게 홍보돼 경기도 남부의 수많은 환자들이 몰려들고 있다”며 “다른 병원과 비교해보면 아주대 병원의 응급의료팀은 매우 업무강도가 높을 것”이라며 자연스럽게 인력난이 생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B씨는 붐비는 외상센터로 병원 전체 적자가 쌓이고 정부 지원이나 보조금도 세금 부담으로 어렵기에 해결이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A씨와 B씨가 실제 의료종사자라는 근거는 없지만 두 글에 대한 반응은 ‘병원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다’며 글 내용에 공감하는 쪽과 ‘아주대병원은 비판받아 마땅한 상황’이라고 반박하는 쪽으로 나뉘었다.

실제 이 교수의 동료 의사들이라 할 수 있는 아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회는 이 교수에게 욕설한 유희석 아주대 의료원장이 “전체 교수에게 사과하고 사임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이들은 “아주대병원은 25년간 경기 남부의 의료거점병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왔고 지난해엔 뉴스워크지가 선정한 세계 100대 병원에 선정됐다”며 “이런 병원 평판도 상승엔 외상센터장을 맡은 이 교수가 크게 기여를 했다는 것을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며 이 교수의 편에 섰다.

병원 측은 외상센터에 병실 배정을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교수의 주장에 “병실 공사 때문”이라며 고의적인 업무 방해가 있었던 것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후 이 교수는 JTBC 등 매체 인터뷰에서 “과거 아주대병원은 적극적으로 정부 사업을 따내 외상센터를 지었다”며 “이로써 작년에만 정부지원을 63억원을 받았기 때문에 외상센터는 병원의 골칫거리가 아니고 실제로 적자가 난 것도 아니”라며 병원 측 입장을 즉각 반박했다.

또 “대내적으로 병원 적자 얘기가 없어진 지 꽤 됐는데 대외적으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한다. 적자 원인이 우리 의료진이라면 안 하면 될 거 아니냐”며 운영을 소홀히 할 거면 외상센터를 원하는 다른 병원에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주대병원은 다음 주 공식 입장을 낼 예정으로 알려졌다.

박한나 (hnp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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