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상통화 긴급대책, 위헌인가.."관치금융" VS "신속한 대책"

황정빈 기자 2020. 1. 17.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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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상통화 긴급대책'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 열려

(지디넷코리아=황정빈 기자)2017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가상통화(암호화폐) 관련 긴급대책'이 헌법 위반인지를 두고 16일 공개 변론이 열렸다. 해당 대책이 위헌이라고 주장한 측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가상통화 거래소의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막고 거래 실명제를 실시한 것은 관치금융의 사례이며 국민의 재산권 등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반대 입장인 금융위원회 측은 암호화폐 거래 부작용에 의한 신속한 대책 마련이자 은행들의 자발적인 협조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외 347명의 청구인이 피청구인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2017년 12월 정부가 가상화폐 관련 긴급대책을 발표한 것이 위헌임을 확인해달라고 낸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열었다.

2017년 12월 28일 정부는 국무조정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열고 암호화폐 투기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마련했다. 해당 대책에는 ▲기존 가상화폐 거래소에 대한 가상계좌 신규 발급을 즉시 전면 중단하며 ▲암호화폐 거래(가상계좌)에 대한 실명제(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실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헌법재판소는 16일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정희찬 변호사 외 347명의 청구인이 피청구인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 공개 변론을 열었다. (사진=뉴스1)

■ 쟁점1) 가상통화 긴급대책 시행, 법률 근거 있었나

이날 청구인 측인 정희찬 변호사는 "정부의 이런 조치는 국회에 입법된 법률에 근거를 두고 있어야 함에도 전혀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시행됐기 때문에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정 변호사는 "청구인이 암호자산을 처분하기 위해서는 암호화폐 거래가 이뤄지고 있는 시장인 암호화폐 거래소에 접근해야 했는데 암호자산 위탁매매업체에 가입해서 거래할 수 없게 만든 것은 암호재산 처분 권한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며 "금융실명제법처럼 긴급재정명령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재산권 행사에 대해 제한을 하기 위해서는 국회 법률에 따랐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정부의 이번 조치가 합헌으로 판단된다면 모든 경제 분야에서의 법률 원칙은 폐기되고 국민의 경제적 자유가 금융위에 의해 유린된다는 점을 분명해 직시해주길 바란다"며 "이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및 기본권 보장의 원리를 경시하고 훼손하는 관치금융이고 자유경제 시장을 주무르는 나쁜 관행"이라고 강조했다.

피청구인 측은 기본권 침해 가능성에 대해서 "가상계좌 서비스는 은행과 기업이 의사의 합치를 통해 체결하는 계약일 뿐, 일반 국민에게 가상계좌 사용권이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가상계좌 서비스가 기본권을 주장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피청구인 측에 금융위원회가 당시 은행을 상대로 기존 가상계좌를 통한 거래를 금지하고, 본인임이 확인된 거래자의 은행 계좌와 가상통화 거래소의 동일은행 계좌 간에만 입출금을 허용하는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로 기존 서비스를 전환할 것을 조치한 법률적 근거를 물었다.

이에 피청구인 측은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의 의심거래보고, 고객확인의무 조항과 은행법의 약관 변경을 근거로 들며 금융위의 일반적인 감독권에 기반했다고 답했다.

이어 피청구인 측은 "뚜렷한 근거 법령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권력 행사라고 봤을 때는 법률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해당 부분은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려운 이유로는 해당 조치가 그 자체로 법적 구속력이나 외부효과를 가지는 것이 아니고, 은행들이 자발적으로 따른 것이며 해당 조치를 어겼다고 하더라도 은행들이 법적 불이익을 받을 것이 예정돼 있지 않았다는 점을 들었다.

이에 청구인 측은 "금융위는 은행에 약관 변경을 권고할 수도 있고, 은행업 인가취소 권한도 갖고 있다"며 "은행은 금융위와의 입장에서 슈퍼 '을'"이라며 해당 조치의 강제성에 간접적인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은행은 당시 가상계좌 서비스를 통해 예수금이 늘어 이윤 추구의 기회가 대폭 확대됐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조치로 그런 기회를 날려 버렸다"며 "사기업인 은행 입장에서 해당 조치를 시행하는 것은 자발적이고 주도적인 조치라고 생각하기 어려우며 강제성을 띤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쟁점2) 실명제 실시, 적합한 조치였나

청구인 측은 가상계좌 실명제 실시에 대해 수단의 적합성 문제도 제기했다.

청구인 측인 정 변호사는 "청구인 누구도 해당 조치가 테러 자금 모집 또는 자금세탁 방지를 위한 것이라는 목적의 정당성은 부인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가상계좌 실명제가 정작 이러한 목적에는 기여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해당 조치가 수단의 적합성을 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미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인데 가상계좌 실명제를 하는 것은 추가적인 자금 세탁을 막는 것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고 효용도 없다"며 "해당 제도가 시행된 지 2년이 됐는데도 (가상계좌 실명제가 자금 세탁을 막는다는) 구체적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자금세탁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것은 현재 금융 실명제 시스템의 내재적 한계에 불과하다"며 "금융위가 가상거래 실명제를 추진하려는 이유는 과세를 하기 위해 개개인이 특정 이익을 어느 정도 봤는지 통계 자료로 이용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피청구인 측은 "가상계좌서비스가 가상통화 거래자금 집금에 활용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행위 등 불법행위에 활용되고, 은행의 이용자 본인확인이 곤란해 고객확인 의무 및 의심되는 거래의 보고의무 이행이 곤란한 상황이 지속되면 범죄행위의 예방, 건전하고 투명한 금융 거래 질서 확립에 반한다"며 "이러한 폐해에 대한 대책으로 해당 조치가 시행된 것이기 때문에 목적의 정당성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금융실명제를 시행 중이라 가상계좌 송금, 출금 시에 당연히 실명이 사용된 은행계좌를 사용하게 되므로 본인확인이 금융 거래 조회 등을 통해 가능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피청구인 측은 "그럴 수는 있지만 그건 압수영장을 통해서 아는 것이지 은행 스스로 알 수 있는 건 없다"며 "가상계좌 서비스를 통한 거래도 그렇지 않은 거래와 같은 수준에서 은행이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실명확인입출금서비스에서 거래자의 계좌와 가상통화 취급업자의 계좌가 동일은행이어야만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질의했다. 이에 대해서 피청구인 측은 "안전한 방법이 그 방법밖에 없다"며 구체적인 답변은 보충 설명을 통해 보강하겠다고 답했다.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개의 가상화폐 취급업소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 가상화폐 취급업소가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대해서는 "은행의 판단"이라며 "해당 서비스 자체가 다수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취급업소에서 개개인의 확인을 위해서 하는 거라, 고객이 많지 않은 곳에서는 굳이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피청구인 측은 답했다.

황정빈 기자(jungvinh@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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