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당뇨엔 사탕·젤리가 응급약.."군것질 아니에요"

전동혁 입력 2020. 1. 16. 20:25 수정 2020. 1. 1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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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한 달 전, 서울시 교육청이 유튜브 채널에 올린 드라마입니다.

소아 당뇨를 앓고 있는 한 초등학생이 친구들의 도움으로 학교 생활을 원만히 해낸다는 훈훈한 내용 인데요.

하지만 현실은 이렇게 아름답지 않습니다.

최근엔 소아 당뇨로 인해서 학교 폭력까지 발생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학생들이 가진 질병에 대한 오해와 편견, 바로잡을 방법은 없는건지 전동혁 기자가 취재 했습니다.

◀ 리포트 ▶

서울시 교육청이 제작한 드라마 '환상의 짝꿍'.

소아 당뇨가 있는 6학년 하영이는 체육활동 등으로 혈당 수치가 떨어지면 사탕이나 주스로 당을 보충합니다.

그래서 친구들은 하영이의 주스를 지켜줍니다.

(아 목말라. 하영아 나 한입만.) "야. 뺏어 먹을 걸 뺏어 먹어."

현실은 어떨까.

두 달 전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소아 당뇨가 있는 학생이 같은 반 학생을 때린 사건이 벌어져 학폭위가 열렸습니다.

조사 결과 맞은 학생은 소아 당뇨 학생을 줄곧 괴롭혀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소아당뇨 진단 학생/OO중 2학년] "저혈당을 느껴서 젤리를 사왔는데. 친구가 제 무릎에 앉더니 가져가서 바닥에 헝클어뜨리고. 놀리고."

소아 당뇨 환자에게 사탕과 젤리는 생명줄과 다름없습니다.

급히 혈당을 높여야 할 때는 젤리나 사탕을, 체육활동 전후엔 혈당이 오래 유지되도록 초콜릿이나 과자를, 이마저도 씹을 수 없을 정도로 힘들 때는 주스를 마셔야 합니다.

[소아당뇨 중학생 어머니] "단순히 사탕쪼가리는 아니에요. 응급약이고요. 구급약이고요."

제때 당을 보충하지 못하면 사망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조영덕/고려대 구로병원 응급의학과 교수] "저혈당성 쇼크가 와서 환자분들이 의식을 잃고 쓰러질 수 있고요. 호흡저하가 생긴다든지 호흡곤란, 기도마비 등이 올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의 이해와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소아 당뇨임을 밝히면 오히려 젤리나 과자를 못 먹게 하거나 놀림을 받는 게 현실입니다.

[소아당뇨 중학생 어머니] "보건 시간에 배우는 당뇨는 '나쁜 습관으로 인해 생기는 질병'이라고. 네가 단 것을 많이 먹어서 이런 질병에 걸린다고."

실제로 6학년 보건 교과서를 살펴보면 당뇨는 잘못된 식습관, 운동부족에서 비롯된 생활습관병이라고 적혀있습니다.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이 손상돼 걸리는 소아당뇨와, 생활습관병인 2형 당뇨를 구분 없이 서술해 오해를 키우고 있는 겁니다.

보건교사들은 10년 동안 한 번도 바뀌지 않은 현행 보건 교과서를 개정해 소아 당뇨, 식품 알레르기 등 주변의 관심과 이해가 필요한 정보를 저학년 때부터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강류교/서울시보건교사회장] "사춘기 아이는 나 때문에 오롯이 한 시간의 (인식개선) 교육을 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교과서에 자연스럽게 녹여서 친구들을 이해하고 같이 보듬어주고…"

한편, 소아 당뇨 학생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온 학생은 자신이 폭력 피해를 보았다며 소아 당뇨 학생을 형사 고발했습니다.

MBC뉴스 전동혁입니다.

(영상취재: 김두영 / 영상편집: 김재환)

전동혁 기자 (dhj@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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