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부장검사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은 거대한 사기극"

김원진 기자 2020. 1. 1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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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웅, 검찰 게시판에 정권 비판 글 올리고 사의 표명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수사 이후 속도가 붙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 지난 13일 일단락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은 국회를 통과했고, 법무부는 검찰 직접수사부서 13개를 축소·조정 운영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검찰이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상황에 마무리된 검찰개혁을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이어진다.

14일 법무연수원 교수인 김웅 부장검사(49)는 “거대한 사기극에 항의하기 위해 사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부 검사 이야기를 다룬 <검사내전> 저자다. 지난해 7월까지 대검 미래기획·형사정책단장으로 일하며 수사권 조정 업무를 맡았다. 이 업무를 하다 정부·여당의 눈 밖에 나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김 부장검사는 이날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정부의 일관성 없는 검찰개혁 추진을 지적했다. 김 부장검사는 “언제는 검찰의 직접수사가 시대의 필요라며 형사부를 껍데기로 만드는 수사권 조정안을 밀어붙이지 않았나요? 그러다 검찰 수사가 자신에게 닥치니 갑자기 직접수사를 줄이고 형사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갈지(之)자 행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합니까?”라고 썼다.

김 부장검사는 청와대를 겨냥한 검찰 수사가 이어지자 “직접수사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직접수사는 축소해야 한다”로 정책 방향을 바꾼 정부·여당을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김 부장검사는 평소 직접수사를 줄이는 대신 형사부를 확대하고, 경찰 사건 수사지휘를 강화하는 검찰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견해를 밝혀왔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패범죄, 경제범죄, 대형참사 등 그동안 검찰의 권력 남용이 문제되던 사안들은 지금처럼 검찰이 직접수사하게 하면서, 검찰이 비교적 잘해왔던 일반 형사사건은 경찰에 수사종결권을 넘기는 게 어떻게 개혁일 수 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2018년 6월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금융·증권범죄, 선거범죄 등 특별수사 분야는 검찰에 직접수사 권한을 남긴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검찰이 잘해왔고 아직 경찰의 수사력이 떨어지는 분야”라고 했다.

검찰 직접수사를 둘러싼 정부 기조가 바뀐 건 지난해 8월 검찰의 조 전 장관 수사 개시 전후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11일 법무부에 검찰 직접수사 축소 방안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지난해 10월8일에는 검찰 직접수사 축소의 일환으로 특수부(현 반부패수사부) 축소와 검사 파견 금지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13일 직접수사부서 13개를 축소·조정하는 안을 재차 발표했다.

지난해 4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에 오른 수사권 조정안은 직접수사 범위를 넓게 부여한다는 지적이 있다. 수사권 조정안은 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에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부여한다. 참여연대는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는 정권의 의지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더 확대될 위험이 있다”고 했다.

김원진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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