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골퍼] 골프 코스 디자인 그리고 챌린지

지난 주 골프 업계에는 큰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바로 피트 다이 (Pete Dye) 라고 하는 골프 코스 아키텍트 (Architect)가 유명을 달리한 것입니다. 미국은 물론 전세계 주요 골프장에서 그의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골프 코스 디자인에서는 큰 영향력을 끼친 인물입니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와 장비에는 많은 관심을 갖지만, 골프 코스 디자인에 대해서는 조금 생소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번 주, 골프 코스와 관련된 몇 가지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작가 소개: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며, 누군가가 저로 인해 한 타를 줄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골프 칼럼니스트 김태훈입니다

<94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전설적인 골프 코스 설계자 피트 다이의 생전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피트 다이(Pete Dye)는 누구인가? >

이미 많은 매체에서 피트 다이에 대한 기사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 그의 생애 전체를 언급하지는 않겠습니다. 한마디로 그를 표현하며, 현대 골프 코스 설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PGA 챔피언십이 몇 번 열렸던 휘슬링 스트레이츠,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열리는 TPC 소그래스 (TBC Sawgrass) 등이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남아 있습니다. 공통적인 것이 바로 ‘어렵다’는 것인데, 그만큼 그의 코스는 스코어가 좋지 않게 나오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한마디로 ‘가혹하다’고 표현되는 코스들을 설계했으며, 잘 친 샷과 잘 치지 못한 샷의 차이가 분명해야 한다고 믿었던 사람 중의 한 명 입니다. 예를 들어 단순하게 벙커 수가 많은 코스를 만든 것이 아니라, 그린 주변에서의 플레이를 극단적으로 어렵게 만드는 벙커를 배치한다거나, 벙커 턱이 아주 높은 코스를 만들어서 쉽게 빠져 나오지 못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피트 다이가 설계한 대표적인 골프장 중 하나인 휘슬링 스트레이츠 3번홀의 모습, 그린을 정확하지 공략하지 않은 경우에는 큰 위험에 노출됩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 코스 디자인의 고려 요소 – ‘Par(파)’ 스코어>

골프 코스를 설계함에 있어서는 여러 디자인적인 철학을 담게 되며, 이는 시대별로 어느 정도의 유행을 따라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미니멀리즘(Minimalism)’이 기본 철학으로 받아들여지던 때의 골프장 등을 골프장에 인위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해서 만들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골프 코스 디자인에 대해서 좀 더 알아보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가 쉽게 사용하는 단어인 ‘Par (파)’의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USGA는 ‘파’의 정의를 아래와 같이 내리고 있습니다.

The score that a scratch player would generally be expected to achieve on a hole under normal course and weather conditions, allowing for two strokes on the putting green

(스크래치 골퍼가 정상적인 골프 코스와 날씨 상황에서 플레이하면서, 퍼팅 그린에서 2 스트로크 정도를 하는 수준의 스코어)

즉, 핸디캡이 0인 골퍼가 퍼팅 그린에서 2 퍼트를 하는 수준에서 기대할 수 있는 스코어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Par 4는 퍼팅 그린에서 2 퍼트, 그리고 퍼팅 그린에 올리기까지 2타 안에 올려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파 4에서 2번에 그린에 올리게 되면 ‘Par On’을 했다고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스코어를 ‘스크래치 골퍼’가 일반적으로 기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더 쉽게 말하면, 일반인이 ‘Par’를 한다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을 해낸 것’으로 생각해도 됩니다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내셔도 됩니다). 이러한 파의 정의에 입각해서, 우리는 코스 내에 Par-3, Par-4, Par-5 등의 홀을 배치하고, 이를 조절하여 난이도를 조절하게 되는 것입니다

<USGA 가 정의한 거리 별 PAR 설정 기준, 남자의 경우 Par 4는 220미터에서 450미터 사이에서 만들라고 하는 일종의 가이드 라인이 될 수 있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 코스 디자인의 고려 요소 – 장비의 발전>

피트 다이가 현대 골프 코스 설계에 큰 영향을 미친 것에는 당시 골프 게임의 변화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바로 ‘장비의 발전’ 이라는 부분입니다.

1960년대 후반 그리고 1970년대 초반에 들어오면서, 골프 업계, 특히 용품 업계에는 몇 가지 괄목한 만한 변화들이 생겨납니다. 스폴딩(Spalding) 이라는 회사가 ‘Top Flite’ 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골프볼을 출시하였고, 카스텐 솔하임 이라는 엔지니어가 캐스팅 방식으로 클럽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화학, 공기역학 그리고 컴퓨터 디자인의 발전은 골퍼들에게 더 ‘나은’ 장비를 접할 수 있게 해주었고, 이에 따라 골퍼들은 비거리가 향상되는 등 많은 ‘도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장비의 도움을 받아 골프가 더 쉬워진다는 것은 골퍼들에게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이로 인해 앞서 말한 ‘파(Par)’가 갖는 의미가 점점 약해지는 부작용(?)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희석시키기 위한 방안으로 골프 코스 디자인에 있어 ‘비거리’의 관점에서 더 긴 코스들을 계속 만들게 되었습니다. 즉 장비가 좋아지니, 골프 코스를 더 길게 만들기 시작했는데, 코스가 길어진다는 것은 코스를 만들기 위한 비용과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이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피트 다이는 바로 이러한 상황에서 ‘다른 방식’으로 골프 코스를 디자인 했다는 관점에서 그가 현대 골프 코스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입니다. 즉 단순하게 비거리를 맞추기 위해 코스를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페어웨이를 좁히거나, 벙커의 위치와 난이도를 조정하는 등, 마치 스코틀랜드 코스들의 어려움을 일반 골프장으로 옮겨오는 것처럼, 골프 코스 디자인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온 것입니다. 즉 골프 코스 디자인은 단순하게 아름다움과 같은 심미적인 요소뿐만이 아니라, 골프가 가진 챌린지가 고려됩니다.

<골프 코스 디자인을 위해서는 비거리뿐만이 아니라, 코스의 난이도가 함께 고려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코스를 조성하는데 드는 비용과 유지비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의 또 다른 즐거움 – 골프 코스 살펴보기>

우리가 방문하는 골프장을 잘 살펴보면, 단순하게 보기에 좋은 골프장인지, 플레이 하기에 즐거운 골프장인지 구분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즐겁다는 것이 단순히 타수가 적게 나온다는 것은 아닙니다). 골프 코스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동반자들과의 즐거움을 찾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골프장의 레이 아웃 등을 잘 살피면서, 골프 코스가 의도하는 챌린지를 살펴보고, 이를 극복해 낼 방안을 고민하며 치는 것도 골프의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예를 들어 벙커의 위치를 잘 살펴보면, 골프볼이 떨어질 만한 위치에 위치시켜서 페널티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위협이 되지 않으면서, 방향을 잡도록 하기 위한 ‘타겟’의 역할을 하는 벙커도 존재합니다.

<마스터스가 열리는 오거스타 내셔널 12번홀의 모습, 코스는 아름답지만 벙커와 그린의 위치로 볼 때 거리 조절을 우선시해야 하는 홀의 모습입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아직 시즌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올해 여러분이 플레이할 골프장의 레이아웃을 미리 살펴보면서, 골프장의 디자인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길 희망하며, 이번 주 컬럼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