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서 추락 우크라이나 여객기에 의문의 구멍 자국
이란 "터무니없는 루머일 뿐.. 블랙박스, 美에 넘기지 않을 것"
지난 8일 오전 이란의 수도 테헤란 교외에서 추락해 탑승객 176명 전원이 숨진 우크라이나 국제항공(UIA) 752편의 사고 원인과 관련해 미 항공사고 전문가들이 '의도된 폭발'설을 제기하고 있다. 이란 방공(防空) 미사일의 오인(誤認) 격추, 이란 군용 드론과의 충돌, 기내 폭탄 테러 등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란 측은 "터무니없다"는 입장이다.
추락한 UIA 752편은 테헤란의 이맘 호메이니 국제공항을 8일 오전 6시 12분(현지 시각) 이륙했다. 이란이 이라크 내 미군 기지 두 곳에 대해 22발의 지대지 미사일을 발사한 지 4시간 뒤였다. 그러나 이륙 3분 뒤 시속 500㎞ 가까운 속도로 약 8000피트(약 2430m) 상공에 도달했을 무렵, 이 여객기가 자동 발신하는 라디오 신호가 끊겼다. 이란민간항공청은 9일 "UIA 752편은 서쪽으로 비행하다가 문제가 생긴 뒤 호메이니 공항을 향해 우측으로 기수를 돌렸지만, 관제탑과의 교신은 없었다"고 발표했다. UIA 752편이 불길에 휩싸인 채 테헤란 교외의 벌판에 떨어지는 모습은 시민들의 카메라에도 잡혔다.

이란 정부는 사고 직후 "여객기 엔진 2개 중 하나가 고장 나고 화재를 일으켜, 조종사가 기체 통제력을 잃었다"고 발표했다. 비행기의 기술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미 연방항공청(FAA)과 미 교통안전위원회(NTSB)의 전직 관리들과 항공 사고 전문가들은 "엔진 두 개가 모두 고장 나도 일정 시간 양 날개로 활공할 수 있으며, 엔진에서 화재가 발생해도 승무원이 대처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며 이란 정부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 추락 현장에 산산조각 나 흩어진 잔해들은 이 여객기가 공중에서 폭발했음을 의미하며, 기체 외부의 피탄(被彈) 자국처럼 보이는 구멍들도 일반적인 추락 사고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도 FAA의 전(前) 사고 조사 책임자를 인용해 "미사일인지, 폭탄인지, 다른 인화 물질인지 알 수 없지만 잔해에는 고의적인 (폭발) 행위의 흔적이 많다"며 "엔진 화재가 기체를 모두 삼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갑작스럽게 라디오 발신이 끊긴 것은 재앙적 상황으로 전원이 일시에 끊겼다는 얘기"라고 했다.
미사일의 오인 격추설도 제기된다. 뉴욕매거진은 9일 극도의 경계 상태에 있던 수도 테헤란 주변의 이란군 대공망(對空網)이 UIA 752편 민항기를 군용기로 오인(誤認)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또 공중에서 작전 중이던 이란의 무인 정찰기가 이 여객기와 충돌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실제로 1988년 7월 호르무즈해협에선 이란과 군사적 대치를 하던 미 구축함 빈센스함이 A300 기종의 이란 여객기를 이란 전투기로 오인 격추해 탑승객 298명 전원이 숨진 참사도 있었다.

그러나 이란군 대변인은 "탑승객 대부분이 이란인인데 적들의 이런 루머는 터무니없다"고 했다. 추락한 여객기에는 이란인 81명, 캐나다인 63명, 우크라이나인 11명 외에도 스웨덴·독일·영국인 등이 타고 있었다.
원인이 밝혀지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이란 정부가 추락 현장에서 회수한 블랙박스(black box)를 사고 여객기 B737-800의 제조사인 보잉이나 미국에 넘기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조종석의 육성 교신과 비행 데이터 기록이 담긴 블랙박스는 통상 여객기 제조사와 사망 탑승객이 속한 나라들의 전문가들이 함께 분석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어떠한 결론을 내기엔 너무 이르며, 모든 가능성을 조사하겠다"고 했고,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철저한 조사를 약속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는 "최상의 조사 환경에서도 국제선 여객기 추락 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리는데, UIA 752편 사고 원인 조사는 미·이란 간 긴장으로 더욱 복잡해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사고 여객기는 미 보잉사가 2016년 6월에 인도한 신형으로,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틀 전에 정기 점검을 마쳤고 기장들은 고도로 훈련받은 최고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 기종은 2018년과 2019년 두 차례 운항 도중 소프트웨어 오작동으로 추락해 모두 346명이 숨지면서 작년 3월 이후 운항이 정지된 B737 맥스와는 다른 기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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