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Why] 이제 펭수랑 댓글로 소통 못 하나요?
“전 연령 콘텐츠인데”… ‘아동용’ 분류로 차단
EBS 측 “유튜브 판단 기다릴 수밖에”

“펭수야, 유튜브 영상 댓글 막히고 있는데 알고 있어? 이제 어디로 소통해ㅠㅠ”(낭****)
“키즈 유튜브로 분류되고 있는데 제작진 해결책 좀 찾아주세요ㅠㅠ”(세****)
영원한 10살 펭귄 친구, EBS의 스타 연습생이죠? 지난 7일부터 ‘펭수’의 유튜브 채널 ‘자이언트 펭TV’ 일부 영상들에서 댓글창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평소 구독자들과 댓글과 좋아요로 자주 소통해왔던 펭수인지라 아쉬워하는 시청자들이 많은데요. 왜 댓글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요? 앞으로는 펭수와 댓글로 소통할 수 없는 걸까요?
이유부터 이야기하자면 유튜브가 ‘아동 개인정보보호 강화’를 위해 아동용 콘텐츠로 분류된 동영상에는 개인 맞춤형 광고와 댓글 등을 금지하도록 조치했기 때문입니다. ‘자이언트 펭TV’ 일부 영상도 아동용 콘텐츠로 분류된 것인데요. 유튜브는 아동용 콘텐츠를 시청하는 사람도 아동으로 간주, 데이터 수집ㆍ사용을 제한하도록 하는 등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습니다.
왜 이런 정책이 시작됐을까요? 지난해 9월 미국연방거래위원회(FTC)가 유튜브에게 아동 온라인 사생활 보호법(COPPA) 위반으로 무려 1억7,000만 달러(약 2,050억원) 상당의 벌금을 부과한 데 따른 조치인데요. 불법적으로 13살 미만 아동 데이터를 수집한 혐의, 아동에게 성인을 위해 제작되거나 위험한 콘텐츠를 제공한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이에 유튜브는 6일(현지시간)부터 만 13세 미만 어린이가 시청하거나 등장하는 콘텐츠를 대상으로 즉시 제재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죠. COPPA는 미국 법이지만 유튜브는 이로 인한 변경사항을 전 세계에 순차 적용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제 아동용 콘텐츠로 지정된 영상에는 사용자 정보를 수집한 빅데이터 기반의 개인형 맞춤광고가 금지되고 일반광고만 허용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될 텐데요. 이와 함께 조회수 등을 높이기 위한 기능도 금지하면서 댓글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유튜브가 아동용 콘텐츠를 식별하는 기준은 △어린이 또는 어린이 캐릭터 △유명한 어린이 프로그램 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어린이 장난감을 사용한 연극 또는 이야기 △연극 또는 상상극 등 일반적이고 자연스러운 놀이 패턴으로 등장하는 어린이 주인공 △인기 어린이 동요, 이야기 또는 시 등입니다. 어린이 캐릭터가 등장하기만 해도 아동용 동영상으로 분류되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합니다.

펭수의 경우는 어떨까요? 펭수는 그간 ‘남극에서 온 10살 펭귄 연습생’이라는 설정으로 EBS의 뿡뿡이, 뚝딱이 등 기존 어린이 캐릭터들과 함께 극을 꾸며왔는데요. 영상에는 시청자 어린이부터 EBS PD, 펭수의 매니저 등이 등장합니다. 당연히 ‘자이언트 펭TV’는 유튜브가 제시하는 아동용 콘텐츠 기준에 해당할 것 같은데요.
여기서 ‘펭클럽(펭수 팬클럽)’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EBS의 어린이 교육용 캐릭터로 시작한 펭수이지만 현재는 전 연령층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사실 구독자 175만 명을 이루는 주 시청자층도 20~30대로 나타나고 있거든요. 새 유튜브 정책은 아동용 콘텐츠 시청자 또한 모두 아동으로 판단합니다. 수익성이 약화된다는 면도 있지만 구독자들은 이제 더 이상 댓글을 통해 펭수와 소통할 수 없다는 점을 가장 아쉬워하고 있습니다.
일단 9일까지 ‘자이언트 펭TV’ 영상 중 펭수를 제외하고 분명한 어린이 또는 어린이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상, ‘10살’이 명시되거나 동요가 나오는 영상 등에서는 ‘댓글이 사용 중지되었습니다’라는 문구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동용 콘텐츠 해당 여부는 1차적으로는 업로드하는 유튜버가 설정하고, 이후 유튜브 측에서도 인공지능(AI) 머신러닝을 통해 사후적으로 검열하게 되는데요.
‘자이언트 펭TV’ 운영을 담당하는 EBS 측은 이날 한국일보 통화에서 “댓글 중지된 에피소드 중에는 구글 알고리즘이 아동용 콘텐츠로 설정한 영상과 EBS가 유튜브 가이드라인에 따라 직접 선정한 영상이 섞여 있는 상황”이라며 “알고리즘에서도 아동용 콘텐츠로 판단하지 않은 영상들에 대해서는 지금 단계에서 더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댓글이 살아 있는 영상들 또한 유튜브가 아동용 콘텐츠로 판단한다면 곧 중지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유튜브 측은 “AI가 아동용 동영상으로 설정했지만 크리에이터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시청자층을 변경하거나 의견을 보낼 수 있다”고 말했지만 이 또한 최종적으로는 유튜브에서 판단하게 됩니다. 이와 관련해 EBS 측은 “‘자이언트 펭TV’ 프로그램은 온 가족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로 제작하고 있다”며 “채널 자체를 아동용 콘텐츠로 설정하느냐에 대해서는 향후 논의가 더 필요하고 정해지게 된다면 유튜브와 협의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곳곳에서 “유튜브 눈치 챙겨”라는 구독자들의 속삭임이 들리는 듯한데요.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해결책은 무엇일까요?
이유지 기자 mainta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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