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담배 되는데 야간 PC방은 안된다'..혼란스런 스무살

박순엽 2020. 1. 5.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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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20살 맞은 2001년생 고교생 '혼란스럽다' 토로
술·담배는 구입 가능..야간 PC방·노래방은 불가능
PC방업계 "제발 법 고쳐달라"..문체부 연내 발의키로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방금 술도 마시고 왔는데, PC방엔 못 들어간다고요?”

지난 1일 새벽 서울 구로구의 한 PC방. 새해를 맞아 성인이 된 2001년생 고교생들과 PC방 직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20살이 된 기념으로 함께 술을 마시고 PC방을 찾은 고교생들은 “술도 마실 수 있는 성인인데, 밤에 PC방을 못 들어가는 게 말이 되느냐”고 주장했다. 그러나 PC방 직원은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으면 밤 시간 PC방 출입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고교생들은 휴대폰 검색을 통해 본인들이 야간 PC방 출입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한 뒤에서야 아쉬워하며 되돌아갔다.

◇올해 20살 고교생, 음주 가능·야간 PC방 불가

현행법상 술·담배 구입, 야간 PC방·노래방 출입 등의 가능 여부를 가리는 연령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매년 연초에는 성인이 된 고교생들과 PC방·노래방 점주·직원들 사이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2001년생의 경우 해가 바뀌며 성인이 됐지만, 고교생이라는 신분 탓에 야간 PC방·노래방 출입과 관련된 부분에선 아직 청소년과 같은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우선 술·담배 구입은 2020년 1월 1일 기준으로 2001년생이면 누구나 가능하다. 청소년 보호법에선 청소년을 ‘만 19세 미만인 사람을 말하는데, 만 19세가 되는 해의 1월 1일을 맞이한 사람은 제외한다’고 규정한다. 올해 만 19세가 되는 2001년생들은 지난 1일부터 청소년 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술·담배를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일부 2001년생들은 이를 기념하며 지난 1일 자정을 기점으로 음주하는 영상을 유튜브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반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음악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PC방·노래방에선 청소년을 판단하는 기준이 다르다. 게임·음악산업법에선 청소년을 ‘만 18세 미만의 자로서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을 포함한다’고 규정한다. 고교생이면 청소년에 포함되는 현행법 탓에 20살이 넘어도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는 PC방·노래방 출입이 금지된다. 아울러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와 공연도 관련법에 따라 2001년생 고교생은 볼 수 없다.

◇매년 반복되는 혼란…일부 업계 ‘법 개정 시도’

이처럼 청소년 연령 기준이 각 분야마다 다른 탓에 2001년생 고교생들조차도 무엇이 가능한지 제대로 모르는 경우가 많다. 올해 20살이 된 고교생 정민우씨는 “술·담배를 살 수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야간 PC방 출입이 안 된다는 건 몰랐다”며 “학교에서도 이런 교육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등에선 “2001년생인데, 언제부터 밤에 노래방 갈 수 있나요?”, “고등학교 3학년이 야간에 PC방 갈 수 있나요?” 등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한편 PC방·노래방 업주들은 매년 이 같은 혼란이 반복된다고 하소연한다. 서울 동작구의 PC방에서 일하는 김모(34)씨는 “2001년생들에게 고교 졸업장이 없으면 오후 10시에 나가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에 응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며 “최대한 설명을 하다가 안 되면 경찰을 부르기도 한다”고 밝혔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노래방 업주 장모(47)씨는 “자퇴를 해서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20살 고객들이 매년 등장한다”며 “우리 입장에선 이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 그냥 받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처럼 매년 혼란이 이어지자 일부 업계에선 청소년 연령 기준과 관련한 법안 개정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PC방 업계는 청소년 연령 기준을 청소년 보호법 기준에 맞춰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왔고, 이에 따라 문화체육관광부는 업계 요구 사항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을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김병수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회장은 “게임산업법이 개정되면 청소년에 대한 기준이 청소년 보호법 기준에 맞춰진다”며 “PC방에서 청소년 연령 기준을 두고 혼란을 빚는 건 올해가 마지막이 되길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박순엽 (s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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