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빳빳한 상자 찾고, 접고, 물건 쏟고"..박스포장 규제한 마트 가보니

지난 1일 서울 중구의 한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앞에서 만난 기모(34)씨가 물건을 한가득 담은 박스를 들자 바닥으로 물건이 우수수 떨어졌다. 박스를 제대로 고정하지 않고 무거운 물건을 담은 게 화근이었다. 기씨는 “오늘부터 테이프가 없어지는 걸 모르고 있었다”며 “접어도 단단할 정도로 더 빳빳한 상자를 골라야 했다”고 후회하며 다시 물건을 주워 담았다.

테이프를 사용하지 못하게 된 만큼 자율포장대를 이용하는 고객들은 상자를 접어서 집까지 가져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상자가 작거나 흐물흐물한 상태면 아무리 잘 접어도 물건을 담기 힘들었기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상자를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했다. 일부 고객은 무거운 물건은 들고 가벼운 물건만 상자에 담기도 했다. 가족과 함께 마트를 찾은 강모(57)씨는 “고정하지 않고 무거운 상품을 넣으려니 아무래도 불안하다”며 “부피가 크고 가벼운 물건만 박스에 함께 담고, 계란이나 음료 같은 것들은 직접 들고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앞서 마트 내 종이 쇼핑백과 비닐봉지가 사라진 상황에서 자율포장대까지 규제된다는 소식을 듣고 장바구니를 미리 준비한 고객도 많았다. 김모(37)씨는 “올해부터 박스 테이프가 없어진다는 소식을 듣고 장바구니를 차에 항상 비치해뒀다”며 “마트에 물건 한두 개만 사려고 왔다가 여러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때만 급한 대로 상자를 이용하게 될 거 같다”고 했다.

고객들의 불편 호소에도 환경부가 대형마트의 자율포장대 규제에 나선 건 환경개선 효과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에서 연간 사용되는 포장용 테이프와 끈 등은 658t으로 서울 상암구장(9126㎡) 857개를 덮을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자율포장대에 놓인 종이박스는 재활용이 잘 되지만 테이프 등으로 감겨 배출되면 재활용에 애를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6년 9월부터 마트 내 종이상자를 전면적으로 없앤 제주도의 경우 고객들의 장바구니 사용 습관이 성공적으로 정착됐다는 사례도 대형마트 자율포장대 규제의 배경이 됐다.

김 이사장은 “택배 상자도 테이프를 감아놓거나 송장이 붙어있으면 일일이 분리배출하기가 어려워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환경을 위해 시민들이 어느 정도 불편을 감수해 달라”고 조언했다.
글·사진=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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