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공수처 불기소 사건 '감시 허점'.."헌법에 근거 없다" 지적도

윤지원·김원진 기자 2020. 1. 1.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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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공수처법, 후속 입법 의견…법조계가 보는 문제점

행정권 행사 강력 권한에도 대통령 수반 않는 독립기관? 검 “자체 규칙 제정도 위헌”

사건 선별 자의적 기준 우려 시효 직전 이첩 땐 판단 난항 균형·견제 보완 입법 목소리

“공수처 설치, 헌법정신 부합” 헌재 위헌 판단 할지엔 갸웃 한국당 ‘가처분 신청’ 변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공수처법)은 공포 6개월 이후 1년 이내 기간 중 대통령령으로 시행된다. 국무회의 심의 등 절차를 감안하면 올 7월쯤 공수처가 신설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법 국회 통과 이후 법조계에서 후속 입법 의견이 나온다. 공수처의 사건 선택 기준, 공수처와 타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 공수처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한 감시 체제 등에 대한 후속 입법을 해야 한다는 취지이다.

공수처법 위헌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자유한국당은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로 했다. 어떤 후속 입법을 해야 하는지, 위헌 논란에 헌법재판소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를 두고 법조계 인사들의 의견을 들었다.

■ 공수처의 수사 선별 기준은?

4+1협의체(더불어민주당·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는 5월 구성되는 21대 국회에서 논란이 된 ‘수사 통보 의무조항’(제24조 2항)을 비롯해 공수처법을 보완하기로 합의했다. 법조계에서는 크게 두 부분에서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고 본다. 먼저 공수처의 사건 선별 기준이다. 공수처법 24조 2항에 따라 검찰을 비롯한 모든 수사기관은 공직자 범죄 정보를 공수처에 통보해야 한다. 이들 기관은 공수처가 처리하지 않는 사건만 재배당받아 수사를 맡게 된다.

공수처는 검사와 수사관을 합쳐 최대 65명이라 소수 사건만 처리할 수밖에 없다.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비밀리에 자기들만의 사건 선택 기준을 만들면 상당히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외부 심의위원회 등 투명한 의사결정을 담보할 합리적 절차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 수사 범위를 장관급으로 잘라야 할지, 만약 장관급 인사 여럿의 사건이 동시에 올라오면 그때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등 세세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수처와 타 수사기관 간 균형과 견제를 어떻게 제도로 정착해야 할지 문제도 있다. 검찰에선 공수처가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신병을 확보한 피의자에 대해 공소시효 직전에 검찰에 사건을 넘기며 기소를 요구하면 공수처 수사의 적법성을 판단할 여지가 없다고 말한다. 공수처가 불기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의 검열 기능이 작동할지도 불확실하다고 했다. 현 공수처 법안은 공수처가 사건을 불기소하면 대검찰청에 범죄 정보를 이첩하도록 되어 있다. 문 교수는 “지금 나오는 검찰의 우려는 이른 감이 있다. 공수처의 내부 규칙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검찰 의견을 어느 정도 반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 위헌 논란 왜 이어지나

공수처법을 위헌이라고 보는 주장의 핵심은 ‘공수처는 헌법에 근거가 없다’는 데서 비롯된다. 공수처법 제3조 2항은 ‘수사처는 그 권한에 속하는 직무를 독립하여 수행한다’고 되어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에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이 수사·기소권을 모두 가진 강력한 수사기관이 되는 것은 권력분립의 원칙, 정부구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주장한다. 장 교수는 “법률상으로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예는 국가인권위원회뿐”이라며 “인권위는 다른 헌법기관과 권한이 충돌하지 않게 하기 위해 권고적 권한만 갖고 있는 반면 공수처는 헌법기관이 아니면서도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해원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행정권은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는 정부에 속한다’는 헌법 제66조 4항을 들어 “공수처는 행정권을 행사하는 기관인데 대통령을 수반으로 하지 않으면서 독립기관이라고 하기 때문에 위헌 소지가 제기된 것”이라고 했다. 검찰 일각에선 헌법기관인 국회·법원·헌법재판소·중앙선거관리위원회 4개 기관만 규칙제정권을 가질 수 있다며 향후 공수처가 자체 규칙을 제정하는 것도 위헌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문 교수는 “공수처의 규칙제정권이 헌법상 대통령 권한이나 명령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경우 위헌 논란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여러 법학자들은 헌재가 곧바로 위헌 판단을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관측한다. 김 교수는 “기존 검찰에서 문제가 된 과잉 수사·부실 수사 사례를 감안하면 공수처 설치가 ‘수사의 적법 절차’를 규정한 헌법 제12조와 같은 헌법 정신에는 오히려 부합한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헌법소원은 누군가의 기본권이 법률에 의해 침해됐을 때 구제를 받기 위해 청구하는 것”이라며 “피해가 특정되지 않는 이 시점에 국회가 통과시킨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헌재가 결정을 미루거나 한국당에서 공수처 설치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 교수는 “본안 판단이 있을 때까지 법 적용을 유예하라고 한국당이 가처분 신청을 할 수 있다”며 “가처분 신청에 대한 판단이 공수처 운영을 둘러싼 또 다른 쟁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지원·김원진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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