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깨진 檢 기소 독점.. 원안보다 더 세져 '슈퍼 검찰' 우려 [공수처법 '4+1안' 국회 통과]

이현미 2019. 12. 30.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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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안 주요 내용 ·의미 / 1996년 첫 발의됐지만 번번이 무산 / 文 1호 공약.. 논의 23년 만에 빛 봐 / 고위공직자의 직무 관련 범죄 수사 / 판검사·경무관 이상은 기소도 가능 / 다른 기관 수사정보 즉시 통보 강제 / 일각, 정치적 입김 작용 가능성 지적
국회가 30일 본회의를 열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안의 표결을 처리하고 있다.자유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에 반발해 전원 퇴장했다. 허정호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1호 공약이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좌절된 꿈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논의 23년 만에 마침내 내년 7월 탄생한다. 검찰이 독점한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기소·공소유지권이 공수처에 이양되면서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할 기구가 생기는 점에서 검찰 개혁에 큰 획을 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수사·기소권을 움켜쥔 채 견제도 받지 않고 정치적 행위를 할 수 있어 규모는 미니지만 ‘슈퍼권한’을 가진 또 다른 검찰이 탄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검찰 견제기구 역사적 탄생

공수처가 정치권에서 처음 언급된 건 1996년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가 발의한 부패방지법이었다. 김대중정부 시절 국회에서 공수처 신설이 논의됐지만 무산됐다. 공수처의 필요성을 절절히 호소한 사람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 2004년 공수처법을 발의한 노 전 대통령은 부패방지위원회 산하에 신설을 시도했지만 당시 한나라당의 반대에 부딪혀 좌절됐다.

반부패라는 문제의식에서 시작된 공수처는 점점 검찰 견제장치로서 주목받았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야말로 비대해진 검찰 권력을 감시할 수 있는 견제장치라며 도입을 호소해 왔다. 공수처 신설에 사활을 건 것도 검찰의 정치적 판단과 ‘입맛’에 따라 기소 여부가 결정된다는 판단에서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죄를 지은 검사는 0.1%만이 기소되고 국민은 40%가 기소된다”며 공수처 설치를 역설한 이유다.
정권이 바뀌면 전 정권 인사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고, 힘이 빠질 때면 현 정권 인사들이 대거 검찰 수사를 받는 악순환이 5년마다 반복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수사·기소권을 모두 지닌 무소불위의 사법기관은 선진국에선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수사·기소를 독점한 검찰의 모습은 일제가 도입한 식민지 통치시대의 잔재라는 분석이다.

◆고위공직자 대상 수사기관

공수처는 대통령을 비롯한 국회의원, 국무총리, 검사, 판사, 경무관급 이상 경찰 등 고위공직자가 직무와 관련해 저지른 범죄를 수사한다. 특히 검사, 판사, 경무관 이상 경찰에 대해서는 수사뿐만 아니라 기소·공소 유지도 할 수 있다. 검사와 판사 등에 대해선 독자적인 기소권을 가짐으로써 본격적인 검찰과 판사 등에 대한 독립적인 감시기구가 생긴 셈이다.
30일 오후 문희상 국회의장이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뿌리치고 국회 본회의장 의장석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 대상 범죄는 뇌물, 배임, 범죄은닉, 위증, 친족 간 특례, 무고, 고위공직자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해당 고위공직자의 범죄 등이다. 공수처 검사는 공수처장과 차장 검사를 포함해 25명 이내로 구성된다. 공수처장은 후보추천위원회가 판사·검사·변호사 등 경력 15년 이상의 후보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중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다.
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이날 공수처법 통과 직후 “검찰은 무소불위의 권한을 남용함으로써 국민 인권을 침해하고, 제 식구 감싸기와 정치적 편향성으로 사법 불신을 초래했다”며 “이런 불신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법치를 바로잡는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본회의 표결이 진행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무기명 투표방식'이 부결되자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퇴장하고 있다. 뉴시스
◆‘미니 검찰’ 악용 우려도 제기

하지만 공수처가 또다른 ‘미니 검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는 법무부 장관, 법원행정처장, 대한변호사협회장, 여당 추천 2명, 야당 추천 2명 등 7명으로 구성되고, 6명의 찬성으로 의결하도록 했다. 자유한국당 등 보수 야당에선 친여 야당의 의석이 늘면 사실상 정권 입김대로 공수처장이 임명될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독소조항’으로 꼽힌 제24조 2항도 논란거리다. 고위공직자 범죄를 인지한 다른 수사기관이 공수처에 즉시 통보하도록 강제하면, 공수처가 고위공직자와 관련된 정보를 취합한 뒤 청와대의 뜻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개입을 금지한 견제조항을 넣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보수 야당에선 대통령과 청와대 등의 수사를 막기 위한 기구로 악용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당 심재철 원내대표가 이날 “위헌 선거법 불법 날치기로 의회민주주의를 파괴한 저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인 비판과 견제 세력을 위축시키기 위해 공수처를 탄압의 도구로 활용할 것”이라고 규탄한 이유다.

이현미·이창훈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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