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판 될 교실, 지침도 없어"..만18세 선거권 혼란
강력 반발하는 한국교총
"선거기간 한달간 학업 차질
고3학생이 선거사범 될수도"
교사들 "지도방안 마련안돼"
여론조사선 贊 44%·反 50%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선거법 개정안은 선거연령을 현행 만 19세에서 만 18세로 한 살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개정안 통과로 유권자가 약 56만명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 내년 4·15 총선부터 만 18세 이상이면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또 이들의 선거운동과 정당 가입 등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내용도 담겼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내년 4·15 총선거일 기준 선거권이 새로 주어지는 만 18세의 10% 내외(약 5만명)가 고3 재학생이라는 점이다.
이에 교육계 일각에선 당장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고 있다. 선거연령을 18세로 낮춰 중등교육을 마치지 않은 학생에게 선거권이 부여되고, 학업에 집중해야 할 학생들에게 선거권을 줌으로써 선거철마다 학교가 정치 논쟁의 장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최근 '인헌고 사태'로 불거진 정치 편향 교육에 대한 근절 대책 마련이 전무한 상태에서 학생들이 정치적 선동에 휩쓸릴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선거연령 하향으로 교실이 '정치 논쟁의 장'이 되고, 고3 학생들이 선거사범이 될 우려도 있다"며 "민법·청소년보호법 등 타 법령제도와의 충돌로 혼란과 피해가 예상되지만 학교 선거장화 근절 대책과 학생 보호 대책 마련이 아직도 전무하다"고 했다. 이어 "일본은 선거연령 하향을 추진하면서 '선거 연령에 관한 특명위원회'를 구성해 국적법, 아동복지법 등 관계법령 정비와 학생들의 정치활동 가이드라인 마련 등 철저히 대비했다"며 "반면 우리는 어떤 교육적 논의도 없이 18세 선거를 도매금으로 묶어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진보교육계는 이번 개정안으로 청소년의 선거 참여 권리가 보장됐다며 환영했다. 개정안 전 우리나라의 선거권 연령(만 19세)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만 18세부터 사회적 의무, 각종 자격기준이 부여된다는 점도 선거연령 하향의 필요성을 뒷받침했다. 현행법상 만 18세부터 납세·근로의무가 부과되고, 공무원시험에 응시할 수 있으며 운전면허 취득도 가능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관계자는 "한국만 유일하게 19세 선거권을 유지하는 건 해외와 비교해도 형평성에 맞지 않았다"며 "한국 청소년도 민주시민교육을 통해 충분히 정치 참여가 가능한 성숙한 자세를 갖췄다"고 말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등 진보 성향의 교육감들도 일제히 선거연령 하향을 촉구해왔다. 특히 조 교육감은 교육감 선거에는 만 16세 이상부터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일반 시민들 여론은 찬반 양론이 팽팽했지만 반대 여론이 소폭 높았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선거권 연령 하향에 대한 반대가 50.1%, 찬성이 44.8%로 반대가 우세했다. 반대 응답은 60대 이상(58.9%), 20대(52.3%), 50대(51.4%) 순으로 높았고, 30대만 유일하게 찬성이 61.1%로 절반을 넘었다.
반면 당사자인 청소년 대상 찬반 조사에선 찬성이 우세했다. 2017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전국 고교생 1430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의 정치참여욕구 및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65.9%가 투표연령을 만 18세 이상으로 낮추는 데 동의했다. '반대한다'는 고교생은 전체 중 18.4%에 불과했다.
당장 내년부터 투표권을 갖는 고3 학생이 생김에 따라 교육현장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학 입시 등에 매진해야 하는 고 3의 특성상 제대로 된 선거 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의 한 고등학교 교사 조 모씨는 "개정안 통과로 당장 내년 고3 학생 10명 중 1~2명은 투표에 참여하고, 고3 교실에서 정치활동이 가능해지는데 현장에선 관련 교사지침이나 지도 방향도 없는 상황"이라며 "학생들이 정치적 견해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친구 따라 투표'하는 상황이 발생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인천의 한 고등학교 교장은 "교사들도 진영논리에 따라 양분된 게 눈에 보이는데 투표권을 가진 학생들이 여기에 휩쓸리지 않을 수 있겠냐"며 "현 상태론 제2, 3의 인헌고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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