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현희 기자의 맛있는 술 이야기] 2020년, '한국 증류주' 달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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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송년회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술 대신 밥"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전통주란 무형문화재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빚은 술, 혹은 지역 농민이 그 지역의 농산물을 주 원료로 해 빚은 술을 뜻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 증류주는 아직 규모가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품질뿐만 아니라 병 디자인, 라벨 등에 신경을 쓴다면 다양한 술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더 강하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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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신문]
연말 송년회 이야기들을 들어보면 “술 대신 밥”이라는 말이 많이 나옵니다. 예전처럼 정신 놓고 술 마시는 자리보다는 맛집을 찾아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한다든가 함께 영화를 보며 한 해를 마무리한다는 겁니다. 확실히 ‘부어라 마셔라’ 하는 송년회는 거의 사라진 것 같습니다. 또 요즘 그런 자리 만들어 강제로 술을 먹이면 ‘옛날 사람’ 소리나 듣기 마련이죠. 바뀐 분위기 탓에 한국인이 점점 술을 마시지 않고, 주류 시장도 쪼그라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참 많이 나왔습니다. 정말로 ‘요즘 사람’들은 술을 덜 마실까요.
국세청에 따르면 주류시장은 최근 10여년간 오히려 꾸준하게 커지고 있습니다. 2006년 약 6조 2000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8조 5000억원으로 성장했습니다. 회식할 때 마시는 술을 떠올려 보세요. 이제는 아무도 위스키에 맥주를 섞어 마시지 않죠. ‘룸살롱’에 가는 일도 사라졌고요. 술을 즐기는 사람들은 일찍 퇴근해 ‘바’에 가서 싱글몰트 위스키나 와인, 크래프트맥주, 칵테일, 전통주 등을 마십니다. 실은 술을 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술을 마시는 장소와 선호하는 장르가 바뀐 것이죠. 어른들의 놀이 문화가 ‘다양한 주류에 대한 경험’으로 변한 것입니다.
이 가운데서도 내년엔 특히 ‘국산 증류주’가 주류 시장의 트렌드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서울대 푸드비즈니스랩은 최근 2020년 푸드트렌드를 발표하면서 주류 시장도 함께 예측을 했는데요. 알코올도수 20도 이하의 ‘저도주’를 선호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고도주 술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사라진 룸살롱 위스키 문화의 영향으로 확실히 국내 고도주(증류식 소주, 위스키, 브랜디 등) 시장 규모는 2006년 8000억원에서 지난해 4000억원으로 반 토막이 났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엄으로 분류되는 싱글몰트 위스키, 희석식 아닌 증류식 소주, 고량주나 진 등의 일반 증류주는 더 잘 팔리고 있답니다. 특히 한국에서 생산되는 증류주의 약진이 돋보이는데요. 광주요의 화요, 하이트진로의 일품진로, 롯데주류의 대장부 등으로 대표되는 국내 증류식 소주 시장은 2013년 약 100억원에서 지난해 약 270억원까지 성장했습니다. 이 술들은 ‘요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곡물(쌀)을 증류해 오크통에 숙성시킨 17~25도 이하의 증류주 조건에 최적화돼 내년에도 인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증류식 소주란 주정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드는 희석식 소주와 달리 곡물을 발효한 액체를 증류한 원액에 물을 타 알콜도수를 조정한 고급 소주를 뜻합니다.
2020년이 기대되는 다크호스는 다양한 ‘전통주 증류주’입니다. 전통주란 무형문화재나 대한민국식품명인이 빚은 술, 혹은 지역 농민이 그 지역의 농산물을 주 원료로 해 빚은 술입니다. 쉽게 말해 양조 장인이 오랫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레시피로 만들었거나 지역 양조장에서 특산 과일 등을 사용해 만든 증류주를 의미하는데요. 대표적으로 충남 예산에서 나는 사과를 증류한 한국식 칼바도스 ‘추사’, 천안의 명물 거봉으로 만든 와인을 증류한 ‘두레앙’ 등이 있습니다.
이 전통 증류주 시장 규모는 2015년 48억원도 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71억원으로 뛰어올랐습니다.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가 허용되고 최근 2030 사이에서 우리술, 전통주를 마시는 일이 트렌디한 것으로 여겨지면서 이를 취급하는 레스토랑, 호텔, 주점 등이 대폭 늘어난 결과입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통 증류주 시장은 아직 규모가 작지만, 글로벌 프리미엄 증류주 열풍을 지켜보면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품질뿐만 아니라 병 디자인, 라벨 등에 신경을 쓴다면 다양한 술을 경험하기를 원하는 ‘요즘 소비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macduc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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