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잇따라 번아웃 호소"..지쳐가는 유튜버들
세계 최대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의 크리에이터들이 잇따라 '번아웃'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번아웃은 오랫동안 특정 업무에 몰두한 뒤 정신적·육체적으로 탈진하면서 무기력증과 우울감 등에 빠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현지시간) 유튜브의 최고 스타들이 번아웃에 시달리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WSJ은 "성공한 일부 인플루언서(소셜네트워크의 영향력 있는 인물)들이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하는 유튜브 알고리즘에 마모돼 이 플랫폼과 연결을 끊기로 결심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개인으로는 가장 먼저 구독자 1억 명을 돌파한 인기 유튜버 퓨디파이는 지난 주말 새로 올린 동영상에서 "나는 지쳤다"며 "내년 초 (유튜브에서) 잠시 떠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한 것입니다.
지난 10월에는 코미디 듀오로 유명한 쌍둥이 형제 이선·그레이슨 돌런도 유튜브 활동을 줄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들 쌍둥이 형제는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 정신건강을 위해 매주 동영상을 올리는 것을 그만두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14살 때부터 5년간 매주 화요일에 유튜브에 새 동영상을 올렸습니다.
그레이슨은 "우리는 (사람들로부터) 동떨어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쉴 수 없는 일을 하고 있다"며 "엄마를 보러 집에 갈 수조차 없다"고 말했습니다.
구독자 1천150만 명을 거느린 유튜버 알렉스 와사비도 지난달 일주일간의 휴가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최근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슬펐고 혼란스러웠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번아웃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예전처럼 한 주에 세 번 동영상을 올리는 대신 두 번만 올리고 있습니다.
WSJ은 "톱 인플루언서들의 엑소더스는 유튜브에 잠재적 이슈"라며 "유튜브는 부분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드는 크리에이터들의 생태계를 구축함으로써 번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최고경영자(CEO)도 크리에이터들에게 휴식을 권고하고 나섰습니다.
그는 지난달 크리에이터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을 잘 돌보고 회복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유튜버들은 휴식을 취했다가는 자신의 동영상이 눈에 잘 띄지 않게 될 것으로 두려워한다고 WSJ은 전했습니다.
유튜브의 동영상 추천 알고리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여전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많은 인플루언서는 더 많은 페이지 뷰를 올리고 자주 동영상을 게시하는 계정이 보상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크리에이터들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장 최신 동영상에 트래픽을 몰아주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유튜브에 웃기는 동영상을 올리는 리지 캐프리는 "더 오랫동안 동영상을 안 올릴수록 (동영상을 본) 수는 더 떨어질 것"이라며 "둘 사이에는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튜브는 크리에이터들이 올린 동영상의 시작과 중간중간에 광고를 삽입한 뒤 이 광고의 시청 횟수에 따라 크리에이터에게 돈을 지불합니다.
더 많은 페이지 뷰는 더 많은 돈을 의미합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 유튜버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올리고 있습니다.
유튜브의 인기와 인지도가 올라가면서 크리에이터들도 폭발적으로 늘었고 그 결과 경쟁도 더 치열해지는 양상입니다.
유튜브 대변인은 동영상을 추천할 때 동영상을 올리는 빈도나 과거 동영상의 성적은 따지지 않지만, 동영상이 얼마나 최신인지는 고려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대변인은 또 회사의 제품팀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크리에이터가 휴가를 다녀온 뒤 그들의 채널 방문자가 휴가 전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26만8천 명의 구독자를 갖고 있던 드레이크 맥훠터는 2016년 한 달간 휴식한 뒤 쉬기 전의 페이지 뷰를 회복하는 데 1년이 걸렸다고 말했습니다.
맥훠터는 "유튜브는 러닝머신"이라며 "1초라도 멈춰서면 곧 죽는다"고 말했습니다.
CNN은 번아웃 문제가 더 광범위한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의 시대적 징후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 매체는 "콘텐츠 플랫폼이든, 차량호출 서비스든 많은 사람이 정규직의 혜택 없이,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알고리즘이 언젠가 처벌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안은 채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일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권태훈 기자rhors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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