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학자들 "월성 1호기, 체르노빌 사고 전 지어졌는데 안전하다고?"

남지원 기자 2019. 12. 19. 2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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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원전 수명연장 문제 설명회

“강화된 기준 충족 못한 채 운영돼”

국회, 한수원 조기폐쇄 감사 요구

원안위는 ‘영구정지’ 결론 못내

‘다시 가동하라’ 주장 제기 시작

내년 2월 행정소송 항소심 변수로

지난해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폐쇄하기로 의결한 월성 1호기 원자력발전소를 둘러싼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영구정지를 최종 결정해야 할 원자력안전위원회는 두 차례에 걸쳐 영구정지를 위한 안건을 상정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고, 한수원의 폐쇄 결정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감사원 감사도 진행 중이다. 애초 2012년 끝날 예정이었던 월성 1호기의 수명을 2022년까지 연장한 것이 적절한지를 따지는 항소심 판결도 다가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원전 전문가들이 “여러 문제를 안고 있는 월성 1호기의 수명을 연장했던 것 자체가 문제”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원전 과학자들이 결성한 참과학연대는 19일 서울 종로구에서 ‘월성원전 1호기 수명연장 가동 문제점 설명회’를 열고 월성 1호기가 최신기술기준이 적용되지 않아 국제기술기준 수준에도 미흡한 상태에서 계속운전이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월성 1호기는 국내 대부분의 원전이 채택한 경수로형이 아니라 중수로형 원전이다. 1982년부터 가동이 시작됐기 때문에 원래 2012년에 30년의 수명이 끝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원안위가 논란 끝에 2015년 2월 월성 1호기 수명을 2022년까지로 10년 늘리는 연장운전 승인을 내줬다. 월성 1호기 인근 주민 등 시민 2167명이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2월 수명연장 처분이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결격사유가 있는 위원이 수명연장 의결에 참여했고 월성 2호기에 적용된 최신기술기준이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노후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월성 1호기도 2017년 말부터 전력수급계획에서 빠졌다. 한수원 이사회가 지난해 폐쇄를 의결하면서 월성 1호기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국회가 한수원의 조기폐쇄 결정이 문제가 있다며 감사원에 감사를 요구하면서 월성 1호기를 다시 가동하라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국회는 한수원이 월성 1호기 가동률 등을 일부러 낮춰 잡아 원전 경제성을 과소평가했다고 주장했다. 원안위는 지난 10월과 11월 두 차례 월성 1호기 영구정지를 위한 운영변경허가안을 심의 안건으로 올렸으나 감사원 감사 뒤에 심의해야 한다는 반대가 제기돼 의결하지 못했다. 월성 1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행정소송 항소심 판결이 내년 2월로 예정된 것도 변수다.

이날 전문가들은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 전 지어진 월성 1호기가 체르노빌 이후 강화된 원전 안전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한 상태에서 운영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체르노빌 이후 캐나다형 가압중수로에 적용된 격납건물 안전기준(R-7)이다. 이 기준은 월성 2·3·4호기에는 적용됐지만 1970년대에 건설돼 1980년대 초에 운영을 시작한 월성 1호기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원전기술사인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는 “월성 1호기 계속운전 결정 자체가 R-7이나 화재방호 등 최신기술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채 승인된 것”이라며 “무엇이 국민안전을 위해 유리한 것인지 원안위가 제대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월성 1호기 수명연장을 위한 배관교체에 7000억원이 들었기 때문에 이를 고려해 수명을 더 연장해야 한다고도 하는데, 중수로 중 유일하게 설계수명을 연장한 캐나다 포인트레프루 원전은 설비교체에만 1조6000억원을 썼다”며 “안전성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것이고 앞으로 비용이 더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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