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모든 방어 비용" vs 韓 "미군 주둔비만".. '동맹 기여' 쟁점화

홍주형 2019. 12. 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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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위비 협상 2020년으로.. 핵심 안건은 / 美, 기존 항목에 '대비태세' 신설 / 역외 훈련비용 등 韓 부담 주장 / 정은보 "기존 SMA 협상 틀 유지 / 다른 형태로 동맹에 기여해 와" / '한반도 방위비' 경계선도 모호 / 총액보다 항목 신설 쟁점 부상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대표가 19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최근 마무리된 5차 협상에서 논의된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왼쪽 사진). 미국 협상 대표인 제임스 드하트 국무부 선임보좌관은 이날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출국했다. 뉴시스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우리 측 정은보 수석대표는 19일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대해선 방위비 경비 분담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박았다. 전날 제임스 드하트 미국 측 수석대표가 ‘한국 방위’에 기여한다는 이유로 ‘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반박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주둔비에 한정하려는 우리 측과 ‘한국 방위’를 위한 것이라면 한반도 밖 태평양사령부 유지 비용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미국의 대립 구도가 명확히 드러난 것이다.

◆주한미군 주둔비? 한국 방위비?

정 대표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원칙적으로 28년간 유지돼 온 SMA의 틀이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드하트 대표는 브리핑에서 현행 SMA에서 다루는 주한미군 한국인 근로자 임금,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외에 ‘대비태세(Readiness)’ 항목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군의 한반도 순환배치, 역외 훈련비용, 장비 및 이동 비용 등이 이에 포함된다. 이대로라면 방위비분담금의 사용 영역이 한반도를 넘어선다. 드하트 대표는 “일부 비용이 기술적으로 한반도를 벗어난 곳에서 발생하더라도 한반도 안보를 위해 필요한 비용이므로 분담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정은보 방위비분담협상 대사가 19일 서울 도렴동 외교부청사에서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이견의 핵심은 한국은 방위비 분담금을 주한미군 주둔비용으로 보지만, 미국은 한국 방위를 위한 비용으로 본다는 것이다.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은 기본적으로 한국이 주한미군 시설과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미국은 주한미군 유지에 따르는 경비를 부담하게 돼 있다. 이에 대한 일부 예외를 한정해 열거한 SMA 틀을 미국이 깨겠다는 것이다.

미국 주장을 일부 수용한다 하더라도 어디까지가 ‘한반도 방위’를 위한 비용인지 그 경계선을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반도 주둔 미군이 역외 훈련 시 순환 배치될 수 있으나, 전적으로 한국 방위를 위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 양측은 이 부분에 대해 치열한 논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대표는 “항목 하나하나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 적격성에 대한 문제도 다 따진다”며 “수용 가능한 범위의 기준점은 바로 기존 SMA 틀”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SMA 틀을 넘어선 분담 항목이 생겼을 때 SOFA 개정 문제도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미국의 새로운 논리는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동맹국에도 적용하고 있는 논리”라고 설명했다. 내년 진행되는 일본 등 다른 나라와의 협상에서도 미국이 이 논리를 적용하려 하기 때문에 물러서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제임스 드하트 미국 국무부 방위비분담협상대표(정치군사국 선임보좌관)가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미국대사관 공보원에서 내신 기자를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동맹기여’ 인정되나

한국은 SMA가 아니더라도 한국이 그간 다른 형태로 동맹에 꾸준히 기여해왔다는 점을 들어 미국 요구를 방어하려 한다. 이른바 ‘동맹 기여’의 문제다. 정 대표는 “현행 한국이 하고 있는 동맹 기여에 대한 설명과 이에 대한 정당한, 객관적인 평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시설 부지 제공 등 SOFA에 따른 기여, 미국산 무기 구입을 늘리는 것 등이 우리 측이 주장하는 동맹 기여의 사례다. 다만 호르무즈해협 호위 참여, 미군기지 오염정화비용 부담 등은 동맹기여 사례로 논의한 적이 없다고 양측이 선을 긋고 있다.

미국이 항목 신설을 주장하면서 협상의 쟁점은 총액 자체보다는 SMA 틀로 집중되는 분위기다. 양측 모두 현재 어느 정도까지 총액에 변화가 있었는지는 함구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전날 간담회를 한 것은 국내 언론에서 총액을 ‘50억달러’로 지목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여론이 악화하고 있는 것을 방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우리 측은 ‘협상 중’이라는 이유로 브리핑 계획을 세우지 않았지만, 미국 입장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맞대응할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견이 팽팽하지만, 외교부는 전날 보도자료에서 “여러 사안에 대한 입장 차이 속에서도 많은 논의를 통해 상호 이해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양측의 이견이 협정에 대한 근본적 인식차에서 비롯된 것이어서 고위급 담판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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