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이토록 애틋한 군신관계..'천문'이 남길 짙은 여운

조현주 2019. 12. 1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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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애틋하고 애잔하다.

베일을 벗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이하 천문)는 같은 꿈을 꿨던 세종과 장영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진한' 우정을 나눈 두 천재의 이야기를 정통 사극의 묵직하지만 섬세한 면모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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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한 편의 멜로영화처럼 애틋하고 애잔하다. 관노의 재능을 알아본 군주. 그런 군주에게 충성을 다하는 신하. 베일을 벗은 영화 '천문: 하늘에 묻는다'(감독 허진호, 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 이하 천문)는 같은 꿈을 꿨던 세종과 장영실, 신분의 벽을 뛰어넘어 '진한' 우정을 나눈 두 천재의 이야기를 정통 사극의 묵직하지만 섬세한 면모로 그려낸 작품이었다.

세종대왕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손꼽힌다. 장영실은 '과학을 위해 태어난 인물'이라 칭송받은 조선 시대 최고의 과학자다. 실제 장영실은 관청 소속 노비였으나 뛰어난 재주로 태종 집권 시기에 발탁됐다. 세종은 그런 장영실을 눈여겨 보고 있었고 즉위 후 정5품 행사직을 하사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중국에 맞춘 것이 아닌, 조선만의 하늘과 시간을 측정할 수 있는 천문의기들을 만들었다.

그러나 세종 24년, 임금이 타는 가마 안여(安與)가 부서지는 사건으로 장영실은 문책을 받으며 곤장 80대형에 처하게 되고, 이후 그 어떤 역사에서도 장영실에 대한 기록은 찾아볼 수 없게 된다.

이것은 '천문'의 시작이기도 하다. 연출을 맡은 허진호 감독은 인재를 버리지 않았던 세종이 왜 장영실에게만큼은 달랐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써 내려갔다. 결론적으로 '천문'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되 영화적 상상력으로 기록의 빈틈을 영리하게 파고들었다.

장영실은 노비였다. 쉽게 고개를 들을 수 없는 위치였다. 그런 장영실에게 세종은 "신분이 무슨 상관이냐. 같은 꿈을 꾸고 있다는 게 중요하지"라고 말한다. 장영실이 조선의 시간을 만들고 하늘을 열 수 있었던 건 성군 세종대왕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영화는 장영실을 단순히 세종의 충성스러운 심복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세종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어린아이 같은 마음도, 백성을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사대부들과 반목하는 세종에 대한 연민도 보여준다. 존경하는 이에 대한 복잡다단한 마음이 장영실을 통해 느껴진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감다' 등 섬세한 멜로를 연출했던 허진호 감독의 특기가 자주 드러난다. 세종과 장영실은 함께 누워 별을 보고, 침전의 창호지를 밤하늘처럼 아름답게 비춘다. 이때만큼은 왕과 노비가 아닌 같은 꿈을 향해 나아가는 벗이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듬뿍 묻어나는 관계다.

세종의 한석규. 장영실의 최민식. '뿌리깊은 나무'에 이어 다시 한번 세종 역을 맡은 한석규는 어진 왕 그 자체다. 백성들을 어여삐 여기는 성군의 모습이다. 최민식은 어리바리하면서도 강직하고 자유롭게 장영실을 그렸다. 1999년 영화 '쉬리' 이후 무려 20년 만에 함께한 두 사람은 세종과 장영실의 인간적인 관계를 스크린 위에 애정 어리게, 사랑스럽게, 또 가슴 아프게 보여주며 짙은 여운을 남긴다.

오는 26일 개봉. 12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32분.

YTN Star 조현주 기자(jhjdhe@ytnplus.co.kr)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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