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송가인부터 양준일까지 [스경X이슈]

대중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다.
‘스타 메이킹’ 시스템이 변하고 있다. 기획자가 계산기를 두드려가며 대중의 기호를 분석하고 마케팅 전략을 토대로 스타를 만드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대중이 직접 스타 만들기에 나섰다. 시청자가 우승자 선발에 참여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여전히 방송계에 ‘핫 콘텐츠’로 자리매김하고 있고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스타로 발돋음할 수 있는 시대다. 수십년이 흘러 잊혀진 스타도 대중들이 발굴하면 멋지게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대중이 스타를 만드는 시대, 그 배경에 대해.

■오디션 프로그램의 붐업
올해의 스타 탄생이라면 각 분야를 망라하고 단연 가수 송가인이다. 송가인은 TV조선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미스 트롯’ 경연자로 참가해 뛰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최종 우승자로 선발됐다. 지역 행사 무대를 전전하던 이름없는 가수 송가인은 이제 ‘중년 아이돌’로 팬덤의 절대적 지지를 받으며 장윤정, 홍진영을 제치고 ‘트로트 신데렐라’로 등극했다.
‘대중 픽’으로 인생역전한 또 한 명의 트로트 샛별이 있다. 가수 조명섭이다. 군입대를 앞두고 참가한 KBS 1TV ‘노래가 좋아-트로트가 좋아’에서 ‘현인, 남인수의 환생’이라는 극찬으로 최종 우승을 거머줬다. 장윤정이 속한 아이오케이컴퍼니와 전속 계약을 맺고 자신의 앨범 제작에 몰두 중이다. 시청자의 호응이 받지 못했다면 그는 지금쯤 군복무 중이었을 것이다. 시청자의 눈으로 진흙 속 진주를 놓치지 않은 셈이다.
일부에서는 ‘조작 논란’으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은 10년 전부터 ‘스타 탄생’의 주요 창구로 자리매김했다. 제작진 입장에서도 시청률, 화제성, 향후 수익 모델까지 잡을 수 있는 ‘노다지’ 프로그램을 쉽게 포기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TV조선 ‘미스터 트롯’ 엠넷 ‘십대 가수’ ‘빌리프랩’ 등 각 방송사는 내년 새롭게 론칭할 오디션 프로그램 준비에 한창이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
유튜브로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있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다. 거대 미디어들의 힘을 빌리지 않아도 누구나 영상을 올리고 또 구독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인기 유튜버들은 톱스타 부럽지 않은 부와 명성을 얻고 있으며 기득권 미디어가 유튜브의 영향력을 이용하는 역행 현상도 곧잘 일어나고 있다. ‘펭수’는 지상파 캐릭터가 유튜브의 영향력을 톡톡히 본 사례다. 지상파 EBS에서 고군분투하던 ‘펭수’는 몇 가지 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누리꾼들에게 큰 화제가 되면서 그 열풍이 시작됐다.
“펭수가 이렇게 큰 사랑과 관심을 받을 줄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유튜브 시대에 걸맞는 독특한 매력의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고 잘된다면 캐릭터 사업 정도로 확장할 수 있겠다 생각했다”(이슬예나 PD ‘스포츠경향’ 인터뷰 中)
지금의 ‘펭수 신드롬’은 대중의 손에서 태어난 현상으로 제작진도 미처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온라인탑골 부흥
과거 스타가 대중들의 요구로 발굴되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도 있다. 가수 양준일의 이야기다. 몇 해 전부터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양준일은 과거 활동 사진이나 영상이 화제가 돼왔다. 그의 시대를 앞선 패션코드와 스타일로 ‘90년대 GD’ ‘시간 여행자’라는 별명으로 불렸고 누리꾼들이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기 시작했다.
결국 양준일은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3’로 대중 앞에 섰고 미국에서 평범한 일상을 살아왔던 그에게 30년 만에 스포트라이트가 켜졌다. 양준일은 비단 옛향수를 찾는 중장년층만이 아니라 시대를 앞서간 감각으로 2,30대 팬들에게 어필하며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2년 전부터 양준일에 대한 팬심을 표했던 영화감독 오인천은 자신의 영화 속 캐릭터마다 ‘양준일’ ‘리베카’라는 언급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2017년작 공포영화 ‘월하’에서는 촬영기사 이름을 ‘양준일’이라 지었고 영화 속 소품인 계약서에 “리베카양”이라 사인했다. 최근 개봉작 ‘악의제국:13일의 금요일 챕터2’에서도 북한군 캐릭터 ‘양준일’이 죽기 직전에 ‘리베카’라고 외치는 장면을 넣기도 했다.
오 감독은 “어린 시절 무대를 압도하는 양준일 씨의 퍼포먼스를 보고 그의 팬이 됐다. 성인이 되어 ‘온라인탑골’을 통해 ‘리베카’와 ‘댄스 위드 미 아가씨’ ‘Fantasy’ 영상을 접하고 감흥이 되살아났다. 어떤 방식으로든 팬심을 표현하고 싶어 양준일 씨의 이름을 영화 속 캐릭터에 차용했다. 그의 복귀가 너무나 반갑고 흥분된다”라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그는 ‘온라인탑골’을 통한 스타 발굴 현상에 대해 “문화적 다양성의 효과라고 본다. 이제 과거 콘텐츠라고 ‘옛날 것’으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세대가 재해석하고 소비하는 또하나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이번 양준일씨의 사례가 선례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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