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왜⋯ 文대통령과 찍은 靑사진에 집착할까

김명지 기자 2019. 12.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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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출신 민주당 총선 공천 도전자 70명 육박하자 일부서 "靑 근무 이력 기재 제한해야" 움직임

靑 근무 경력 쓰는 대신 文대통령과 찍은 단체사진 홍보물·SNS에 실어

청와대 연상시키는 '파란남자', 대통령 이름 뺀 채 '前 청와대 비서관' 직함 쓰기도

내년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를 준비 중인 김영배·김우영·민형배·복기왕 네 사람은 최근 '정치의 반전을 꿈꾸다'란 제목의 책을 공동으로 펴냈다. 네 사람은 모두 현 정부 청와대에서 비서관으로 근무하다가 지난 8월 총선 출마 준비를 위해 퇴직했다. 김영배 전 민정비서관은 서울 성북갑, 김우영 전 자치발전비서관은 은평을, 민형배 전 사회정책비서관은 광주 광산을, 복기왕 전 정무비서관은 충남 아산갑에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네 사람은 각각 출판기념회를 잇달아 열며 자기 알리기에 나섰다.

내년 4·15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문재인 정부 청와대 비서관 출신 4명이 공동으로 '정치의 반전을 꿈꾸다'란 제목의 책을 펴내고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들은 책 표지와 출판기념회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을 실었다. 맨 왼쪽은 책 표지. /연합뉴스

◆ 文 대통령과 찍은 사진 홍보해 '靑 출신' 알리기

이들이 함께 펴낸 책 표지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함께 찍은 단체 사진이 실렸다. 또 복 전 비서관을 제외한 세 사람은 책 출판기념회 홍보물에도 문 대통령과 함께 찍은 단체사진을 실었다. 자기가 문 대통령 바로 옆에 선 사진이란 차이만 있을 뿐 등장 인물과 촬영 장소도 비슷하다. 지난 8월 청와대에서 퇴직하기 전에 녹지원에서 문 대통령과 산책하는 장면이다. 문 대통령의 청와대 참모 출신이란 점을 부각시켜 인지도를 높이고, 문 대통령 지지자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일종의 '문재인 마케팅'이다. 복 전 비서관은 홍보물에 문 대통령과 단체사진을 쓰지 않았다.

그런데 네 사람은 책이나 홍보물에 '청와대 근무 경력'을 기재하지 않았다. 청와대 경력은 여당 공천에 도전하는 입장에서는 큰 프리미엄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청와대 근무 경력을 쓰지 않는 것은 민주당에서 내년 총선 경선에 나서려는 사람들에게 전·현직 대통령 이름이 들어간 직함 경력을 쓰지 못하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지난 9월 지역별 의원들과 릴레이 오찬을 하면서 '청와대 근무 경력 기재 방식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실제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인 현 정부 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은 청와대 근무 이력을 명함이나 홍보물이 명시하지 않으면서도 이를 알릴 방법을 고민 중이다. '정치의 반전을 꿈꾼다'는 책을 함께 펴낸 네명의 전직 청와대 비서관들은 지난 9월에 한 팟캐스트에 '파란 남자들'이라는 코너를 개설했다. '파란 남자'는 청와대의 '청(靑)'을 연상시켜, 은연 중에 청와대 참모 출신이란 점을 알리려는 의도로 보인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배경 화면을 문 대통령과 찍은 사진으로 넣는 방법도 청와대 출신 인사들 사이에서 인기다. 서울 관악을 출마를 저울질 중인 정태호 전 일자리수석은 문 대통령과 함께 찍힌 사진을 페이스북 배경화면으로 넣었다. 프로필에는 청와대 근무 경력을 쓰지 않았다. 성남 중원 도전을 공식 선언한 윤영찬 전 국민소통수석은 페이스북 프로필에 문 대통령 이름을 빼고 '청와대 전(前) 국민소통수석'이라고만 적었다. 충남 공주·부여·청양에 도전하려는 박수현 전 대변인은 문 대통령과 웃으며 독대하는 사진을 올렸다. 박 전 대변인은 윤 전 수석과 마찬가지로 '청와대 전 대변인'이라고만 적었다.

◆ 靑 출신 출마예상자 70명 육박⋯당내에서 견제 심리도

공직선거법상 청와대를 비롯한 공직 근무 경력을 기재하지 못하도록 하는 조항은 없다. 그럼에도 민주당 일부에서 공천 도전자들이 문재인 청와대 근무 경력을 쓰는 것을 제한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역대 어느 총선보다 청와대 출신 출마 예정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내년 4·15 총선에 출마하려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7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 중 상당수가 수도권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은 현역 지역구 의원 116명 중 79명(서울 35명, 인천 7명, 경기 37명)이 수도권 출신이다. 청와대 출신이란 프리미엄을 안은 도전자들과 경선을 치러야 하는 현역 의원들이나 다른 경쟁 후보들 입장에서는 이들이 노골적으로 '문재인 청와대' 출신이란 점을 홍보하는 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왼쪽 둘째) 대표가 지난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차 총선기획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친문(親文) 성향의 권리당원이 경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청와대 출신 총선 출마 도전자들에 대해 당내에서 견제 심리가 상당하다"고 했다. 수도권 지역의 한 민주당 지역위원장은 "봉사를 하러 들어간 사람들이 청와대 경력을 공천 프리미엄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 된다"며 "당 지도부가 청와대 경력 사용 금지에 대한 지침을 빨리 공식화해야 한다"고 했다.

청와대 출신 총선 도전자들이 너무 많다는 말은 친문 진영 안에서도 나오고 있다. 친문 핵심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은 지난달 민주당 의원 10여명과 만나 "청와대 출신 출마자가 너무 많아 당내 갈등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문 중진인 최재성 의원도 지난달 한 방송에 나와 청와대 출신자들이 너무 많아 인재 영입과 당 공천 혁신에 방해가 된다는 취지로 말했다. 최 의원은 당시 "청와대 출신 중 총선에 나올 분들은 60명을 훌쩍 넘어 70명 정도로 보고 있다"며 "(이런 움직임은) 법조, 관료, 학생운동 출신으로 편향된 국회를 균형 있게 해야 한다는 본원적인 문제의식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 안에서 청와대 출신 인사들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하자 이들 사이에서 불만도 새어나오고 있다. 청와대 출신 총선 도전자들에게 이력을 공개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한쪽 발을 묶어놓고 달리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란 주장이다. 한 청와대 출신 인사는 "권리당원 비중이 절반을 차지하는 현행 경선룰도 청와대 출신들에게 불리한데, 청와대 경력까지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과도하다"고 했다. 청와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불출마하고 청와대에서 일했는데 또다시 불출마나 험지 출마를 강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불만이 나온다. 이 때문에 대중적으로 덜 알려진 일부 행정관급 출신 인사들은 아예 대놓고 청와대 근무 경력을 명함이나 홍보물에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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