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13일 '12·12 군사반란' 다음날 신문 1면엔.. [오래 전 '이날']
[경향신문] 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9년 ‘12·12 군사반란’ 직후 아침 신문 1면을 보니

어제(12일) 신군부세력들이 서울 강남 한 중식당에서 1인당 20만원짜리 고급 코스요리 오찬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이날은 ‘12·12 군사반란’ 40년째가 되는 날이었지요. 12·12 군사반란이 벌어진 ‘다음날’인 40년 전 오늘(1979년 12월13일)의 경향신문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당시 시민들은 12·12를 어떤 보도들로 접했을까요.

1면 톱 기사 제목은 <정승화 육참총장 연행조사>입니다. 당시 노재현 국방부장관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살해한 ‘김재규’와 관련한 ‘새로운 사실’이 발견돼,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 정승화 대장을 연행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는 내용입니다. 노 장관은 13일 담화문을 통해 “군수사기관이 12일 하오 7시 정 육군참모총장 공관으로 출동했을 때 공관경비원과 경미한 충돌이 있었으나 정 총장의 신상에는 이상이 없다”고 밝혔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노 장관은 또 새로운 계엄사령관 겸 육군참모총장에는 이희성 육군대장이 임명됐다는 사실도 함께 발표합니다.
기사는 끝부분에는 이렇게 덧붙여져 있습니다. “한편 12일 밤과 13일 새벽 사이 서울시내 공공 건물과 요소에는 계엄군이 증강투입돼 경계를 강화하고 있다. 구속된 장성인원과 인적사항 등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그리고 1면 톱기사 밑에는 당시 노재현 국방부장관의 특별담화문이 그대로 실려 있습니다.
1면 톱기사, 특별담화문과 나란히 배치된 또다른 기사는 <시민들 표정-충격적 뉴스에 또한번 놀라>입니다. “12일 하오 10시부터 제1한강교, 제3한강교 등 한강다리 12개가 통제돼 차량이 밀리는 바람에 강남·북 시민들의 발이 묶였다”라는 내용으로 시작하는 이 기사에는 한강다리 통제 때문에 승객들이 차에서 내려 다리를 건넌 후 다시 차를 타고 귀가해야 했던 상황이 담겨 있습니다. 여러 한강다리에선 주차장과 같은 모습이 연출됐다고 합니다. 시민들은 경찰 교통정보센터에 “한강 다리가 모두 막혔으니 무슨 영문이냐” “통금에 걸리지 않느냐”는 문의 전화를 해 왔다고 하네요. 특히 제3한강교를 건너야만 했던 시민들은 자정이 될 때까지 강북에서 발이 묶여 여관을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1면 하단에 배치된 기사를 보겠습니다. <이희성 육참총장 임명 최대통령 사전 재가>인데요, 당시 서기원 대통령공보수석비관이 이희성의 육참총장 임명은 당시 최규하 대통령의 재가를 얻은 것이라고 밝힌 내용입니다.
그밖에 <미 국무성 대변인, 민주화 저해면 한미관계 영향> <주한미군 상황 변동 없어…미, 한국 정부에 사태 설명 요청> 등의 기사는 미국 측이 ‘정승화 육참총장 연행조사’ 사태에 대해 설명을 요구하면서 “민주화 과정이 저해될 경우 한미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것”(당시 미 국무성 대변인)이라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40년 전의 지면을 공개하고 있는 타 매체의 경우에도 1면 보도 내용은 대동소이합니다. 동아일보의 1면 톱 기사는 <정승화 계엄사령관 연행>, 매일경제신문의 1면 톱 기사는 <노 국방 특별담화 정승화 전 육참총장 연행조사>입니다.
당시 정승화 계엄사령관은 10·26 사태 이후 군을 총지휘하고 있었습니다. 전두환 당시 보안사령관을 비롯한 ‘하나회’ 세력은 이들로부터 권력을 빼앗기로 결심하고 12일을 거사일로 정했습니다. 이날 저녁 허삼수 등이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난입해 경비원에게 총을 쏘고 정승화를 강제로 연행했습니다. 이후 국방부와 육군본부 등을 점령했지요. 그리고 노재현 국방장관에 압력을 넣어 이 모든 것을 최규하 당시 대통령이 받아들이게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신문에는 최규하 당시 대통령의 ‘재가’로 정승화 육참총장이 연행되고 신임 육참총장이 임명됐다는 내용이 나오고요.
이듬해인 1980년 전두환 등 신군부세력은 5·17 쿠데타를 일으켜 정당 활동을 금지하고 국회를 폐쇄했으며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를 설치했습니다. 헌정파괴 행위를 감행한 겁니다. 그리고 5·17 쿠테타에 항거한 5·18 광주민주화 운동을 군을 동원해 잔인하게 진압합니다.
‘계엄사령관 정승화가 연행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향신문을 비롯한 당시 언론들의 헤드라인. 군부 내에서 일어난 권력찬탈을 바라보며, 그리고 또다시 다가오는 군부독재의 그림자를 느끼며 당시 시민들은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유난히 슬프게 느껴지는 1면입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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