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월 300씩' 재벌회장님의 알뜰한 비자금 저축.."못하겠다"는 사장 교체도
[경향신문] ㆍ가족회사 신양관광개발 자금 2억6000여만원 횡령
ㆍ납품업체에 거래유지 대가로 6억여원 뒷돈 받기도
조현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옛 한국타이어) 대표(47·구속 기소·사진)가 “더 이상 부외자금(簿外資金)을 만들기 어렵다”는 계열사 대표까지 교체하면서 사주 일가가 대주주인 회사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조 대표는 공급물량이 줄어든 납품업체 편의를 봐준다며 한 업체에서만 10년간 6억여원의 뒷돈을 받기도 했다.
12일 국회에 제출된 공소장을 보면 조 대표는 2008~2017년 한국타이어 관계사이자 시설관리업체인 신양관광개발 자금 2억60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업무상 횡령)를 받고 있다. 신양관광개발은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49) 등 조 대표 형제 4명이 지분 100%를 가진 회사로 한국타이어 총무팀의 지시·감독을 받는다. 한국타이어 전·현직 직원들이 이 회사 대표로 근무했다.
조 대표는 신양관광개발 총무팀장 ㄱ씨에게 매월 정기적인 부외자금을 만들라고 지시했다. 2008년 5월~2013년 2월 매달 300만원씩 61회에 걸쳐 1억7700만원의 돈을 만들어 차명계좌 등으로 넘겨받았다. 부외자금은 실제 수입인데도 회계장부에 소득으로 잡히지 않은 돈이다. 부외자금 중 횡령 등에 쓰인 돈이 비자금이다. 검찰은 조 대표 지시로 만든 돈이 비자금이라고 본다.
신모 당시 신양관광개발 대표(61)가 2013년 3월 조 대표에게 “더 이상 부외자금을 만들기 어렵다”고 보고한 이후 비자금 조성 작업은 잠시 중단됐다. 조 대표는 그해 말 신 대표를 물러나게 한 후 2014년 1월 신모 신임 대표(63)를 취임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신 신임 대표는 한국타이어 입사 후 경리부에서만 근무했다. 대주주 일가의 심부름까지 도맡아 했다고 한다. 신 대표는 “매월 200만원의 부외자금을 조성해 지정 계좌에 입금해 달라”는 지시를 받고 2014년 5월~2017년 11월 43회에 걸쳐 8600만원의 신양관광개발 법인자금을 조 대표에게 전달했다.
조 대표는 납품업체에서 123회에 걸쳐 매월 500만원씩 6억1500만원의 청탁금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ㄴ사는 2002년부터 한국타이어에 윤활유(이형제)를 독점 공급했으나 2007년 경쟁사가 등장하면서 매출이 줄었다. ㄴ사는 2008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조 대표 차명계좌로 뒷돈을 보냈다. 검찰은 조 대표가 ㄴ사에 납품거래를 유지해주는 등 편의를 봐주겠다는 묵시적 청탁을 했다고 본다.
조 대표는 고급주점 여종업원의 아버지, 비서 등의 차명계좌를 사용한 혐의(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조사부는 조 대표, 조 부회장 등을 지난 9일 재판에 넘겼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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