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고생 있는 집에..열릴 때까지 비밀번호 '삑삑'

김아영 2019. 12. 11.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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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앵커 ▶

대전의 한 아파트에서 20대 남성이 가정집 비밀번호를 누르고 침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 알고 보니까 이 집에 살고 있는 여고생이 길을 잃었을 때 데려다 준, 행인이었습니다.

김아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한밤중에 아파트 공동현관문 안으로 한 남성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갑니다.

혼자 엘리베이터에 탑승한 남성.

주저 없이 4층을 누르고는 문이 닫히자 거울을 보며 옷매무새를 정리합니다.

4층에 도착한 남성은 자연스럽게, 한 가정집 현관문으로 다가가 비밀번호를 누르기 시작합니다.

틀린 번호가 수차례 입력돼 신호음이 울리자, 남성은 유유히 현장을 떠났습니다.

여고생인 A양이 사는 집에 침입하려다 실패한 겁니다.

당시 집안에 있던 A양은 인터폰 모니터를 통해 남성을 확인하고는 극도의 공포를 느꼈습니다.

[피해 여고생 A양] "처음에 잘못 누르고 삐 소리가 나길래 아빠인가보다 했는데, 그때 아빠가 야근하시는 날이었거든요. 두 번째 눌렀을 때 뭔가 이상한 거예요. 현관 보기를 했는데 10일 전에 그 남자가 거기에 서 계시는 거예요. 너무 놀라서…"

모니터 속 남성은 약 열흘 전 승용차로 A양을 아파트 입구까지 태워다 준 사람이었던 겁니다.

당시 이사 온 지 얼마 안됐던 A양은 친구 집에 놀러 갔다가 길을 잃어 버스정류장을 찾던 중이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었던 A양은 집을 데려다 주겠다는 남성의 차에 어쩔 수 없이 올라탔다고 합니다.

[피해 여고생 A양] "제가 내리려고 하니까 혹시 커피 좋아하느냐고 하셨어요. 좋아한다고 하면 카페 가자고 할 것 같아서 싫어한다고 하고 내렸어요. 내리고 계속 뒤를 쳐다봤어요, 혹시나 따라올까 봐 무서워서…" " 당시 남성은 차로 10여 분 거리에 있는 이곳 아파트 단지 안에 피해자를 내려줬습니다.

A양은 남성에게 몇 동 몇 호인지, 정확한 주소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어떻게 집주소를 정확하게 알아냈는지 집까지 찾아와 다짜고짜 비밀번호를 눌렀던 겁니다.

[피해 여고생 A양] "너무 무서워서 방 안에 있을 때도 문 잠궈놓고..제가 만약 그때 아무 의심 없이 문 열어줬으면 어떤 일 생겼을지 누가 알아요."

A양과 어머니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20대 중반의 남성을 검거했습니다.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위해 높은 건물을 찾았을 뿐, A양의 집인 줄 몰랐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가 봐도 황당한 변명인데도 경찰은 성범죄 시도 정황이 없다며 주거침입 혐의만 적용했고, 남성은 불구속 상태에서 검찰에 송치됐습니다.

[피해 여고생 A양] "학교 가는 것도 너무 싫고 계속 트라우마로 남아서…"

사건 이후 악몽에 시달리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고 있는 A양은 남성이 다시 찾아올까 두렵다며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아영입니다.

(영상취재: 한재훈/영상편집: 노선숙)

김아영 기자 (aykim@m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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