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2.3일마다 1명의 여성이 남성 파트너에 의해 죽거나 다쳤다"
[경향신문]

최근 10년간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 처한 여성이 1600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사건만을 토대로 집계한 것이여서 실제 피해 여성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11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 10년 동안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피해자 수는 887명, 살인미수 피해 여성은 727명으로 나타났다. 두 범죄 피해 여성수는 합쳐서 총 1614명이었다.
여기에 피해 여성의 자녀나 부모 등 주변인 중 살해된 사람은 167명에 달했으며, 살인미수 등 피해를 입은 주변인은 219명이었다. 여성과 주변인 모두 합하면 남성 파트너의 폭력으로 10년간 2000명, 한해 평균 200명의 피해자가 발생했다.
피해 여성과 주변인을 합쳐 최소 3.5일마다 1명이 친밀한 남성 파트너에 의한 폭력으로 인해 살해되고, 살인미수 및 이에 준하는 위험을 포함할 경우 최소 1.8일마다 1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셈이다. 대상을 피해 여성으로 한정한 경우에는 최소 2.3일마다 1명이 죽거나 다쳤다.

2013년부터 2018년까지 남성 파트너에 의해 숨진 여성 피해자 연령대를 보면 40대가 27%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50대 19%, 30대 16%, 20대 13% 순이었다.
40대는 배우자 관계는 물론 데이트 관계에서 저질러진 폭력 피해에도 가장 많이 노출됐다. 데이트 폭력으로 살해된 여성은 모두 228명이었는데, 이 중 72명(31.5%)이 40대였다. 한국여성의전화 측은 보고서를 통해 “여성은 전 생애에 걸쳐 친밀한 관계와 폭력을 함께하는 상황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해자들은 “헤어지자고 해서” “밥달라는 말에 대답하지 않아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잠을 깨워서” “명절에 시댁에 가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폭력을 휘두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다수 피해는 결별을 요구하는 등 관계를 중단하는 과정에서 벌어졌다. 분석결과 범행 원인은 ‘이혼이나 결별을 요구하거나 가해자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371명(3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툼 중에 화가 나서 우발적으로’ 321명(28%),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168명(15%), ‘자신을 무시해서’ 84명(7%), ‘성관계를 거부해서’ 26명(2%)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조재연 인권문화국장은 전날 열린 ‘세계여성폭력추방주간’ 포럼에서 이같은 피해집계 결과를 설명하고 “여성 살해의 문제에 대해 그 사회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의 문제로 분명히 인식하고 국가적으로 대응하고 있는가는 성평등을 최소한 가늠해보는 바로미터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친밀한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분노의 주체, 분노의 원인과 책임의 귀결, 분노의 맥락과 방향 곳곳에 점철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거두어내는 일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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