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막이' 뒤에서..나랏돈 14조3000억이 자고 있다

박은하 기자 2019. 12. 10.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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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1개 기금, 여유자금 150% 넘어
ㆍ영화발전기금은 1452%나 쌓여
ㆍ정부 재정의 30%나 차지하는데 ‘칸막이 재정’ 탓에 비효율적 운영

국민체육진흥기금 등 11개 기금이 14조3000억원에 달하는 여유자금을 쌓아둔 채 쓰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의 칸막이 현상 때문에 나랏돈이 꼭 필요한 곳에 가지 못하고 비효율적으로 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조적으로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수익이 많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기금이 방만해지고 돈이 비효율적으로 쓰일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나라살림연구소가 67개 기금 결산자료를 분석한 결과 사업비 대비 여유자금의 비율이 150%가 넘는 기금은 총 11개로, 액수로는 총 14조3000억원에 이른다. 기금은 국가재정 가운데 특별한 목적에만 사용되도록 칸막이가 쳐진 주머니로 비유할 수 있다. 기금은 세입·세출에 얽매이지 않고 별도의 재원을 갖는다. 스포츠토토 수익금으로 국민체육진흥기금의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한 예다. 지출 규모를 미리 정하는 일반회계와 달리 수입이 들어오는 만큼 지출한다.

사업비 대비 가장 많은 여유자금을 쌓아둔 곳은 영화발전기금으로 여유자금비율은 1452%이다. 영화발전기금은 5056억5500만원을 쌓아놓고 있었으며 2000억원가량을 영화산업 모태펀드에 투자하는 데 사용했다. 지난해 68억원을 ‘보스톤중형영상전문투자조합’ ‘보스톤영상콘텐츠조합’에 투자했으나 사실상 전액 손실을 봤다.

국민체육진흥기금은 스포츠토토 매출액이 지난해 4조7000억원을 넘어서면서 규모도 3조원대로 커졌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의 3.7%가 자동 적립되는 것으로 지난해 1조4000억원의 자금을 남겨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했다.

국민생활에 밀접한 장애인고용촉진기금과 석면피해구제기금 등도 여유자금 대비 사업지출액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인고용촉진기금은 지난해 1조3000억원의 보유자금 가운데 3000억원만 집행했다. 석면피해구제기금도 505억원 가운데 160억원만 집행했다.

비효율적인 기금정리 문제는 재정당국의 숙원이다. 올해 본예산 기준 기금은 정부 재정의 30%를 차지한다. 집행률이 떨어지는 기금은 과감하게 정리해 나랏돈을 더 필요한 곳에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지난 8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저출산·고령화에 더해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된다면 재정수입 기반이 약화될 것”이라며 “지출 측면에서 과감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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