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후대응 나서라"..EU는 물론 IMF 수장까지 목청

조계완 2019. 12. 10. 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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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일, 스페인 마드리드서 유엔 기후총회
세계기상기구 "인류 적응선 넘어"
온실가스 최대 배출 미·중 '뒷짐'
국제사회 대응 이끌 리더십 부재
"말과 약속 그만, 직접 행동 나서야"
활동가 툰베리 선봉에 선 외침에
IMF·IEA 등 국제기구까지 가세
중, '마이웨이' 미 대체 기대받지만
경제 앞세워 석탄발전 오히려 확대
행동 이끌 글로벌 리더 역할엔 의문
스웨덴의 기후변화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오른쪽 넷째)가 9일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다른 국가 출신의 활동가들과 함께 지구온난화에 대한 즉각적인 대응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마드리드/AFP 연합뉴스

16살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의 ‘기후파업 행동’이 상징적으로 보여주듯, 21세기 첫 20년의 끝에 온 지금 지구 기후변화를 둘러싼 요청은 말과 약속을 넘어 ‘긴박한 직접 행동’에 나서라는 것이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물론 경제관리가 본업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까지 기후대응 행동을 주창하는 ‘선봉’에 나서고 있다. 지난 2일부터 13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제25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5)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하지만 기후변화에 맞서 제1선에서 싸워야 할 쪽은 지구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미국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파리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서 이미 탈퇴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이번 기후총회의 안팎에선 중국이 과연 ‘기후행동 리더십’을 주도하는 역할을 떠맡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세계의 공장’ 중국이 감축 행동을 주도해야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지난 2일 마드리드 유엔 기후총회 개막 연설)에 와 있는 기후변화를 ‘돌이킬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툰베리 최선봉…“늦추고 잃어버릴 단 하루도 없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지구온난화에서 돌아올 수 없는 지점은 더 이상 지평선 너머 저 바깥에 있지 않다”고 경고했다. 2015년 12월 기후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약은 이번 세기말인 2100년까지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섭씨 2도 아래(이상적 목표는 1.5도)로 낮추기 위해 모두가 함께 행동하자는 국제사회의 약속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2018년 발간·채택한 특별보고서도 ‘섭씨 1.5도’를 목표로 내걸었다.

그러나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번 기후총회에서 발표한 기후변화 연례보고서에서 “올해까지 지구 기온은 산업화 이전 평균치에 비해 이미 섭씨 1.1도 높은 상태”라며, “2010년대는 ‘지구 역사상 가장 무더운 10년’으로 기록된다. 지금의 기후변화는 인류가 적응 가능한 정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경고했다.

기후 활동가들도 세계 각국이 지금까지 약속해온 탄소배출 감축을 실제로 이행하더라도 지구 평균온도는 이번 세기말에 최소 3.2도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툰베리는 이번 ‘마드리드 시위’에 나서기 전 지난달 29일 <프로젝트 신디케이트>에 실은 ‘우리는 왜 다시 파업에 나서는가’ 글에서 “우리가 단지 파업을 무기로 긴박한 행동을 요청하는 게 아니다. 현실의 기후변화 지표를 측정·보고하는 기후 ‘과학’이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 1.5도 턱밑에 와 있다. 이 문턱을 넘으면 가장 파괴적인 방아쇠가 당겨질 것이다. (행동을) 늦추고 잃어버릴 단 하루도 우리에겐 없다”고 호소했다.

■ EU ‘기후’ 최우선, IMF도 기후 리더십 툰베리가 일약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까지 떠올랐지만 그는 각국 정부가 기후 ‘직접 행동’ 연대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활동가 리더십’일 뿐이다. 기후변화 실행을 책임지고 있는 국제적인 정치 리더십은 사실상 부재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11월4일 유엔에 파리협약 탈퇴 통보서를 공식 제출하는 등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적극적인 환경정책을 모두 뒤집고 있다.

그럼에도 미하엘 라이터러 주한 유럽연합대표부 대사는 지난 5일 국내 언론과의 기자간담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협약 탈퇴 이후 국제사회 각국마다 기후 대응 협력 활동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입증하는 듯한 흐름도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새 유럽연합 집행부는 물론 안정적 에너지 수급을 추구하는 국제에너지기구(IEA), 더 나아가 국제통화기금까지 기후 리더십 책무를 스스로 표방하거나 국제사회에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파티흐 비롤 국제에너지기구 상임이사는 지난 11월13일 내놓은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에서 “지금 가장 긴급한 요청은 각국 정부와 투자자, 민간 기업들이 함께 거대한 기후변화 협력동맹을 구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취임 직후인 지난 10월 초에 펴낸 국제통화기금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기후변화 대응을 주요 이슈로 제시하는 등 잇따라 기후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는 지난달 30일 영국 <가디언>과 한 인터뷰에서 “기후변화는 우리 존재를 위협한다. 경제 발전도 가로막는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아예 취임 일성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유럽을 2050년까지 첫 ‘탄소중립 대륙’으로 만들기 위한 야심 찬 의제로 ‘유럽 그린딜’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55% 감축을 목표로 내걸었다. 탄소중립이란 이산화탄소를 배출한 만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이산화탄소의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이다. 유럽 정상들은 이번 기후총회 폐막 직전에 그린딜 이행을 위한 행동전략을 논의·발표할 예정이다.

■ 온실가스 27% 중국, 세계공장·석탄발전소 ‘골치’ 기후변화 행동에서 새로운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주창하는 쪽은 상징적 수사가 아니라 ‘실질적이고 책임있는 행동’을 이끌어갈 리더십을 강조한다. 중국에 주목하는 까닭이다. 특히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로 중국을 쳐다보는 시선이 많아졌다.

2007년부터 중국은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이 미국보다 더 많은 1위다. 최신 자료에 따르면 지구 총 온실가스 배출의 27%는 중국 책임이다. 중국은 지난해 말 현재 총 959.2기가와트(GW) 발전용량 규모의 석탄발전소(896곳·2927기)를 운영하는, 거대한 탄소 배출 대륙이다. 2위 미국(253.3GW)보다 4배가량 많다.

또한 중국은 막대한 탄소배출 국가일 뿐 아니라 지구 온실가스 발생에서 ‘글로벌 공급사슬’이라는 독특한 지위에 있다. 저탄소 경제 이행 인증기관인 영국의 ‘카본 트러스트’에 따르면, 의류산업을 비롯한 대다수 중국 산업부문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의 75%가량은 중국에 공장을 가동 중인 외국 기업을 비롯한 글로벌 공급사슬 구조로부터 발생한다. 중국 자체 수요보다 더 많은 글로벌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생산 과정에서 엄청난 탄소가 배출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런 공급사슬을 겨냥한 탄소배출 감축 목표는 거의 없다.

그러나 ‘기후 리더십 중국’이라는 희망 안팎에 현실적 의문과 회의가 두텁게 드리워 있는 점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연간 경제성장률 6%가 위협받고 있는 경기둔화세에 직면해 자오잉민 중국 환경부 차관은 최근 “우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분투하고 있지만 성장 둔화 등 어려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경제의 엔진 구실을 하는 석탄화력발전소의 경우 지난해 초 이후 42.9GW를 이미 추가 건설한 데 이어 121GW를 더 구축 중이다. 경기 둔화가 엄습하자 석탄화력발전을 통해 고용 창출 등을 하겠다는 뜻이다. 유엔과 유럽연합이 “세금 부과 기반을 사람의 소득에서 이제 탄소로 바꿔야 한다”며 ‘탄소 국경세’ 도입을 주장하는 데 대해 이번 유엔 기후총회에 중국 협상대표로 참석한 허젠쿤 교수(칭화대)는 반대 의견을 표시하기도 했다. “탄소세는 국제사회의 우호적인 기후변화 대응 분위기를 불확실성에 빠뜨리고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글로벌 기후 리더십’이 ‘마이웨이’ 미국을 대체할 수 있다는 기대는 여전히 멀리 있어 보인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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