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버림받은 아이들] <4편> 탈북청소년들 "소수자 배려 없는 한국 학교, 너무 힘들어요"

송성환 기자 2019. 12. 10.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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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저녁뉴스]

초등학교 때 일반학교에 다녔던 지웅군은 중학교는 대안학교 진학을 선택했습니다.

남한 학생들로부터 받는 차별과 따돌림을 견딜 수 없었던 겁니다.

친구들과 동네 형들로부터 심한 욕을 듣고도 어눌한 한국어 때문에 대꾸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인터뷰: 최지웅 (가명) / 대안학교 재학 중

"옆에서 그 하던 화장실을 일 보던 어떤 한 명 남자애가 저보고 알지도, 제가 걔 알지도 못하는데 걔가 갑자기 저보고 "너네 어머니 우리 집 청소부잖아"라고 해가지고 갑자기 저도 화가 난 거죠. 모르는 애가 저한테 그러니까…"

학교가 배려 차원으로 제공한 탈북민만을 위한 현장학습과 문화활동들 역시 ‘탈북민은 우리와 다르다’는 냉대 어린 시선만 느끼게 했습니다.

인터뷰: 최지웅 (가명) / 대안학교 재학 중

"체험하는 건 일단 좋았는데 그걸 좀 너무 티를 내서 문제였던 것 같아요. 티를 내서 아까 전에 말했다시피 애들이 눈치 주고 담임 선생님도 저를 계속 또 신경 쓰려고 하실 것 아니에요. 그래서 그런 것들도 애들이 좀 의식하지 않았나…"

고등학생 나이로 한국에 들어와 일반고에 정식으로 입학한 상혁군.

매일 방과후를 함께 보내는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교우관계는 좋았지만, 성적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북한에서 고등학교 과정까지 배웠는데도 남한의 수업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혁군은 결국 1년만에 대안학교로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상혁 (가명) / 대안학교 재학 중

"한국 아이들은 쭉 한국에서 자라면서 자기네가 쭉 배웠던 과정을 계속 이어서 배우잖아요. 그런데 저 같은 경우에는 배우던 과정으로 배우다가 하나 휙 건너뛰어가지고 아예 다른 차원에서 또 배우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이게 언어 자체도 알아듣기가 어려운데 또 글도 되게 이해하기도 또 어려워요."

학력인정 대안학교 재학생 열 명 가운데 여섯 명은, 이렇게 일반학교에 다니다 대안학교로 옮긴 경우입니다.

따돌림이나 학업부진, 진로 불투명 등 이유는 각양각색이지만 공교육에서 탈북 학생들을 품기엔 인식의 차이가 큰데다 시스템도 전무하다는 게 이들의 공통된 의견입니다. 

인터뷰: 이상혁 (가명) / 대안학교 재학 중

"(일반학교에선) 중국에서 4년 동안 살다 왔고 공부를 아예 못 했으면 어떤 전형에 따라서 저한테 적합한지 이걸 하나도 모르고 계시니까 저를 그냥 대안학교에 가는 걸 추천해 주시더라고요."

실제 조사에서도 탈북 청소년들은 학교생활의 어려움으로 학교 수업 따라가기를 가장 많이 꼽았고, 다음으로 친구 사귀기라고 응답했습니다.

탈북 청소년들은 경제적 지원만큼 학습과 학업 지원을 원했고 진로 상담 지원 요구도 높게 나타났습니다.

인터뷰: 김두연 교장 / 한꿈학교

"교육공동체를 통한 전문성 있는 단계에 맞는 코칭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탈북학생들은 일반학교에서 가만히 괴롭히지 않고 가만히 내버려둬도 스스로 고사하게 되어 있어요."

엄격한 체제 교육 속에서 질풍노도의 사춘기 시절도 진로에 대한 고민도 없었던 부모 세대들은 아이들을 방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인터뷰: 최지웅 군(가명) 아버지

"북한은 뭐 가정 관계, 뭐 아이들하고 관계, 그것이 국가적으로 TV프로그램에서 책에서 교육하는 게 없어요. 다 선전만 하지. 그러다 보니까 여기 오면 뭐 애들은 그냥 알아서 크겠지, 이런 게 있어요. 그리고 또 부모들이 각자 일을 하러 가다 보니까 애들은 거의 방치해두는 경우가 많고…"

차별과 냉대 어린 시선에 소수자 배려 없는 교육시스템까지.

탈북청소년들은 제대로 된 학습과 진로 선택은커녕 적응조차 힘들어 점점 더 학교 울타리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EBS뉴스 송성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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