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속으로 들어온 위장(Camouflage) - (상)
[남보람의 전쟁 그리고 패션-122]
1. 위장(camouflage)의 역사
가. 제1차 세계대전과 카키색(khaki)
군대의 위장(camouflage)은 경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택된 생존 방법이었다. 군대는 원래 화려하고 세련된 청, 적, 백의 제복을 선호했다. 그러나 소총의 발달로 인해 각 군대는 눈에 잘 띄는 원색 대신 '씹다 뱉은 풀죽 같은' 카키색(khaki)을 제식 색상으로 정했다.
유럽 각국이 카키색을 군복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제1차 세계대전 때부터다. 카키색뿐 아니라 전장 환경과 어울리는 여러 색이 제복에 사용되었다. 열대 지역에는 올리브 드랩(Olive Drab), 사막 지역에는 데저트 옐로(Desert Yellow)가 제복과 짝을 맞추었다.
나. 제2차 세계대전과 위장
1) 나치 독일군의 '스플린터 패턴(splinter-pattern)'
오늘날 우리가 '위장' 하면 떠올리는 패턴을 처음 적용한 것은 1930년대 나치 독일군으로 알려져 있다. 독일군은 1920년대 이탈리아군이 개발하여 시험 적용했던 패턴형 위장 방식을 보완해 '스플린터 패턴(splinter-pattern·Splittertarnmuster)'을 내놓았다(우리말로 하면 '다각 패턴'). 기본색은 초록색, 갈색, 담황색이며 경계를 희미하게 하기 위해 검은색 빗줄을 넣은 것이 특징이다.

2) 미 해병대의 '개구리 패턴(Frog-skin pattern)'
위장 적용 군복을 체계적으로 발전시킨 것은 미 해병대다(나치 독일군의 스플린터 패턴은 예산의 한계와 독일의 패배로 실험적 시도에 그쳤다). 미 해병대는 1940년대 독특한 '개구리 패턴(Frog-skin pattern)'을 개발한 이래 모든 복제, 장비에 이를 적용했다.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통해 개구리 패턴은 대중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작전 당시 공중을 통해 투입된 특수부대 요원들은 'M42 태평양 위장(M42 Pacific Camouflage)'이 적용된 군복을 입었는데 이는 개구리 패턴의 변형이었다.


다. 베트남전과 미 육군의 '나뭇잎 패턴(Leaf pattern)'
한편 미 육군은 1948년 독자적으로 '나뭇잎 패턴(Leaf pattern)'을 개발했다. 이는 한동안 사용될 일이 없다가 베트남 정글전을 통해 소요가 제기돼 1967년부터 미 육군, 해병대 일부에 보급되었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자 패턴이 들어간 위장 군복은 도로 창고 안에 들어갔다.

2. 패션 속으로 들어온 위장
가. 선구적 시도들
제2차 세계대전기와 1950년대 냉전이 본격화되고 있을 때 위장을 패션에 적용하려고 시도한 이들이 있었다. 선두는 역시나 패션잡지 보그(VOGUE)였는데 1943년 10월호에 위장의 역사, 기능 등을 상세히 소개한 이래 지속적으로 패션으로서 위장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그러나 위장이 패션을 포함한 문화 테두리 내에 들어오는 과정은 험난했다. 위장이 연상시키는 군대의 강압성, 전쟁의 폭력성 이미지가 패션이 가진 그것과 배치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디자이너 등이 위장과 패션을 결합하는 모험적 시도를 했지만 별다른 호응을 받지 못했다.
나. 뜻밖의 일등 공신 : 힙합
위장이 패션에서 하나의 독립된 코드로 인식되는 결정적 계기는 힙합으로부터 왔다. 알려진 바로는 뉴욕 출신의 래퍼 노터리어스 B.I.G.(The Notorious B.I.G.)가 1990년대 초반 미군 위장 군복을 입고 다닌 것이 시초다.

노터리어스가 즐겨 입었던 것은 '초콜릿 칩 위장복'이란 별칭으로 더 유명했던 '사막 전투복(Desert Battle Dress Uniform)'이다. 미군 전투복을 입음으로써 압도적인 전투력을 갖춘 힙합 사령관으로서 이미지를 자신에게 투사하고 싶었던 것이다.

노터리어스는 군복 외에도 일반 복장에 위장 패턴을 넣은 패션을 자주 선보였다. 노터리어스를 따라 그가 소속된 소위 '이스트 코스트 힙합'의 구성원들도 위장 패턴이 들어간 옷을 입었다. 그러니까 미군의 사막 전투복이 힙합 아티스트들의 유니폼이 된 셈이다.


[남보람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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