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창장 위조' 정경심 재판 새국면..공소취하 가능성도

옥성구 입력 2019. 12. 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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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문서위조' 재판서 공소장 변경 불허
"공범·일시·장소·방법·행사 목적 다 달라"
변경 없이 진행될 경우에 무죄 가능성
검찰, 공소 취소한후 다시 기소할 수도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지난 9월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사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박지원 의원이 휴대폰으로 전송된 조국 딸의 동양대학교 표창장을 보고 있다. 2019.09.06. jc4321@newsis.com

[서울=뉴시스] 옥성구 기자 = 법원이 딸 표창장 위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57) 동양대학교 교수에 대한 검찰 공소장 변경 요청을 불허함에 따라 향후 재판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법원은 검찰이 변경하려는 공소사실이 기존 공소사실과 크게 달라 동일성을 해하는 경우이므로 공소장 변경이 불가하다고 봤는데, 향후 검찰이 공소를 취하할 가능성까지 점쳐진다.

10일 법원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송인권)는 이날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3차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재판부는 기존 공소사실과 검찰이 변경하려는 공소사실 사이의 동일성 검증을 했고, 두 공소사실 간 공범·일시·장소·범행 방법·행사 목적이 모두 다르다고 판단했다. 공소장 변경을 위해서는 기존 공소사실의 동일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만 가능하다.

두 공소사실이 다르다고 판단된 배경 중 우선 공범 관계에 대해 기존 공소장에는 '성명 불상자'로 돼 있지만, 변경 신청한 공소장에는 정 교수의 딸 '조모'씨로 기재됐다.

범행 일시도 기존 공소장에는 '2012년 9월7일'로 돼 있고, 변경 신청 공소장에는 '2013년 6월경'으로 돼 있다. 장소 역시 '동양대'와 '자신의 주거지'로 차이가 있다.

검찰은 기존 공소장에 정 교수가 표창장을 위조한 방법에 대해 '컴퓨터로 표창장 문안 파일을 작성해 출력한 뒤 학교 총장의 직인을 임의로 날인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후 '컴퓨터를 통해 아들의 상장을 스캔하고 캡처해 컬러 프린트로 출력한 뒤 파일을 붙여 위조했다'고 변경하고자 했다.

또 검찰은 위조된 표창장을 행사하려 한 목적에 대해 기존에는 '국내 유명대학에 진학하려는 목적'이라고 기재했지만, 변경 후에는 '서울대에 위조된 문서를 제출하려 했다'고 봤다. 사문서위조 혐의의 경우 범행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고의성 외에도 위조한 문서를 행사하려 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

재판부는 이같이 변경된 부분 모두의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어느 하나만 동일하면 동일성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다섯 가지 모두 중대하게 변경돼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았다.

공소장 변경이 불허되자 검찰은 반발했다. 검찰은 "동일성이 인정되는데도 불구하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 안 한 재판부의 결정은 저희가 보기에 부당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검찰은 "(두 공소사실이) 동일하다고 본다"고 했고, 재판부는 "그건 재판부에서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검찰이 곧바로 "저희는 그렇게 안 본다"고 반박하자 재판부는 "저희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검찰 판단이 틀릴 수 있다고 생각 안 해봤나"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판부는 "지시에 따라 달라"는 말을 반복한 뒤 "계속 그렇게 할 경우 퇴정을 요청하겠다"고 호통치듯 말했다. 이후에도 검찰이 재판부가 말하는 도중에 의견을 개진하겠다고 일어서면 재판부가 앉으라고 하는 등 신경전이 계속됐다.

검찰은 추가 검토 후 공소장 변경을 재신청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기각될 경우 향후 '사문서위조' 재판은 기존 공소사실을 토대로 진행된다. 이 경우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증거 부족 등을 이유로 무죄 판단이 나올 수 있다.

아울러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고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을 토대로 다시 기소할 가능성도 있다. 법원이 이미 두 공소사실 간 동일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 경우 일단 처리된 사건은 다시 다루지 않는다는 '일사부재리(一事不再理)'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면 재판부는 공소기각 결정을 내린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변경 여부를 판단하는 공소사실에서 일시와 장소가 가장 중요한데 법원에서 이미 동일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검찰이 공소를 취소하고 변경하고자 하는 공소사실로 기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castlenine@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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