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 골퍼] '라이(Lie)'의 개선이 왜 문제가 되는가

패트릭 리드 선수의 라이 개선으로 인한 논란이 지금 온라인을 포함해 골퍼들 사이에 큰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단순히 라이 개선을 했다는 문제 이외에도, 자신의 행동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프레지던츠 컵 대회에서도 팬들의 많은 야유와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라이 개선으로 인한 비난을 받고 있는 패트릭 리드 선수, 출처: 게티이미지>

작가 소개: 골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즐기며, 누군가가 저로 인해 한 타를 줄였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을 목표로 글을 쓰는 골프 칼럼니스트 김태훈입니다.

<골프 규칙에서 ‘라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

골프 규칙 책자의 ‘용어의 정의’ 부분에 라이 (Lie)에 대한 정의가 아래와 같이 내려져 있습니다.

라이란 볼이 정지한 지점과 그 볼에 닿아 있거나 그 볼 바로 옆에 자라거나 붙어있는 모든 자연물 · 움직일 수 없는 장해물 · 코스와 분리할 수 없는 물체 · 코스의 경계물을 아우르는 지점을 말한다.

루스임페디먼트와 움직일 수 있는 장해물은 볼의 라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즉, 골프볼이 놓여 있는 주변의 거의 모든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떠한 라이에 골프볼이 놓여있는지에 따라 다음 샷의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라이, 즉 볼이 놓여 있는 환경을 골퍼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환하는 것은 골프 규칙에 위배가 되는 상황이 됩니다.

<골프 규칙에 명기되어 있는 골프의 원칙 - 코스는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

많은 골퍼들이 골프 규칙이 어렵다고 느끼기도 하고, 적용 룰이 복잡하다고 느낍니다. 하지만, 아주 몇가지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고 “코스는 있는 그대로 플레이하여야 한다”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기억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라이를 개선하거나 자신의 스탠스를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골프 코스의 변형을 가하거나 하는 목적으로 인위적인 노력을 하지 않아야 합니다.

골프 규칙이 바뀔 때마다 골퍼들은 디봇에 빠진 골프볼로부터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디봇 역시 코스의 일부이고 ‘디봇’ 이 생긴 정도(깊이) 혹은 디봇이 생긴 시기 등을 둘러싼 골퍼들 간의 이견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에 관한 골프 규칙 개정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자신이 방금 낸 디봇 자국은 바로 수리하여, 뒤에 따라오는 골퍼들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주지 않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한 에티켓 중에 하나이고, 이런 경우의 디봇 수리는 ‘코스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으로 간주되어 페널티를 받지 않는 예외 규정이 적용됩니다. 만약 이런 예외 규정이 없으면, 디봇 자리를 수리하는 것만으로도 일반 페널티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골퍼들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디봇에 빠진 골프볼을 구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라이 개선의 유혹 – 모래가 있는 상황 >

많은 분들이 올해의 골프 규칙 개정에 의거하여, 벙커 내에서 클럽을 지면에 대는 것이 가능하다고 알고 있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이는 부분적으로만 옳습니다. 아니 사실은 여전히 허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골프 규칙의 적용이 완화된 것은 맞지만, 지면에 클럽이 닿는 과정에서 골퍼가 어떤 이득도 취해서는 안된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골퍼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벙커에 클럽을 닿게 했는지가 중요한 판정 기준이 됩니다. 예를 들어, 벙커의 모래가 어떤지에 따라서 벙커 샷을 조금씩 다르게 쳐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모래의 상태를 ‘테스트’ 해보고자 하거나, 연습 스윙에서 건드리는 행동 역시 일반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또한 볼 바로 앞 뒤의 모래를 건드려서 라이의 개선을 도모하는 행동 역시 불가합니다. 하지만 넘어지지 않기 위한 목적 혹은 화가 나서 내려치는 등의 행동을 포함한 몇 가지 예외 사항에 대하여 모래를 건드리는 경우에 대하여 페널티를 받지 않게 됩니다.

참고로, 골프 코스의 정의상, 모래가 있는 영역이 모두 벙커로 간주되지는 않습니다. 우리 나라는 흔하지 않지만, ‘황무지’로 불리는 구역을 가진 골프장들이 있습니다. 영어 표현으로는 Waste Area 혹은 Natural sand area/Desert로 불리는 지역입니다. 이번 패트릭 리드가 골프 규칙을 위반했다고 판정 받은 구역 역시 벙커가 아닌 모래 구역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골프볼이 놓여 있는 곳 바로 뒤쪽의 모래에 클럽을 대면서 라이 개선을 한 것이 바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모래가 있다고 해서 모두 벙커는 아닙니다. 벙커라고 하기에는 너무 큰 사막 지역의 모습, 출처: 게티이미지>

이와는 달리 올해 한국 여자 프로골프 투어에서는 벙커 내에서의 라이 개선이 문제가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해당 사안은 벙커에 박힌 자신의 골프볼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일어났습니다. 골프볼을 확인하는 과정까지는 전혀 문제가 없었지만, 확인 후에 이 골프볼을 원래 있던 라이와 가장 유사하게 놓아야 한다는 규정을 어기고, ‘유리하다’고 간주되는 상태로 만든 이후에 스트로크를 한 것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골프볼을 들어올리기 전의 상태, 즉 박힌 상태를 그대로 유지 했어야 합니다.)

<라이 개선이 허용되는 공간 – 티잉 구역>

스트로크의 개선을 위해 상태를 개선할 수 있는 구역이 있는데, 바로 티잉 구역입니다. 클럽이나 발을 사용하여 지면을 변경하거나, 풀 혹은 잡초 등의 자연물을 움직이거나 구부리는 등의 행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티잉 구역에서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는데, 바로 티마커를 움직이는 것입니다. 즉 스트로크 개선을 위해 상태를 개선하는 과정에 티마커를 움직이는 행동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스탠스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잠시 티마커를 옮기는 분을 실제로 본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페널티 즉 2벌타를 받는 상황이 됩니다)

<티잉 구역에서는 라이의 개선에 대해 관대하지만, 티마커를 옮길 수는 없습니다. 출처: 게티이미지>

<골프 규칙의 적용 – 원칙과 즐거움의 사이 >

골프 규칙에 대한 글을 적을 때마다, 혹은 동반자들과 라운드를 할 때마다 규칙을 ‘굳이’ 다 지켜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 혹은 대화가 벌어집니다. 특히 친선 목적의 라운드에서는 조금 더 편하게 즐겨야 한다는 주장에는 전혀 이견이 없습니다. 저 역시도 디봇에 들어간 골프볼, 그리고 다른 사람이 정리하고 가지 않은 벙커 안의 발자국에 제 골프볼이 들어가는 ‘불행’이 찾아 오기도 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환경에서는 동반자들에 양해를 구하기도 하고, 다른 동반자에게 구제를 허용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동반자와의 합의, 그리고 자발적인 배려에 의존해야 합니다. 원칙을 알고 유연성을 발휘하는 골퍼가 더 멋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