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이장 갈등에 '문 닫은' 마을 목욕탕..주민 다수 60대

부산CBS 박진홍 기자 입력 2019. 12. 9. 05:51 수정 2019. 12. 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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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장선거를 앞둔 부산의 한 마을에서 전·현직 이장 간의 갈등으로 마을 공공 목욕탕이 갑자기 문을 닫게 돼,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목욕탕 입구에 붙은 현 이장 명의 공고문에는 "전 이장 A씨가 목욕탕 카드를 갑작스럽게 정지 시켜 영업 문제로 휴업한다"고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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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 문제로 목욕탕 문 닫아..주민 대다수 60대로 목욕탕 이용하려면 수km 이동
"잘못 뉘우쳐야" VS "감사 피하려는 꼼수"..양측 주장 평행선
이장선거 앞두고 양측지지 주민 갈라져..갈등 심화
지난 5일 갑자기 휴업에 들어간 길천마을 공공 목욕탕.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장선거를 앞둔 부산의 한 마을에서 전·현직 이장 간의 갈등으로 마을 공공 목욕탕이 갑자기 문을 닫게 돼, 60대 이상이 대부분인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고리원전 인근 부산 기장군 길천마을에 있는 마을 공공 목욕탕은 지난 5일 갑자기 영업을 중단했다.

이날 오전 목욕탕 카운터에 앉아 있던 직원은 "오늘부터 목욕을 안 하는데, 기한은 무기한"이라며 건물 안으로 들어오는 주민들을 돌려보냈다.

목욕탕 입구에 붙은 현 이장 명의 공고문에는 "전 이장 A씨가 목욕탕 카드를 갑작스럽게 정지 시켜 영업 문제로 휴업한다"고 적혀 있었다.

목욕탕 유리벽에 나붙은 휴업 공고문.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하지만 이 내용만으로는 자세한 영문을 알 수 없어 주민들은 그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주민 강모(70)씨는 "동네 주민은 단돈 3천원에 이용할 수 있어 나뿐만 아니라 많은 주민이 매일같이 목욕탕을 이용한다"면서, "마을에 목욕탕이 하나밖에 없어 이곳이 문을 닫으면 차를 타고 나가야 하는데 주민 대부분 고령에 차가 없어 어떻게 해야 할지 다들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할머니는 발길을 돌리면서 "이 목욕탕이 주민 것이지, 너희들 것이냐"며 화를 내기도 했다.

마을 목욕탕이 문을 닫은 이유는 전·현직 이장 사이에 벌어진 갈등에 있다.

이곳 목욕탕은 길천마을이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원자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피해보상금을 받아 지난 2005년 지은 주민 편의시설이다.

목욕탕을 개업하면서 영업 신고와 카드사 가맹계약 등은 당시 이장 A씨 명의로 했는데, 2년마다 이장선거를 하는 상황을 고려해 변경 없이 지금까지 가맹계약을 그대로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현 이장 B씨 측이 목욕탕 운영자금 통장에서 A씨의 개인 카드 연체금이 수년간 모두 29차례에 걸쳐 100여만원이 빠져나간 것을 확인하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장 B씨 측이 마을 게시판에 붙인 A씨 연체금이 빠져나간 내역.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에 A씨는 빠져나간 연체금을 모두 채워 넣은 뒤, 앞으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목욕탕과 맺어놓았던 해당 카드사 가맹계약을 해지했다.

그러자 이장 B씨 측은 이 상태로는 영업을 할 수 없다며 목욕탕 영업을 중단했다.

목욕탕 손님 중 해당 카드사 카드로 결제하는 고객이 많고, 특정 카드사만 받지 않거나 현금만 받을 경우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장 B씨는 "카드 연체가 발생하면 본인에게 통보가 수차례 갔을 것인데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마을 통장에서 돈이 빠져나가게 그대로 둔 것은 말이 안 된다"면서,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도리어 가맹계약을 해지해 마을주민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현재 마을 감사직을 맡은 전 이장 A씨는 "통장을 마을에서 관리해 연체금이 빠져나간 정황을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이 사실을 전해 듣고 곧바로 해당 금액을 통장에 이체했다"고 반론했다.

A씨가 빠져나간 연체금을 마을 통장에 이체한 내역 증명서. (사진=부산CBS 박진홍 기자)
이어 "현 이장 측에 통상적인 감사 자료 제출을 요구하니 갑자기 이 문제를 거론했다"면서, "이장 B씨 측의 문제 제기가 마을 감사를 무마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양측 사이에 수차례 내용증명이 오가고, 급기야 A씨의 주민 자격을 상실한다는 이장 B씨 명의의 공고문까지 마을 게시판에 나붙었다.

게다가 오는 17일 열리는 이장선거에 출마한 서로 다른 후보를 중심으로, A씨측 지지자와 B씨측 지지자가 결집하면서 양측 갈등은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결국 "마을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이들 사이의 갈등 때문에, 60대 이상 고령층이 대부분인 마을주민들은 목욕탕을 가기 위해 동네 밖 수km를 이동해야 하는 등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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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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